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대출빗장 푼다는 당국, 주담대 받기 수월해질까
2025-01-02 11:44:08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채권·가산금리 상승에 부담 여전, DSR 3단계 규제도 변수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이 새해부터 대출총량 관리기조를 기존보다 다소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은행들이 하나둘 대출규제를 풀고 있다. 다만 은행들이 대출총량 관리 차원에서 여전히 가산금리를 높게 반영하고 있고, 오는 7월에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조치도 앞두고 있다. 7월에 임박해 막차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예비 대출자들이 시기를 잘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이 이날부터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완화한다. 신한·우리는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하고, 국민은행은 별도의 한도를 두지 않는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다주택자에 한해 생활안정자금 주담대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 중이다.
▲ 금융당국이 새해부터 대출총량 관리기조를 기존보다 다소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은행들이 하나둘 대출규제를 풀고 있다. 다만 은행들이 대출총량 관리 차원에서 여전히 가산금리를 높게 반영하고 있고, 오는 7월에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조치도 앞두고 있다. 7월에 임박해 막차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예비 대출자들이 시기를 잘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또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주담대 모기지보험(MCI·MCG) 가입 중단 조치를 해제한다. 모기지 보험에 가입할 경우 주담대 한도가 수도권 기준 최대 5500만원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자금이 부족한 예비대출자에게 긍정적이다. 아울러 막혔던 비대면 주담대, 전세대출, 신용대출 신청도 재개장하는데, 우리은행은 비대면 신용대출을 당분간 중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당국이 새해부터 가계대출 관리기조를 다소 완화한다는 뜻을 내비친 까닭이다. 지난해처럼 특정 기간에 가계대출이 급등하지 않도록 관리 기조를 이어가돼, 실수요자 대출이 중단되지 않도록 감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025년 가계대출 정책에 대해 "내년에는 올해처럼 쏠림이 과하지 않게, 연중 평탄화 작업을 통해 관리할 것"이라며 "실수요자에 자금 공급을 더욱 원활히 하고, 특히 지방 부동산 가계대출 관련해서는 수요자가 더욱 여유를 느끼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취임 및 탄핵정국 등 대내외변수로 채권금리가 상승기조를 보이는 점은 대출자에게 악재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고정형 주담대 상품의 준거금리인 금융채 5년물(AAA) 평균금리는 지난 31일 3.089%로 하루 전과 동률을 기록했다. 5년물 금리는 지난해 11월 29일 2.965%를 기록하며 올해 첫 2%대 금리에 진입했다. 이후 지난달 9일에는 2.889%로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순부터 다시금 소폭 반등하면서 3.0~3.1%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은행들도 대출총량 관리 차원에서 가산금리를 여전히 높게 설정 중이다. 이날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판매 중인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5년물 상품의 금리는 3.779~5.93%에 달한다.
하나은행의 '하나원큐주택담보대출(혼합)'이 연 3.779~4.179%, 국민은행의 'KB 주택담보대출'이 연 3.98~5.38%,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가 연 4.05~5.35%, 우리은행의 '우리WON주택대출'이 연 4.11%부터, 농협은행의 'NH모바일주택담보대출'이 연 4.63~5.93% 등을 기록 중이다.
이 중에서도 농협은행이 2.81%포인트(p)의 가산금리를 반영해 비교군 중 가장 높았다. 이어 신한은행 2.25%p, 국민은행 2.24%p, 하나은행 1.090%p, 우리은행 1.01%p 순으로 나타났다.
오는 7월께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스트레스 DSR 규제도 변수다. 현재 당국은 스트레스 DSR 2단계 조치를 시행 중인데, 오는 6월까지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스트레스 금리를 기존과 동일하게 0.75%p로 책정했다. 다만 은행권이 취급하는 수도권 주담대에는 1.20%p의 스트레스 금리가 반영된다. 올해 7월부터는 1.50%p로 확대된다.
스트레스 DSR는 대출한도를 좌우하는 핵심 규제로 꼽힌다. 은행은 대출자가 금리 상승기에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를 판가름하기 위해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가산)금리를 부과하고, 그에 맞는 대출한도를 산출한다. 실제 대출금리에는 스트레스금리가 반영되지 않는다. 현재 2단계에서는 대출자가 받은 은행권 주담대 및 신용대출, 2금융권의 주담대에 국한해 DSR를 산정 중인데, 3단계부터는 모든 가계대출에 대해 100%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게 된다.
가령 소득 1억원의 차주(30년 만기, 분할상환 대출, 금리 연 4.5% 기준)가 5년 혼합형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현재는 2단계 조치에 따라 수도권에서는 최대 6억 600만원, 비수도권에서는 최대 6억 24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는 DSR 규제를 반영하기 전에 견줘 한도가 각각 5200만원 3300만원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7월부터는 이보다 더 강화돼 수도권·비수도권 모두 대출한도가 최대 5억 9400만원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기존보다 6400만원 줄어든 값이다. 다만 비수도권 주담대의 경우 이복현 금감원장이 DSR 차등화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다소 완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예비 대출자들이 고금리와 높은 주택가격으로 내 집 마련을 관망하는 분위기지만, 오는 7월 DSR 규제 강화를 앞두고 뒤늦게 몰릴 가능성이 농후해보이는 대목이다.
한편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열풍은 지난달 1조원대 증가에 그치면서 다소 시들해졌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달 3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약 734조 3995억원으로 11월 대비 약 1조 608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석 달 연속 1조원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