[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핵탄두 탑재 가능성에 대해 우리 군 당국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군 관계자는 11일 "북한이 어제 공개한 KN-08에 관한 기술적 분석을 진행 중"이라며 "핵탄두 탑재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201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KN-08은 탄두 앞부분이 뾰족했지만 이번에 등장한 KN-08은 탄두 앞부분이 둥근 모양으로 바뀌어 주목받았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이번 열병식 실황 중계에서 KN-08에 관해 "다종화되고 소형화된 핵탄두들을 탑재한 위력한 전략로켓들"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이번에 나온 KN-08이 실물인지 여부도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핵탄두 탑재 가능성에 대해서도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핵탄두를 둥근 모양으로 만들면 공기 저항이 커져 비행 속도가 떨어지는 단점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공개한 무기가 KN-08을 비롯해 30여종 290여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군 당국이 주목하는 것은 탄두 모양이 바뀐 KN-08과 실물로는 처음 등장한 300㎜ 방사포다.
군 관계자는 "300㎜ 방사포는 중국제를 모방 생산한 것으로, 현재 개발 완료 단계"라며 "최대 사거리는 140㎞ 내외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300㎜ 방사포의 최대 사거리가 140㎞라면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계룡대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개성에서 계룡대까지 직선거리는 약 200㎞다.
그러나 북한이 여러 차례 시험 발사를 통해 300㎜ 방사포의 사거리를 늘려온 만큼, 앞으로 사거리가 증가할 가능성은 있다.
이번 열병식에는 300㎜ 방사포와 같은 신무기보다는 122㎜, 240㎜ 방사포, 천마호 전차, 무인공격기, SA-3, SA-5 지대공 미사일, 실크웜 미사일, 스커드, 노동, 무수단 탄도미사일 등 이미 공개된 무기들이 주로 등장했다.
특히 6·25 전쟁 때 쓰인 옛 소련제 T-34 구형전차가 열병식에 나온 데 대해 군 관계자는 "중국이 참전한 6·25 전쟁의 기억을 되살림으로써 북중관계를 복원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열병식이 진행 중인 김일성광장 상공에 '70'이라는 숫자를 그린 항공기는 침투용 AN-2기이며 노동당 마크를 그린 전투기는 야크(YAK)-18기로 파악됐다. 수호이(SU)-25기도 열병식 상공을 날았다.
군 관계자는 "이번 열병식은 신무기 공개보다는 행사병력 2만명과 군중 13만명 등 인력 동원 규모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정은은 웅변조 육성연설로 독자적인 통치력을 대내외에 과시하고자 했으며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친밀한 모습을 의도적으로 연출한 점에도 주목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