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공조수사본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시한 만료일인 6일 영장 집행 일임 논란을 자초하며 수사에 혼선을 빚었다. 국민의힘은 공조본이 윤 대통령 체포를 두고 갈팡질팡한 탓에 보수 지지층 결집의 기회를 얻은 것으로 평가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대한 권한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에 일임한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집행할 인력이 부족하고, 경찰에 비해 영장 집행에 전문성이 낮다는 이유다.
그러나 공수처는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는 것이 아닌 체포영장 집행 만을 일임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초래했다.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집행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함은 물론, 공수처의 경찰 수사 지휘권에 대한 법률적 해석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날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일임 요구에 법률적 문제를 이유를 들며 수용하지 않았다. 백동흠 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부단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공수처의 집행 지휘 공문은 법률적으로 논란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경찰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일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만료 당일 두 기관이 불협화음을 나타낸 것으로 공조본 수사에 대한 신뢰도가 저해되는 계기가 됐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공수처를 향한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도망치듯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수사 혼선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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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에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2025.1.6/사진=연합뉴스 |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 사태는 공수처가 대통령에 대한 수사 역량은커녕 기본적인 전문성과 책임감조차 결여되어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공수처에 대한 폐지론이 거세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SNS에 공수처가 경찰에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한 것에 “무능하고 무기력한 공수처가 욕심이 많다. (오동운 공수처장은)바보 X맨이다. 버스 지나가니 손든다”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공조본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두고 우왕좌왕하자 지지층 결집에 나설 기회를 잡았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태 후 윤 대통령에 대한 옹호에 소극적이었던 모습과 달리 이날은 공조본 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전열을 재정비했다. 이에 국민의힘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 등 50여 명이 대통령관저 앞에 집결하며 윤 대통령의 권력 기반이 건재함을 나타냈다.
이상규 국민의힘 성북구을 당협위원장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공수처의 수사 형태를 보며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탄핵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느끼고 집회 현장으로 나오고 계시는 것 같다. 공수처의 위법적인 수사에 맞서 더 많은 인원들이 모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나경원 의원 또한 SNS를 통해 “공수처의 영장 집행 시도는 명백한 불법이다. 수사권도 없는 공수처가 대통령을 체포하겠다는 것도 모자라 경찰에 영장 집행을 떠넘기려 한다”면서 “공수처법 어디에도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 권한은 없다. 이런 시도는 대한민국의 법치를 무너뜨리는 만행이다”라고 규탄하며 지지층을 독려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이틀간 정당지지도를 조사해 6일 발표한 것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주 연속 상승하면서 탄핵정국 이전으로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 수사에 대한 ‘위법’ 논란이 지속되면서, 수사가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는 조기 대선에서 민주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보수 지지층들의 심리에 불을 지피며 국민의힘 지지율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도 여겨졌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정당 지지율이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에 “탄핵과 조기 대선이 다가오니 보수 지지층이 재결집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재결집의 가장 큰 동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혐오감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평론가는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이 대통령관저 앞으로 집결한 것에 대해 “지지층 재결집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탄핵소추안 투표 시)윤 대통령과 함께하겠다고 한 의원들이 다수 있는 만큼 (집회에 참여하는 현역의원들이)6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보수지지층 결집에 영향을 받아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전열 재정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전화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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