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총회서 韓 탄핵 '당론 채택'…'깜짝 놀란' 의원도
박찬대 "마지막 기회…韓, 국민 명령 받들어야"
전문가 "민주당, 31일까지 기다릴 것" 분석도
[미디어펜=진현우 기자]더불어민주당이 당초 지난 24일 예고했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처리를 돌연 유보했다. 

헌법에 규정된 15일간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시한을 지켜 윤석열 대통령과는 달리 '헌법을 수호하는 정당'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시도라는 분석과 함께 연이은 정부 인사 탄핵 시도로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당내외 우려도 탄핵소추안 보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국회에서 비공개로 의원총회를 열고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당론 발의하기로 결정하고 당일 오후 5시30분 국회 의안과에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제출할 예정이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가운데)가 12월 25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성탄예배에 출석해 성경을 읽고 있다. 2024.12.25./사진=더불어민주당

하지만 제출 예정 시간보다 10분 이상 넘겨 국회 의안과 앞에 도착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취재진 앞에서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서 오는 26일 헌법재판관 임명 등 우리가 요구한 사항이 이행되는지 여부를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한 뒤 탄핵소추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민주당 한 의원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나도 몰랐다"며 의원총회 종료 이후 약 1시간30분 만에 당 원내지도부의 입장이 바뀐 것을 두고 놀라기도 했다.

앞서 한 권한대행은 전날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내란 일반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과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 논란과 관련해 "어떻게 하면 특검 추진과 임명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한치 기울어짐 없이 이루어졌다고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지, 여야가 타협안을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전날 오전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시간을 지연해 내란을 지속시키겠다는 외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며 "민주당은 내란 대행 한 권한대행 대한 탄핵 절차를 바로 개시하겠다"고 반발했다.

이어 전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한 권한대행의 발언을 놓고 격앙된 분위기가 시작부터 이어졌고 결국 참석 의원 만장일치로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당론 발의가 결정됐다.

하지만 강경했던 기류와는 다르게 원내지도부가 탄핵소추안 발의를 보류한 배경에는 소위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을 한 윤석열 대통령과는 달리 '헌법을 수호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시민에게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헌법 53조 1·2항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사용 기한을 법안이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된 후 15일로 규정하고 있다. 

쌍특검법의 경우 지난 17일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됐고 한 권한대행은 다음 달 1일까지 재의요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다음 달 1일이 새해 첫 날로 휴일인 만큼 사실상 오는 31일이 쌍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마지막날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한 권한대행이 전날까지 쌍특검법을 국무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고 탄핵안을 제출하는 것은 민주당이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시간까지 빼앗은 것"이라며 "민주당에서도 '헌법에 있는 규정을 우리가 간과한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발의를 보류한 또 다른 배경으로는 여론의 역풍을 우려한 것이 꼽힌다.

박 원내대표가 전날 발의 보류 사실을 알리며 "국민의 마음을 헤아렸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실제 민주당의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당론 발의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 스스로 한 권한대행을 국정안정의 파트너로 인정하더니 갑자기 말을 바꿔 탄핵하겠다고 한다"며 "이런 자아 분열적 행태를 도대체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민주당은 탄핵이란 카드로 행정부를 와해시키려 하고 있다"며 "삼권분립이 붕괴되고 당 대표가 모든 권력을 휘두른다는 점에서 히틀러의 수권법과 본질이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왼쪽부터)와 박찬대 원내대표,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12월 24일 오후 국회 의안과 앞에서 '국무총리 한덕수 탄핵소추안' 제출 보류 이유를 밝히고 있다.(자료사진)/사진=연합뉴스

민주당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 이후 한 권한대행을 비롯한 주요 국무위원의 탄핵을 놓고서 신중론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상황인 국민의 국정 불안 요소를 더욱 심어주는 결과만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만약 한 권한대행이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 3인(마은혁·정계선·조한창) 임명절차에 나서지 않을 경우 결국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은 국회에 발의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 분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오는 26일 마무될 것으로 보이는 헌법재판관 임명동의 절차 종료 후 한 권한대행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여론의 급격히 야당의 편에 설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31일까지 한 권한대행의 선택을 기다린 후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제출해도 역풍은 그렇게 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