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차그룹은 신년회를 개최해 올해 경영환경과 그룹의 방향성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고, 체질 개선을 통한 혁신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면밀한 준비와 유연한 자세로 닥쳐온 위기를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내수 시장의 침체, 신흥 경쟁사들의 부상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확산하는 가운데 힘을 모아 대내외 위기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6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2025년 신년회를 개최했다. 신년회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부회장, 현대차 호세 무뇨스 사장, 송창현 사장, 성 김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사장, 정형진 현대캐피탈 사장, 이한우 현대건설 부사장 등 주요 경영진들과 200여 명의 임직원들이 함께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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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6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2025년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
◆ "불확실성에 위축될 필요없어…비관주의 경계해야"
정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변화와 혁신, 위기 극복 DNA를 강조했다. 정 회장은 "많은 도전들이 기다리고 있다. 피해 갈 수 없는 도전들"이라면서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불확실성 때문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예측 불허의 국제 정세,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 급변과 무역 갈등, 소비자 우위 시장과 전기차 캐즘, 신흥 경쟁사들의 기술 발전과 도전, 기술 혁신 가속화와 이로 인한 산업 패러다임 변화 등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환경에 직면해 있다.
정 회장은 "위기가 없으면 낙관에 사로잡혀 안이해지고, 그것은 그 어떤 외부의 위기보다 우리를 더 위험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외부로부터의 자극은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작년에 잘 됐으니 올해도 잘 되리라는 낙관적 기대를 할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다. 잘 버티자는 것은 좋은 전략이 될 수 없는 이유"라면서 "비관주의적 태도에 빠지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위기에 움츠러들게 되면 지금 가진 것을 지키자고만 생각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위기에 움츠러들게 되면 지금 가진 것을 지키자고만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항상 위기를 겪어왔고, 훌륭하게 그 위기들을 극복해 왔다. 위기 이후 더 강해졌다"면서 "퍼펙트 스톰 같은 단어들은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위기에 맞서는 우리의 의지를 고취시키는 역할을 해야지 비관주의에 빠져 수세적 자세로 혁신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강인한 DNA를 강조하면서 위기를 함께 이겨내기 위한 방안도 구체화했다. 정 회장은 '예상할 수 있는 도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면밀하게 준비해서 미래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정 회장은 "단순히 위기 요인을 제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기가 발생하게 된 배경, 콘텍스트, 역사적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위기 극복을 넘어 미래 기회의 창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객관적인 분석과 총합적인 대응을 이끌어내는 내부 논의, 설정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단결, 목표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같은 유연하고 개방적인 내부 프로세스와 조직문화를 갖추게 되면 그러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예상하지 못한 위기에도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외국인 CEO 선임…"혁신 향한 의지의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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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6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진행된 2025년 신년회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사장단 인사를 통해 장재훈 사장을 완성차담당 부회장에, 호세 무뇨스 사장을 현대차 신임 대표이사에, 성 김 고문역을 그룹 전략기획 담당 사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미래 불확실성 증가에 대비해 내부 핵심역량을 결집하고, 미래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성과와 역량이 검증된 리더를 그룹사 대표이사와 주요 직책에 과감히 배치한 것이다.
정 회장은 최초로 외국인 CEO를 선임한 것과 관련해 "혁신을 향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국적, 성별, 학력, 연차와 관계없이 오로지 실력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창의적으로, 열성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올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은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전기차 보조금(세액공제) 제도의 축소 혹은 폐지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쪽과 접촉하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장 부회장은 "아직은 없다. 그런 부분은 전체적으로 정부 방향도 고려를 해야 되는 부분이고 차분히 준비를 해야 될 상황"이라면서 "내부적으로 저희가 준비해 여러 가지 시장 대응 부분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무뇨스 사장도 "정책을 설정하는 것은 우리가 아닌 정치인"이라며 "우리의 역할은 어떤 정책이든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회사는 이전 행정부 시기에 북미 시장에 큰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으며, 그 투자가 지금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될 무렵에 결실을 맺고 있다"면서 "우리는 인센티브가 아니라 사업 기회를 기반으로 투자를 결정한다. 미국 시장이 우리 회사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미국 사바나 투자 프로젝트인 HMGMA를 최대한 활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가 미국에서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약 19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회사는 시장 상황에 적절히 적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 신중하지만, 동시에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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