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국정감사 소감-① 새누리당 밑천 드러낸 미방위원들

야당의 먹잇감이 된 고영주 이사장을 멀뚱히 쳐다보는 새누리당을 보고 있자면 이 정당이 이념은커녕 얼마나 개념이 없고 이기적인 정당인지 새삼스러워진다. 이 정당은 게다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 국민을 대신해 철저하게 공부하고 대비해서 점검해야 할 국정감사에 대충 준비해와 무식을 자랑하니, 그 뻔뻔한 모습들엔 그저 말문이 막힌다.

하나의 사례를 들자면 KBS 국정감사에 임했던 새누리당 미방위 소속 의원들의 모습이다.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사 국정감사인데도 관련된 현안이나 보도의 문제, 언론노조의 문제 등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여당 의원들이 그날 떠든 얘기는 수신료나 UHD방송, 장애인 배려, 토종애니메이션 산업과 같은 것들뿐이었다. 물론 그것들이 무가치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KBS 국감을 하면서 핵심인 시사보도의 문제와 방송공정성은 건드리지도 못했다는 것은 무책임하고 무식하고 무능한 새누리당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었다.

국감에서 밑천 드러난 새누리당 미방위원들

새누리당이 공영방송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의식도 없는 집단이라는 것은 이번 KBS 국감에서도 증명이 됐다. 만일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이승만 정부의 일본망명요청 왜곡보도 사건을 그냥 넘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왜곡조작 보도가 어떻게 나올 수 있었는지 조대현 사장에게 어떻게 묻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겠나. 새누리당이 언론에 약간의 문제의식이라도 갖고 있는 집단이었다면 노조가 주장하는 이인호 이사장의 문제나 ‘뿌리깊은 미래’와 같은 편향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조 사장에게 경위를 묻고 따졌을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런 뉴스보도와 시사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일체 묻지 않았다. 관심이 없으니 모르는 것이고 모르니 더더욱 무지한 것이다. 새누리당 미방위 소속 의원들이 곁가지나 따지고 앉아있는 사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광복70주년 특집 프로그램과 같은 시사보도 문제를 집요하게 캐고 또 언론노조가 요구하는 제작자율성, 공정성 확보 이런 것들을 위해 KBS 사장을 압박했다.

고영주 이사장을 비난하느라 아까운 KBS 국감 시간을 낭비하는 야당 꼴을 보고도 여당 그 누구한명 나서지 않는 이유도 다른 데 있지 않다. 무식하니 입을 닫고 있는 것이고 설사 안다고 해도 비겁하니 기본적인 지적도 못하는 것이다. 무식한데다 비겁하니 KBS 국감인데도 방문진 이사장 이념 공격에 마녀사냥하는 야당 꼴을 그냥 지켜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위원장인 홍문종 의원부터 시작해 강길부, 권은희, 서상기, 민병주 등 여당 의원들 하나 같이 그런 한심한 모습뿐이었다. 그나마 박민식 의원이 “국정감사라는 것은 국민을 대신에 정부에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자리이지, 개인 고영주의 과거 역사관이나 정치에 대한 생각이나 사상이 무엇이다를 검증하는 자리는 아니다”며 주의를 주었다. 또 조해진 의원이 “고 이사장 개인의 신념과 이념사상에 대한 검증에 너무 집중되다보니, 서로 합리적인 질의답변이 오고가지 못하고 대답이 오해의 소지를 낳았다고 본다.”고 자제를 시켰을 뿐이다.

▲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의 MBC 국감장은 ‘고영주 이사장 사냥터’를 방불케 했다. 이날 야당의원들은 작심한 듯 보였다. 고영주 때리기에만 몰두해 방문진 경영 감사와 관련 없는 개인의 정치 소신과 과거 발언만을 문제 삼았다./사진=jtbc캡쳐

공부 안 하는 무식한 웰빙 새누리는 우파의 수치

새누리당 의원들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뱃지를 달고 있으면 뭐하나. 국정감사에서 뭘 하나 똑부러지게 해서 국민이 낸 세금이 아깝지 않게 해주길 하나, 아니면 자기네 정권이 임명한 공영방송 이사장 돕겠다고 나서길 하나. 새누리당 의원들이 제대로 할 줄 아는 거라곤 거드름이나 피우고 의회 권력으로 갑질이나 하는 것 뿐인가?

아무리 이념과 동지의식도 없어도 홀로 폭격을 맞고 있는 고영주 이사장 사태를 보고도 무슨 약속이라도 한 듯 죄다 입에 자물통을 채우고 야당과 좌파의 눈치나 보고 있는 꼴들을 보자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는 여당 의원 중에는 한겨레신문에 익명으로 ‘고영주 물러나라’ 이따위 인터뷰나 하고 자빠져 있는 인물도 있다. 정말이지 그 따위 말을 하려면 당당하게 실명이나 까고 인터뷰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비겁하고 이기적이며 한심한 여당 의원들을 보고 국민들이 무슨 희망을 가질 수 있겠나.

새누리당은 언론과 방송에 무지하고 알려고 하는 의지도 없는 기본이 안 된 정당이다. 국민이 자신들에게 위임한 권력의 무게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언론문제를 지금껏 내팽개치고 있으며 그 폐단이 어느 수준인지 가늠조차 못하는 것이다. 고영주 이사장 한명 희생양으로 내준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방문진 국감, KBS 국감에서 알 수 있듯, 미방위 소속 의원이란 사람들조차 태반이 언론에 무관심하고 헛소리나 하면서 고영주 이사장 문제가 왜 중요한지 깨닫는 이가 하나 없다. 이렇게 심각한 여당을 놔두고 그저 새정치민주연합만이 문제라고 손가락질을 할 수 있겠나.

여당이 이 꼴이니 KBS 이사진들이나 방문진 이사들도 그 모양 그 꼴인 것이다. 고영주 이사장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처럼 구경이나 하고 있는 새누리당, 특히 미방위 의원들은 자신들의 모습이 많은 국민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뼈저리게 받아들여야 한다. 공부하지 않고 비겁한 새누리당은 우파의 수치일 뿐이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