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사물인터넷, SSD, UHD 등 전자·IT '순풍'…수주가뭄 조선 '비구름'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올해 4분기 전자·IT·건설 업종은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가겠으며, 자동차·기계·철강·석유화학 업종은 낙관하기 어렵겠다. 특히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조선 업종은 4분기에 시름이 더해질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10여개 업종단체와 함께 ‘2015년 4분기 산업기상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물인터넷(IoT)시장의 급성장으로 전자·IT 업종, 부동산 규제완화와 공공투자 활성화 대책으로 호조세를 이어가는 건설 업종은 햇볕이 들 전망이다.
또 기계, 자동차, 유화, 철강, 섬유 업종은 ‘흐림’, 조선 업종은 ‘비’로 전망돼 4분기 국내 산업기상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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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4분기 산업기상도 전망 /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
성장이 기대되는 전자·IT업종을 견인하고 있는 품목은 단연 반도체다. 스마트폰에서부터 스마트시계, 사물인터넷(IoT), 하드디스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까지 반도체 수요가 확산되고 있어 수출이 5.8%(8월누계) 늘었고 4분기 전망도 밝은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과 SK 등 기업의 대규모 투자계획도 반도체 호조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이밖에 갤럭시 S6엣지플러스·노트5 등 신제품 출시에 따른 스마트폰 수출 확대,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한 OLED, UHD TV 등 프리미엄 TV 수요확대도 전자·IT업종의 상승세에 힘을 더할 전망이다.
건설업종의 호조세도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규제완화(LTV·DTI 완화) 등으로 민간의 주택수주가 전년동기대비 97.3%(7월누계)나 증가했고, 상반기 저조했던 공공수주도 3분기 들어 회복세를 띠기 시작했다. 특히 4분기에는 대규모 SOC 예산집행도 앞두고 있어 호조세가 이어지겠다.
수출감소와 경쟁국 통화약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 업종은 ‘흐림’으로 예보됐다. 실제로 러시아시장은 전년동기대비 수출대수가 68.6%(7월누계)나 감소했으며 중동과 중남미도 각각 10.1%, 17.1% 감소해 현 상황이 연말까지 쉽게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다.
엔저에 따른 가격경쟁력도 약화도 심각한 문제로 우려되고 있다. 3년 전 미국시장만해도 현대차 ‘엑센트 GLS 1.6’은 동급인 도요타 ‘야리스 L 1.5’에 비해 12.6% 저렴했으나 올해는 1.6% 비싸게 팔려 가격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어려운 해외시장에 반해 국내수요는 쏠라티, 에쿠스 등 신차출시와 개별소비세 인하 등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계업종은 중국경기 부진에 엔저가 겹치며 ‘흐림’으로 예보됐다. 당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수출증가로 업황개선이 예상됐으나 중국경기 부진과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업체의 약진을 상쇄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업계의 평가다.
특히 중국의 투자둔화로 굴삭기 등 건설기계 현지수요가 감소했고 중국 로컬업체에 밀려 일부 대기업은 연내 공장폐쇄도 검토 중이다. 다만 유럽의 기계설비 노후화에 따른 교체수요 증가는 회복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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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기아차 울산공장 수출선적 부두 /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제공 |
중국의 거침없는 공세에 철강업종 역시 ‘흐림’이다. 중국 경기침체로 자국수요가 둔화되자 중국산 철강물량이 세계시장으로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마찰도 심화돼 상반기까지 한국이 받은 총 161건의 수입규제 중 62건이 철강부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업계는 주택경기 상승세에 따른 건설용 강재 판매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정유·유화업종도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수요감소와 자급률 상승으로 ‘흐림’이다. 국내 유화업계 매출의 70% 가량은 기술장벽이 낮은 범용제품에서 발생하는데 중국, 중동 국가들이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추세다.
정유업계 역시 정제마진이 지난 7월 마이너스로 전환되며 경영환경 악화가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아시아 주요 경쟁국들의 정기보수 일정에 따른 가동 중단으로 국내 가동률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섬유·의류업종도 ‘흐림’으로 예보됐다. 4분기 국내생산과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7.2%,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일본, EU 등에서 부진이 지속되는데다 해외 생산공장의 원부자재 현지조달도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 업계는 의류 성수기인 겨울을 맞아 3분기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판촉전략을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닝쇼크와 신조 발주량이 급감하고 있는 조선업종은 4분기에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전망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쇄빙선, 해양플랜트 등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나 기술과 경험 부족으로 공기가 지연돼 업황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구조조정도 노조와의 마찰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시름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글로벌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많은 업종이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지만 중국을 대체하는 시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선제적 구조조정과 제품 고부가가치화 등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비즈니스 환경변화에 빠르게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