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한전 발주 가스절연개폐장치 입찰담합 제재... 과징금 391억원
각 기업군 총무 내세우고 투찰자료도 남기지 않을 정도로 치밀해
효성중공업, 엘에스일렉트릭, 에이치디현대일렉트릭 등 대기업 주도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전력공사가 가스절연개폐장치의 구매를 위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실시한 일반경쟁 입찰과 지역제한 입찰에서 사전에 물량을 배분하기로 합의한 10개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91억 원을 부과하고, 6개 사업자는 고발키로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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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원회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
이번 담합에 가담한 기업들은 대·중견기업에는 ㈜효성중공업, ㈜엘에스일렉트릭, ㈜에이치디현대일렉트릭, ㈜일진전기이며, 중소기업은 ㈜동남, ㈜디투엔지니어링, ㈜서전기전, ㈜인텍전기전자, ㈜제룡전기다. 또한 한국중전기사업협동조합도 포함됐다.
이 중 대·중견기업 4곳 모두와 제룡전기, 한국중전기사업협동조합이 검찰에 고발됐다.
가스절연개폐장치(Gas-Insulated Switchgear, ‘GIS’)는 발전소나 변전소에 설치돼 과도한 전류를 신속하게 차단시켜 전력 설비를 보호하는 장치다. GIS의 용량은 설치조건에 따라 용량이 다양하며(25.8kV~800kV), 이 사건 합의 대상 품목은 170kV 제품이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한전의 GIS 170kV 입찰에 참여하려면 한전으로부터 입찰참가자격을 부여받아야만 한다. 중소기업 동남이 본건 입찰 시장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효성중공업(당시 효성), 엘에스일렉트릭(당시 엘에스산전), 에이치디현대일렉트릭(당시 현대중공업), 일진전기 등 4개사만 입찰참가자격을 보유하고 있었다.
입찰 시장 진입 후 저가로 투찰하던 동남이 2015년 초 낙찰률을 높이기 위해 일진전기에 담합을 제안해 받아들여지면서 본 건 담합이 시작됐다. 이후 한전으로부터 입찰참가자격을 획득한 제룡전기, 서전기전, 디투엔지니어링, 인텍전기전자가 차례로 본건 담합에 가담했다.
이들은 담합의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참여자가 모두 모이지 않고 각 기업군 총무를 통해 의사 연락했고, 중소기업군에서는 중전기조합이 조합대행으로 입찰에 참가하면서 대기업군 총무와 함께 이 사건 합의의 구심점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기업군은 이 사건 기간 내내 총무만 전면에 내세우고 나머지 대기업들은 투찰자료도 남기지 않을 정도로 매우 은밀하게 합의를 실행했다.
이 사건 합의 가담 기업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나눠 물량을 배분했다. 물량배분의 비율은 시기에 따라 조금씩 변동하였으며, 합의 초기에는 87대 13 수준이었으나 중소기업 수 증가에 따라 60대 40, 55대 45로 중소기업 배분비율이 증가했다.
담합 기간 중에 한전이 발주한 일반경쟁 입찰 건은 134건, 금액으로는 약 5600억 원에 달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합의한 물량배분 비율만큼 낙찰을 받았고, 낙찰률도 평균 96%를 상회했다.
또한 한전은 연도별로 20% 이내의 물량에 대하여 전남 나주시(한전 본사 소재지)에 공장을 두고 직접 생산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역제한입찰을 발주했는데, 3개 사업자가 지역제한입찰 11건에 대해 각사가 균등하게 낙찰받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담합 적발 회피를 위해 합의가담자들이 직접적인 의사연락을 최소화하면서 총무 역할을 하는 연락책 중심으로 합의가 이뤄진 은밀한 담합을 공정위의 끈질긴 조사와 여러 부분적인 담합 증거들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법위반을 입증하고 제재한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자평했다.
또한 이번 조치는 조합이 대기업과 공모하여 공기업이 발주하는 입찰에서의 경쟁을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공기업의 비용상승과 공공요금의 원가인상을 초래하는 담합행위를 엄정 제재한 사례라는 의미도 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이 사건과 같이 담합가담자들이 은밀하고 지능적인 방법으로 연락하면서 합의를 실행하는 등 점점 더 고도화되는 담합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조사역량을 강화하고, 담합 적발 시 엄정하게 제재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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