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정부가 통합 항공사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34개의 운수권과 슬롯을 저비용항공사(LCC)에 우선 배분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의 대형 사고 여파가 운수권 및 슬롯 배분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올해 상반기 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으로 두 항공사의 점유율이 50%가 넘는 34개 노선을 LCC에 재배분한다. 두 항공사가 운항하는 국제선 65개 중 26개, 국내선 22개 중 8개 노선이 재배분 대상이다.
이는 통합 항공사의 출범이 국내 LCC 입지 약화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다. 정부는 대형 항공사(FSC)들이 주로 운항해 온 유럽·서남아 등 중·장거리 노선의 운수권을 추가 확보해 LCC를 중심으로 배분, 취항 기회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관광, 비즈니스 탑승객 수요가 높은 '황금노선'인 중국(장자제·시안·베이징·상하이), 일본(나고야·오사카·삿포로), 인도네시아(자카르타), 태국(푸껫), 호주(시드니) 등이 주요 배분 대상 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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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항공 항공기./사진=제주항공 제공 |
운수권과 슬롯은 단순히 항공편 배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운수권과 슬롯은 항공사의 성장과 직결되는 중요한 자산이다. 국제선에서 '황금 노선'으로 분류되는 중국, 일본, 동남아 주요 도시의 운수권과 슬롯은 항공사 수익성을 크게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LCC는 이번 노선 재배분이 외형 성장의 디딤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황금 노선 확보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재배분 물량에서 발생하는 매출 규모는 업계 추산으로 약 9000억 원대에 달해 운수권·슬롯 재배분으로 국내 LCC 판도는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이번 운수권과 슬롯 배분은 LCC들에게 중요한 기회다. 업계에서는 이번 노선 재배분의 수혜자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거론됐다. 하지만 이번 제주항공 참사 발생으로 배분 경쟁에서 제주항공이 불리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평가 항목 중 안전성 평가의 비중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운수권과 슬롯 배분 평가 기준에서 ‘안전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설정하고 있다. 평가 항목은 △안전성(35점) △이용편의성(20점) △항공산업경쟁력강화(25점) △국가정책기여도(20점) △인천공항환승기여도(10점)로 총 110점이다.
한편 아직 사고의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만큼 제주항공이 특별한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고 원인이 조종사 과실이나 기체 결함 등 제주항공 내부 요인으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특히 결정적으로 무안공항 설계 문제가 사고를 키웠다는 인식이 커 제주항공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안전성 평가가 배분 점수의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제주항공의 과실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운수권과 슬롯 배분은 LCC 업계에 매우 중요한 기회다. 외형 확장을 위해서는 수익성 높은 황금노선 확보가 필수적"이라면서 "이번 배분 결과는 LCC 업계의 판도를 재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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