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KR산업이 일한 대가를 주지 않아 급여를 6개월 째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KR산업 때문에 가족 모두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KR산업의 '협력업체 근로 대가 미지급'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시위에 나선 분양대행사 측은 원청인 KR산업의 갑질에 직원 월급이 밀려 생활고가 심각해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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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KR산업 위례 사옥 앞에서 한 협력업체 관계자가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KR산업은 천안스타비즈 지식산업센터 분양대행을 맡긴 업체에 수수료 일부를 미지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26일 분양대행업체 니소스씨앤디는 서울 송파구 장지동 소재 KR산업 위례 신사옥 앞에서 하도급 갑질을 고발하는 1인 시위에 돌입했다.
니소스씨앤디 측은 '너무 힘듭니다! 가족들이 굶고 있습니다. KR산업은 백석 스타비즈 분양 수수료를 즉시 지급해 주십시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KR본사 앞에 펼쳐 보이고 혹한 속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니소스씨앤디는 KR산업이 시공한 '백석 스타비즈 지식산업센터' 분양대행 업무를 수행하고 받기로 한 수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충남 천안시 일대 위치한 백석 스타비즈는 시행사 갑오, 시공사 KR산업, 신탁사 KB부동산신탁 등이 사업 주체로 참여해 지난 5월 준공을 마치고 미분양을 해소 중이다.
최고 11층 244실(지원시설 및 근린생활시설 포함) 규모로 지난 5월 준공 후 분양을 진행 중이다. 이 중 니소스씨앤디가 분양을 맡은 호실은 160여 실이다.
시공사인 KR산업은 분양대행 수수료 지급 동의 권한을 가진다. 최종 지급 책임은 시행사 갑오에 있으나 시공사가 동의하지 않으면 공사에 참여한 하도급 업체들은 대금을 받지 못하는 구조다.
중소건설사업의 일반적인 형태로, 시행사가 분양대행 계약에 대한 수수료 지출 보고를 해야 하고 최종적으로 시공사와 신탁사 등이 동의를 해야 자금이 집행된다.
니소스씨앤디 관계자는 "시행사는 수수료를 지급하기 위해 지출 결재 서류를 KR산업에 보냈고, KR산업이 도장만 찍으면 신탁사가 지급하게 된다"며 "문제는 KR산업이 중간에서 지급 동의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KR산업은 니소스씨앤디가 분양대행 업무를 이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잔금 수수료 약 4억 원 지급에 동의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관련 기사: [단독]'상생' 공언한 KR산업, 분양대행 수수료 '차일피일'…협력업체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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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R산업 위례 사옥 앞에서 합력업체 직원들이 '천안스타비즈 분양수수료를 즉시 지급해주십시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시위에 나선 니소스씨앤디 관계자는 "분양대행 수수료를 받아서 직원들 월급 주고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서 자금이 막혀 버린 상태"라며 "KR산업이 수수료 지급을 동의하지 않은 뒤로 6개월 치 급여가 밀린 직원이 수두룩하고, 회사 차원에서도 신규 사업 선투입금이 없어 다른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KR산업이 내년 2월 부가세 환급금이 들어오면 주겠다고 했지만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지난 5월 준공 후 지금까지 '다음 달에 주겠다'는 말만 반복해서 들었다"고 전했다.
또 "7월에 우리가 계산서를 끊었는데, '(KR산업 측이) 9월에 다시 발행해줘라 그때는 꼭 지불한다'고 했다"며 "기다려줬더니 지급을 또 안 해주고 10월, 11월, 12월 계속 재청구해도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니소스씨앤디 관계자는 "버티고 버티다 안 돼 시위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밖으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KR산업은 지난 5월 입주 시작 당시 초기 입주지연 등의 문제로 수수료 지급을 보류한 이후 지금까지 7개월이 지나도록 협력업체의 곡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일부 호실 미분양에 따른 공사비 미확보 등의 이유로 시행사 운영비와 분양대행사 수수료 지급을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동안 KR산업이 '윤리경영'을 유독 강조해온 것에 비춰볼 때 이해할 수 없는 행보다. KR산업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제 기업 윤리경영은 선택사항이 아닌 기업의 생존과 영속적인 성장, 발전을 위한 핵심적 경영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KR산업 임직원 모두는 윤리경영 실천에 동참해 진정한 'Clean-Company'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을 늦추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KR산업이 고속도로관리공단으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공공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상생의 기본인 하도급 업체 대금 지급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나아가 이번 사태는 대표적인 '시공사 갑질'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분양대행업에 정통한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시공사 규모를 고려할 때 실제 돈이 없어서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시장 상황도 어려운데 (분양대행사가) 그 정도면 많이 벌었고, 이정도면 된 것 아니냐'는 생각에 고의로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니소스씨앤디는 1인 시위에도 KR산업이 모르쇠로 일관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와 민사소송을 함께 제기할 방침이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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