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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우 기자 |
2015년 10월 13일은 ‘영국에서 가장 남자다운 여인’ 마가렛 대처의 탄생 90년이 되는 날이다.
마가렛 대처는 1925년 10월 13일 잉글랜드 중부 소도시 그랜섬(Grantham)에서 잡화상을 운영하던 앨프레드 로버츠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축복받았다고 말하기는 힘든 환경이었다.
오히려 상류층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녀는 신분 상승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다. 옥스퍼드에 입학할 때까지 그녀는 언제나 학교에서 가장 먼저 질문을 던지는 학생이었고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자신이 번 돈보다 많이 소비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 근면과 절약이 미덕이라는 사실은 어린 마가렛 로버츠가 체득한 진리였다.
대처의 ‘정치 가정교사’로 알려진 폴 존슨에 의하면 대처는 홀로 사색하는 것을 즐겼지만 “낭만은 전혀 없었다.” 어린 시절의 그녀는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같은 작품에 천착했으나 20세기를 통과하며 점점 득세했던 감성적 공동체주의는 끝내 그녀의 이성에 둥지를 틀지 못했다. 옥스퍼드에서 화학을 전공했지만 공동체주의와 대처는 화합하지 않았던 셈.
그녀는 소녀인 적이 없는 소녀였으며 미래에 ‘철의 여인’이라는 평가를 얻게 될 리더였다. 대처가 총리로 재임하던 당시 영국에는 “정신병 환자들도 총리 이름을 제대로 댄다”는 농담과 “영국에는 남자가 딱 한 명 있는데 그 이름은 마가렛 대처다”라는 농담이 유행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아요. 느끼기만 하죠.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문제가 뭔지 알아요? 유권자의 기분만을 신경 쓰는 사람들에게 지배당해야 한다는 거예요.” - 영화 <철의 여인(The Iron La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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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0월 13일은 ‘영국에서 가장 남자다운 여인’ 마가렛 대처의 탄생 90년이 되는 날이다. /사진=SBS CNBC 캡쳐 |
2013년 4월 8일. 마가렛 대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영국에서는 특이한 제목의 노래 하나가 음원차트 상위권으로 올라왔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 삽입곡인 이 곡의 제목은 ‘딩동, 마녀가 죽었다(Ding-Dong the Witch Is Dead).’
아무 생각 없이 들으면 그저 귀여운 노래 같지만 이 노래의 느닷없는 인기에는 서슬 퍼런 뒷얘기가 숨어 있다. 대처의 삶에 비판적이었던 반대자들이 고의적으로 이 노래의 mp3 음원을 구매했던 것.
그녀는 치매에 걸린 순간까지도 끊임없이 가방을 싸는 증상을 보일 정도로 평생 온힘을 다 바쳐 일했다. 하지만 그렇게 혼신의 힘을 다해 그녀가 지키고자 했던 영국 사람들은 죽음 이후에도 대처를 전폭적으로 사랑하진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마가렛 대처는 아웃사이더였다. 세상에서 가장 열심히 일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아웃사이더가 바로 마가렛 대처는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는, 2015년 10월 13일은 그런 날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