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언약사랑나눔요양원에서 문화재능을 기부하다

(사)향기나 봉사단이 하남시 초이동에 위치한 ‘언약사랑나눔요양원’을 찾았다. 인생의 황혼을 앞둔 어르신들에게 작은 기쁨을 선물하기 위해 향기나 봉사단은 지난 1달간 ‘문화공연’을 준비했다. 워쉽, 합창, 독창 등등 그 중에서 야심작은 ‘연극’이다.

성탄절을 앞둔 시점에 맞춰서 ‘기독교적 사랑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특별히 제작한 연극이다. 중학생들이 직접 주인공으로 참여한 연극이어서 그 의의가 깊다. 무대 공연 직전 연습실은 소품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앞서 언약사랑나눔요양원은 송년회를 맞이해서 가족들과 뜻있는 만남의 시간을 특별히 준비하고, 각설이 타령과 판소리 등 특별한 무대가 진행됐다. 어르신들은 고향에 오신 듯 어깨를 덩실덩실 춤을 춘다. 문화 봉사로 널리 알려진 ‘옛가락 한마당 예술단’에서 직접 나왔다.

향기나 봉사단의 한 학생이 어르신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있다.
▲향기나 봉사단의 한 학생이 어르신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요양원에서 살고 있는 어르신들 가족 뿐만 아니라 하남시 정치인들도 참석했다. 한나라당 이헌재 위원장과 김승용 시의원이 함께 했다. 이들은 “정치의 본질은 어르신을 모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뜻한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때, 향기나 봉사단은 연습실에서 모두 무릎을 꿇었다. 어떤 학생은 눈을 빼꼼 열고 두리번거리다가, 빼꼼히 문을 연 본 기자와 눈이 마주쳤다. 신앙이 있는 학생들은 있는 대로, 신앙이 없는 학생은 없는 대로 서로 어우러져서, 아름다운 40분 문화공연이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드린다. 특히 ‘예수님’을 주제로 한 연극을 공연하다보니, 더더욱 신경이 쓰이나보다.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주님을 만나고, 또 많은 삶을 만납니다. 그러한 과정 속에 오늘의 행사를 만났습니다. 이곳에서 오늘 모두가 정성껏 준비한 문화로서 아름다운 봉사를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진정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문화공연을 하길 원합니다. 머리로 연기를 하지 말고, 마음 깊은 곳에서 감동의 소리를 전달하길 원합니다.”

눈 빼꼼히 떴던 그 학생도 손을 다소곳이 모으고 ‘아멘’을 하는 것 같다.

향기나 봉사단이 펼친 연극의 한 장면.
▲향기나 봉사단이 펼친 연극의 한 장면.

죽음을 몇 년, 몇 달 혹은 몇주일 앞둔 인생들앞에서 죽음을 몇십년 앞둔 아이들이 활짝 등장했다. 첫 번째 무대는 워쉽이다. 양로원의 한 복지사가 “찬송은 입으로 노래하는 것, 워십은 몸으로 찬양하는 것이다”면서 “우리 모두 몸으로 마음으로 함께 노래해요”하고 소개한다.

황혼을 바로 앞에 둔 어르신들은 얼마 전에 태어난 갓난 아이들처럼 생각과 표정이 참 밝고 즉각적이다. “아이, 이쁘다. 정말 이뻐. 잘한다. 멋져”라고 분명한 표현을 던진다. 몸은 많이 불편한데도, 언어는 건강하다. 아이들도 더 힘을 낸다.

한 중학생이 장윤정의 ‘꽃’을 ‘라이브’로 부르자, 어르신들은 신기한 듯 박수를 친다. 목소리가 천장을 가득 메웠다. 꼭 가수 음반을 틀어놓은 것처럼 목청이 맑고 곱다. 어르신들의 반응은 정말 정직하다. 그 학생은 어르신들의 갈채를 받았다. 특히, 이 학생은 ‘꽃’을 부르면서 선물을 어르신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작은 나눔이지만, 마음의 접촉으로 선물을 받은 어르신들은 선물을 품 깊이 숨긴다.

언약사랑나눔요양원 원장은 이정수 목사이다. 이 목사는 고신대 출신으로 26년간 교회개척을 주도해오면서, 교회 밖 사회목회 또한 마음에 품고 있었다. 그러던 중 뜻이 있어서 8년 전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목회의 눈을 사회속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2년동안 그는 소외된 계층을 섬기면서, “목회는 진정 섬김이다. 소외된 실버 계층을 더욱 사랑으로 섬기겠다”고 다짐한다.

벌써 마지막 순서다. 연극이 시작하자, 어르신들도 조용하다. 갑자기 아이들이 몰려나오더니 댄스파티를 연다. 오랜만에 보는 싱그러운 모습에 어르신들도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재밌어. 저거야. 정말로 재밌어. 하하하” 등등 감탄사가 어르신들마다 연신 터져나왔다. 아이들은 자연스런 일상을 연출한 것 뿐인데, 어르신들은 그것이 정말로 좋았던 것 같다.

그래도 연극은 사뭇 진지했다. 예수님과 생일이 같은 한 학생이 예수님께 생일선물을 사달라고 기도를 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2000년 전 십자가 사건이 있기 바로 전날, 유월절을 꿈꾼다는 내용이다. 꿈을 통해서 새롭게 마음을 변화한다는 내용인데, 어르신들은 끝까지 관람하고,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예수님의 복장으로 연출한 한 학생이 직접 나타나 “나도 널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면서 하트 모양을 하자, 어르신들도 방긋 웃었다.

이 정수 대표는 “손자같은 아이들이 직접 찾아와서 놀아주고, 춤도 추고, 함께 안아주고, 손을 잡아주니,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생동감을 나눠받는 것과 같다”고 좋아했다.

행사가 모두 마치고, 이 대표가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함께 만나는 짧은 시간을 갖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자, 아이들은 소품을 모두 내려놓고, 어르신들에게 걸어가서 손에 손을 잡고, 두 팔로 가득 안아주고, 포옹하고, 금새 세대와 세대가 어우러지는 화합의 바다가 되었다. 주향기나 봉사단의 오늘 공연은 세대의 벽을 초월한 아름다운 실천이었다.

“인생은 정말로 짧다는 것을 깨달았다, 봉사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작아도 실천하는 것이다. 나눔은 행동이다, 오늘 온 것이 보람있었다, 어르신들이 작은 행동에도 좋아해주시니까 그것이 마음에 기뻤다”는 등등 아이들또한 봉사를 통해서 ‘따뜻한 감성’을 전달받은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