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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박준모 기자. |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지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2심에서 1조3808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재산분할 규모로 인해 ‘세기의 이혼’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이혼소송은 대법원에서 들여다보기로 하면서 올해도 재산분할 규모를 놓고 법정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이혼소송에서 나온 ‘불법 비자금’도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1심에서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665억 원, 위자료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판결이 불만족스러웠던 노 관장은 2심에서는 ‘300억 메모’를 증거로 들고 나왔다. 이 메모는 모친인 김옥숙 여사가 작성한 것으로 900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이 적혀 있었다.
2심에서는 이 메모를 증거를 채택하고 SK그룹의 성장에 노 관장이 기여가 있다고 보고 재산분할 1조3808억 원, 위자료 20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1심과 비교하면 재산분할과 위자료 모두 20배 늘어난 규모다.
노 관장은 300억 메모를 통해 2심에서 만족할 만한 판결을 받았으나 그동안 감춰져 있었던 불법 비자금을 수면 위로 꺼냈다는 점에서 악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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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연합뉴스 제공 |
먼저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노 전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이 ‘보통 사람’임을 강조해 왔다. 대통령이 되면서 본인은 전 재산이 5억 원밖에 없다며 보통 사람이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비자금 논란이 일자 1995년 기자회견을 통해 본인의 재산이 5000억 원대하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비자금이 언론에 거론되면서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밝힌 것이다.
이때까지도 끝까지 버틴 전두환과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노 전 대통령은 ‘물태우’라는 비난도 받았다.
이후 김영삼 정권 시절에 1997년 대법원에서 비자금 전액 추징 및 국고환수 판결이 났고, 노 전 대통령은 2022년 사망 직전까지 추징금을 전액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노 관장이 이혼소송에서 메모를 통해 추가 불법 비자금을 밝히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까지 추가로 나오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자청했던 보통 사람에서 빗대어 현재는 ‘보돈 사람’이라는 별명도 추가로 생겼다.
보돈 사람은 단어 자체만 놓고 보면 돈을 갖고 있는 사람이란 의미다. 그러나 ‘돈(豚)’은 돼지를 연상케 한다는 측면에서 ‘탐욕스런 돼지’를 상징한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탐욕스런 돼지라는 의미의 보돈 사람이 됐고, 그렇게 만든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딸인 노 관장이다.
살아서도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죄로 처벌받고 다 반납한 것처럼 하더니 뒤로는 불법 비자금을 은닉해 온 ‘천하에 돼지같이 탐욕스럼 사람’이란 의미가 더해져 보돈 사람으로 명칭한 것이다.
전두환은 전 재산이 29만 원밖에 없다고 추징금을 낼 수 없다고 버틴 것과 달리 노 전 대통령은 추징금을 전액 납부하면서 그나마 낫다라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노 관장의 메모로 인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특히 그동안 노 전 대통령은 추징당한 비자금을 다 반납한 것처럼 30년간 코스프레를 해왔는데 결국 노 관장에 의해 반납쇼로 판명난 것이다. 쇼를 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도 컸지만 노 관장에 대한 분노는 더 컸다.
본인의 이익을 위해 ‘당사자들만 아는 비밀로 하기로 했다’는 불법 은닉 비자금 카드를 꺼내 2022년 죽은 아버지를 부관참시한 노소영의 뻔뻔함에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또 국민은 그동안 불법 비자금을 통해 노태우 일가가 재산을 축적하며 호의호식하며 살아왔다는 것에 대해서도 분노가 폭발했다.
결국 정치권에서도 불법 비자금을 환수해야 한다며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들도 노 관장을 비롯해 노태우 일가를 고발했다. 검찰에서는 이미 고발인 조사를 마무리했으며, 노 관장 역시 소환 조사가 예상된다.
탄핵 정국으로 인해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국민의 관심도 탄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정 운영이 정상화되려면 빠르게 현재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정을 다시 바로 잡은 뒤에는 미뤄져 있던 일들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노태우 불법 비자금 사건 역시 잊히면 안 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국고 환수 등을 통해 마지막까지 바로잡아야 한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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