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채비율 낮추고 유동비율 높이면서 재무안정성 강화
철강 불황 속에서 서강현 사장 재무역량 높은 평가
내년에도 탄탄한 재무구조 만들고, 포트폴리오 다양화로 불황 대응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철강업계가 올해 불황에 시달린 반면, 현대제철은 오히려 재무안정성이 강화됐다. 이는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의 재무적 역량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서 사장이 현대제철에서 머문 기간이 길지 않지만 재무적 역량을 통해 경영능력을 입증한 셈이다.

서 사장은 앞으로도 재무부담을 낮추면서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불황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이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사진=현대제철 제공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17조6135억 원, 영업이익 205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1%, 80% 감소한 수치다. 표면적 수치는 나빠졌지만, 다른 기업들과 달리 재무안정성 측면에서 강점을 보이며 내실을 키웠다.

현대제철이 올해 부진한 실적을 올린 것은 철강 수요 부진과 함께 저가 중국산 수입재가 꾸준히 유입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현대제철의 판매 비중 약 30%를 차지하고 있던 봉형강 부문은 건설시장의 침체로 인해 판매가 줄었다. 실제로 현대제철의 올해 3분기 누적 봉형강 판매는 414만5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89만1000톤에 비해 74만6000톤(15.3%)이 감소했다. 

여기에 저가 중국산 수입재 유입으로 수익성 확보도 어려웠다. 중국산 수입재는 국내산 제품보다 10~20% 낮은 수준으로 판매되면서 시장을 교란했고, 현대제철의 수익성 악화에도 영향을 줬다. 

그러나 이 같은 실적 부진에도 재무안정성은 오히려 높아졌다. 현대제철의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75.8%로 지난해 말 80.6%보다 4.8%p(포인트) 낮아졌다. 부채도 14조6526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 15조7228억 원에서 1조702억 원(6.8%) 줄었다. 

반대로 유동비율은 156%로 지난해 말 149.7%보다 6.3%p 높아졌다. 유동비율은 기업의 단기적 채무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높을수록 재무안정성이 우수하다는 의미다. 

현대제철의 재무안정성 강화는 서 사장의 경영능력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 사장은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재무통’으로 통한다. 현대제철 사장으로 부임하기 직전까지 현대차 최고재무관리자(CFO)를 맡았다. 이전에도 현대차에서 회계관리실장, 경영관리실장, 기획재경본부장 등을 지낸 재무 핵심 인물로 꼽힌다. 

서 사장은 현대차 CFO 시절에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구축한 바 있으며, 최대 실적 경신에도 기여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서 사장이 처음 사장으로 취임할 당시만 하더라도 철강업계에 오래 몸담고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영능력에 의구심이 있었다”면서도 “현재는 철강업계가 불황일 때 재무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 사장은 앞으로도 원가 절감과 함께 재무 부담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도 철강 불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철강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중국은 내년에도 생산량을 크게 줄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글로벌 경기침체도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건설 경기가 부진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또한 서 사장은 재무안정성 강화와 동시에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에도 힘쓸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탄소저감 강판을 통해 고객사의 탄소중립 요구에 대응하고 있으며, 해상풍력용 및 친환경에너지 운송용 강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울러 원자력 발전소 건설용 강재를 통해 원전 건설 증가에 대응하고, K-방산 수출 증가에 발맞춰 맞춤형 외장 소재 개발에도 나서 판매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철강업계 내 한 관계자는 “내년에도 철강업계는 수요 부진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드라마틱한 실적 개선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서 사장의 재무 역량은 불황을 버틸 수 있는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