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올해 국내 전기차 시장은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정부 보조금 삭감,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국내 시장 본격 진출이라는 삼중고를 겪으며 성장이 둔화될 전망이다. 이미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 업계는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7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전기차 신규등록 대수는 14만6883대로 전년(16만2593대) 대비 9.7% 감소했다.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 2022년 정점을 찍은 뒤 2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기차 초기 수요를 이끌었던 얼리어답터들의 구매가 둔화된 데다 충전 인프라 부족과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가 맞물리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가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으로 정체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경기 침체와 공급망 불안 등 여러 가지 복합 요소들이 뒤엉켜 반등 시기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캐즘이 더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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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V60 부분변경 모델./사진=제네시스 제공 |
국내 전기차 시장의 두 번째 위기 요소는 '정부 보조금 삭감'이다. 올해부터 친환경차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축소되면서 전기차 구매에 대한 경제적 유인이 약화되고 있다. 정부의 국비 보조금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전기차 가격 기준은 5500만 원에서 5300만 원으로 200만 원 낮아졌다. 전기승용차 최대 보조금은 지난해 650만 원에서 올해 580만 원으로 작년(650만 원) 대비 70만 원 줄었다. 지방자치단체 보조금까지 감안해도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 비용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전기차 수요와 보급 대수가 늘어날수록 보조금을 서서히 줄여가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대중화를 위한 충분한 충전 인프라나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조금 삭감은 시장 성장을 더디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 번째 위기 요인은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국내 시장 본격 진출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업체 BYD가 올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BYD는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배터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보급형부터 고급형까지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BYD의 국내 진출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BYD의 국내 시장 진출로 전기차 시장 내 가격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국내 제조사들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완성차 업계, 전기차 라인업 강화
국내 완성차업계는 다양한 신차를 출시, 전기차 라인업 확장을 통해 중국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전용 전기차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한 신차 라인업을 강화하며, 보급형 모델부터 플래그십 전기차까지 폭넓은 제품군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아이오닉 9을 출시한다. 아이오닉 9은 현대차의 첫 3열 대형 전기 SUV로 날렵한 외관 디자인에 최대 7명까지 탑승할 수 있는 넓은 실내 공간, 대용량 배터리 탑재로 1회 충전 시 5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제네시스는 1분기 중 GV60 부분변경 모델의 상세 사양과 가격 등 세부 정보를 공개하고 본격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다.
기아는 올해 상반기 대형 전기 SUV 'EV9'의 고성능 모델 'EV9 GT'를 선보일 계획이다. EV9 GT는 160kW급의 전륜 모터와 270kW 급의 후륜 모터로 구성된 듀얼 모터 조합을 통해 최고출력 508마력(ps)의 동력성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또 기아는 올해 준중형 전기 SUV EV5와 준중형 전기 세단 EV4도 출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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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V4 콘셉트 외장./사진=기아 제공 |
국내 중견 3사(르노코리아·KG모빌리티·GM한국사업장)도 줄줄이 전기차 출시를 예고했다. 한국GM은 올해 중형 전기 SUV 쉐보레 이쿼녹스 EV를 출시한다. 한국GM은 지난해 483㎞에 달하는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에 대한 국내 인증도 마친 상태다.
르노코리아는 준중형 전기 SUV 르노 세닉 E-테크 일렉트릭 출시를 예고했다. 르노그룹의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된 세닉 E-테크 일렉트릭은 87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WLPT 기준 1회 충전 시 최대 625km까지 주행 가능하며 최고출력 160kW(220ps)와 최대토크 300Nm의 성능을 발휘한다. KG모빌리티는 토레스의 전동화 모델인 토레스 EVX를 베이스한 전기 픽업트럭 'O100(프로젝트명)'을 국내에 출시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전기차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국내 업체가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품질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충전 효율성, 주행거리, 안정성 등 우수한 기술력이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캐즘, 보조금 삭감, 중국 브랜드 국내 진출이라는 삼중고를 마주한 올해는 국내 전기차 시장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며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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