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 기록하던 현대차·기아도 주춤…SK하이닉스가 영업익 1위 차지할 듯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기업들이 지난해 4분기와 연간 실적 발표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번에 발표하는 실적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및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져 다수의 기업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전사 서초 사옥 전경./사진=삼성전자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실적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이 예상을 하회하면서 전반적인 실적의 기대치가 낮아졌다.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한 자동차 업계도 실적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연합인포맥스의 최근 1개월 내 발표된 컨센서스(실적 전망 평균치) 결과 현대차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조1626억 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98%, 전 분기로는 11.68% 감소한 수치다. 또한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직후에는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4조 원 내외였으나 최근 들어 3조 원대 초반으로 낮아졌다.

글로벌 도매 판매가 소폭 감소하고 지난해 말 달러 환율이 급등해 판매보증비가 수익성에 영향을 준 것이다. 기아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765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5% 많고 전 분기 대비 4.02% 적다. 기아도 영업이익 전망치가 3조 원대로 줄었다.

기아는 비교적 도매 판매가 견조했으나,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연말 환율 변동에 따른 회계적 요인이 수익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상장사 영업이익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업황 둔화에도 지난해 4분기 연결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 분기 대비 14.22% 증가한 8조296억 원으로 추정된다.

인공지능(AI)열풍에 고부가 제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출하량 증가가 범용 메모리 가격 하락을 상쇄해 실적을 방어한 것으로 풀이된다.

5세대 HBM인 HBM3E의 수요 확대로 전체 D램 매출에서 HBM 비중도 작년 3분기 30%에서 4분기에 40% 이상으로 늘었을 것으로 증권가는 바라보고 있다.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 정도로 나올 경우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을 추월한다. 전체 상장사 4분기 영업이익 1위도 유력한 상황이다.

또한 SK하이닉스는 2024년 연간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다만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10∼11월에는 8조5000억 원까지 올라갔으나 소폭 감소했다. 범용 메모리 업황 둔화 영향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침이 있었던 업종은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히 낮아졌다.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현상)에도 IRA(인플레이션 방지법) 세액공제로 영업이익을 기록하던 배터리 업계는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2255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및 전 분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IRA 첨단 세액공제 3773억 원을 제외하면 적자 규모는 6028억 원이다.

삼성SDI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4분기 영업손실 전망치가 1374억 원으로 적자 전환이 유력한 상황이다.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석유화학업계도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적자가 예상된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전망치는 LG화학 1500억 원, 롯데케미칼 1969억 원이다.

수치상 실적 개선이 기대돼도 세부적으로는 아쉬운 경우도 존재한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1917억원 으로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다만 IT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판매 부진과 희망퇴직 관련 일회성 비용 반영 등에 실적이 예상치를 하회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앞서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시장 기대치에 크게 모자라는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6조5000억 원이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약 30% 감소, 시장 전망치 7조7000억 원을 15%를 밑돈 실적이다.

LG전자의 작년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3.3% 감소한 1461억원으로 연결 자회사 LG이노텍을 제외하면 적자 가능성도 제기된다.

4분기는 실적 비수기로 통한다. 한국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국내 기업의 평균 4분기 영업이익은 예상치의 74%, 순이익은 59% 수준이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기업의 4분기 실적은 다양한 비용과 자산 상각 등의 이슈가 있어 계절적으로 부진하다"며 "여기에 IT 업황 둔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이번 실적 시즌의 심리는 특히 좋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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