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재차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상법 개정을 밀어붙였으나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미뤄졌는데 올해는 빠르게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상법 개정에 반대 의견을 내온 재계는 민주당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으로도 상법 개정의 폐해에 대해 알리면서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재계 내에서는 기업을 옥죄는 법안에만 속도를 낼 게 아니라 기업을 살릴 수 있는 법안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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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에서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민주당, 늦어진 상법 개정 재추진…재계는 여전히 반발
13일 재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달 안에 상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원래 계획은 지난해 상법 개정을 마무리하는 것이었으나 비상계엄 사태와 제주항공 참사까지 발생하면서 상법 개정 움직임은 소강상태를 보였다.
하지만 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위해 재차 움직이면서 이번에는 신속하게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달 안으로 법사위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올해 초 국회 문턱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재계는 민주당의 움직임에 걱정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경영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외에도 전자주주총회 도입, 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제' 예외 조항 삭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도 담겼다.
이 법안의 문제점으로는 무분별한 주주 소송 확대가 꼽힌다. 현재도 이사의 업무상 배임 신고는 연간 2000건에 달하는데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액주주들도 소송에 나설 수 있어 소송 남발이 우려된다.
또 해외 투기자본이 공격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해외 투기자본이 소액 지분으로도 경영권에 대한 공격이 가능해져 장기적인 사업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게 재계 주장이다.
재계는 상법 개정안이 추진되더라도 의견이 반영돼 절충안이 마련되길 바라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거부권 행사도 쉽지 않은 만큼 지속적으로 재계의 우려를 알릴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상법 개정까지 기업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며 “상법 개정보다는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합병·분할 관련 자본시장법 핀셋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 부담 낮추는 상속세 개정안은 부결…지원도 지지부진
이번 상법 개정 움직임에 맞춰 기업을 옥죄는 법안만 추진할 것이 아니라 기업을 지원하는 법안 추진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노란봉투법 재발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 범위 확대, 노조가입자 제한 요건의 삭제,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이 골자다. 노란봉투법도 민주당이 추진하면서 이미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탄핵 정국으로 인해 재입법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반대로 재계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은 부결됐다. 이 법안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민주당은 부자 감세라며 반대했고 결국 부결됐다.
산업 지원 법안들도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반도체 특별법은 부의 재정 지원과 연구·개발(R&D) 인력의 경우 주 52시간 근무 예외를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민주당에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글로벌 경쟁이 강화되는 움직임 속에서 신속하게 처리돼야 하는 법안이지만 늦어지고 있다.
전력 사용이 많은 AI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전력망 특별법과 해상풍력 특별법 등도 계류된 상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기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고 국가 경쟁력과 역동성을 높일 수 있도록 경제 전반의 낡은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우리 기업들이 보다 자유로운 투자와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과감한 세제 개선과 적극적인 기업 지원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과 같이 기업에게 규제로 작용할 수 있는 법안은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기업을 지원하는 법안은 처리가 너무 늦어지고 있다”며 “탄핵 정국이라고 하더라도 무쟁점 법안은 빠르게 처리해줘야 기업들도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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