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으로 뜯기고 이자로 환급?…은행권 사업자대출 논란
2024-12-31 13:49:19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건전성 관리차 가산금리 상승한 까닭…평균금리 3개월 연속↑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연 7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은행권이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금리를 거듭 인상해 논란이다.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가산금리 인상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은행권은 사업자대출 연체율 상승에 따라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31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신규 취급액 기준 연 5.732%로 집계돼 10월 5.696% 대비 약 0.036%포인트(p) 상승했다. 올 하반기 대출 평균금리는 거듭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 평균금리 5.526%를 기점으로 7월 5.696%, 8월 5.676%, 9월 5.662%, 10월 5.696% 순으로 나타났다. 8월 한때 일시적 하락세를 보였지만 9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세다.
▲ 최근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연 7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은행권이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금리를 거듭 인상해 논란이다.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가산금리 인상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은행권은 사업자대출 연체율 상승에 따라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2024.7.15/사진=연합뉴스 제공 |
이 같은 대출금리 상승세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과 역행한다. 한은은 올해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을 유지하다 지난 10월 0.25%p 인하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에도 추가 0.25%p 인하한 바 있다. 사업자 신용대출의 준거금리는 CD91일물 또는 금융채 6개월물을 기반으로 하는데, 준거금리는 지난 6월에 견주면 확연히 낮은 수준이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CD91일물(3월) 평균금리(신용등급 AAA, 신평사 5개사 평균기준)는 지난 30일 3.41%로 집계됐다. 이는 조회기간(6월3일~12월30일) 평균금리 3.47% 대비 약 0.06%p 낮은 수치다. CD물 금리는 6월 당시 3.60%에 달했지만 이달 초 3.28%까지 하락하며 하반기 중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들어 금리가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6월 당시에 견줘 낮은 편이다.
금융채 6개월물(AAA, 5개사 평균기준)도 마찬가지다. 6개월물 평균금리는 지난 30일 3.332%를 기록해 6월 최고치인 3.615% 대비 약 0.283%p 하락했다. 6개월물 금리는 하반기 들어 점진적 하락세를 보였는데, 이달 3일 3.243%로 하반기 중 최저치를 보이기도 했다. CD물과 마찬가지로 이후부터 점진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6월에 견주면 낮다.
이처럼 준거금리가 하락함에도 불구 대출금리가 높게 형성되는 건 가산금리의 영향이 크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이 판매 중인 주력 사업자 신용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의 'KB스마트기업대출'(소매형소호 1등급 기준)이 연 0.80~3.11%p, 신한은행의 'SOHO CSS 사이버론'이 연 3.5~4.9%p, 하나은행의 '부자되는 가맹점 대출'이 연 3.814~8.064%p, 우리은행의 '우리 Oh!(5)클릭 대출'이 연 3.84%p, 농협은행의 'NH e사장님 바로대출'이 연 3.57%p 등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을 제외한 주요 은행의 대출 가산금리가 최저 3.5%p에 육박하는 셈이다.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상은 건전성 관리 차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자본비율 등 건전성 기준에 충족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신규대출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것이다. 아울러 일반 담보대출보다 연체율이 높은 만큼, 은행도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보통주자본(CET1)비율 및 스트레스완충자본 등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면서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대출을 꺼릴 수밖에 없다"며 "은행으로선 당국 기준치도 충족하면서 연체율이 높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은이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3분기(기말 기준) 현재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64조 4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2012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로, 2분기 말 1060조 1000억원 대비 약 4조 3000억원 급증했다.
이 중에서도 금융기관 및 사업자대출 상품이 3개 이상인 다중채무자의 대출잔액은 3분기 말 현재 754조 4000억원(177만 4000명)으로 직전분기 755조 6000억원에 이어 가장 많았다. 1인당 평균 약 4억 3000만원의 빚을 안고 있는 셈이다.
빚과 더불어 연체도 상당하다. 자영업자의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3분기 말 약 18조 1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직전분기 15조 9000억원 대비 약 2조 2000억원 늘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이에 자영업자의 금융기관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3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70%로 2분기 1.50% 대비 약 0.20%p 급등했다. 1.70%는 지난 2015년 1분기 2.05% 이후 9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한편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에 못이겨 지난 23일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은행권은 연체위기에 놓여있지만 재기를 희망하는 소상공인을 위해 △맞춤형 채무조정 △상생 보증·대출 △은행권 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폐업자에게는 장기·저금리 분할상환 대환대출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연합회는 이 같은 이자부담 경감 및 출연에 연 6000~7000억원을 지원해 연 25만명(대출액 14조원)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