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영 기자]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지만 서민들은 저금리 시대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저축은행, 상호금융권 등 비은행권 대출 금리가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금리 양극화 해소를 위해 중금리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금융기관별 신용평가 제도를 갖추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11일 김기식(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의 '상위 10개 저축은행 신용등급별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상위 10개 저축은행의 평균 금리는 7월 말 기준으로 28.6%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은행권 대출은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서민들이 주로 이용한다.

한국은행이 작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사장 최저 수준인 1.5%까지 내린 영향으로 시중은행 평균 대출금리가 2%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저축은행 등을 이용하는 서민들은 기준금리 추세와 동떨어져 움직이는 고금리를 감수할 수밖에 없어 통화완화 정책의 혜택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금리 양극화에 대응해 정부는 연 10%대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독려하고 있지만 해당 업계가 외면해 효과가 신통치 않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7월 지방은행을 포함한 12개 시중은행의 중금리 대출 실적은 1만5888계좌, 914억7000만원으로 전체 신용대출(115조원)의 0.3% 수준에 불과했다.

29개 저축은행이 판매하는 56개 중금리 상품의 대출 잔액 역시 3921억원으로 저축은행 가계대출 잔액 121조1000억원의 3.2%에 그쳤다.

은행들은 저신용 고객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가 부족해 중금리 대출 상품 출시로 위험을 떠안게 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역시 부실 위험 때문에 금리를 내릴 여지가 없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2000년대 일부 시중은행이 저신용 서민들을 위해 10%대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했으나 실적이 저조하고 부실율이 높았다는 점도 금융기관들이 중금리 상품 출시를 고심하게 하는 점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로 조달금리는 2∼3%대로 떨어졌지만 부실 가능성이 큰 고객들을 상대하다 보니 대손율은 여전히 10∼15% 수준"이라며 "대손율이 낮아지지 않는 이상 대출금리에 큰 변화를 주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여론과 금융당국의 압박에 이미지 전환을 위해 중금리 상품 출시를 고심하고 있지만 시중은행도 어려움을 겪는 시장인데 하물며 이름값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저축은행은 어떻겠느냐"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금융기관의 팔만 비틀어서는 대출 양극화를 없앨 수 없다고 지적한다.

각 금융기관이 대출자의 신용도를 평가해 담보에 의존하지 않고도 낮은 금리로 대출해줄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근본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우리나라는 금융기관들이 신용평가를 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없어서 10%대 중금리 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금융기관이 예대마진과 수수료에 의존하고 금융기관들끼리 과점하는 경향도 있어 스스로 신용평가 능력을 키워나갈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당국이 계좌이동제 같은 사례처럼 완전 경쟁을 이끌어 예대마진, 수수료 수입에 의존만 해서는 생존하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