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실손보험 개혁방안 발표…초기 실손 재매입 계획
꼬박꼬박 보험료 내고 이제 보장받으려니까 갈아타라니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실손보험의 손해율 악화로 적자가 지속되면서 금융당국이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보험료 인상 방지 등을 위한 5세대 실손보험 개혁안을 내놓은 가운데 초기 가입자의 재매입을 유도하는 방안을 발표해 소비자의 반발을 사고 있다.

1·2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자기부담금이 낮고 보장 범위가 넓어 5세대로 갈아탈 유인이 없어 재매입 효과가 미미할 경우 법 개정을 통해 강제 전환에 나선다는 방침으로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14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9일 ‘실손의료보험 개혁방안’을 통해 5세대 실손보험의 윤곽을 발표하며 1·2세대 실손보험 계약 재매입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5세대 실손보험으로 개정하면서 실질적인 개편 효과가 있도록 약관 변경 조항이 없는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보험사가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계약을 해지하게 한 뒤 5세대에 재가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는 가입 시 약관 상 재가입 주기가 없어 계약 만기인 최대 100세까지 기존 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2세대 실손 계약은 전체 실손 계약(3578만건) 중 약 1582만건(44%)에 달한다.

실손보험은 판매 시기, 보장 구조 등에 따라 △1세대 구실손(2009년 9월까지 판매) △2세대 표준화실손(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 △3세대 신실손(2017년 4월~2021년 6월 판매) △4세대 실손(2021년 7월1일부터 판매)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1세대는 자기부담금이 아예 없거나 5000원에 불과하고 2세대도 10~20% 수준에 그친다. 급여 10%(선택형 20%), 비급여 20%(특약 30%)인 3세대와 급여 20%, 비급여 30%인 4세대에 비해 자기부담이 크게 낮다.

이에 1·2세대 실손 재매입을 통한 5세대 전환율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세대 실손 가입자의 경우 고령자 비중이 높은데 그간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다가 보장받을 때가 되니 보장이 낮은 상품으로 갈아타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느냐는 것이다.

앞서 2021년 7월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된 후 보험료 반값 할인 혜택을 제공해 전환을 유도했음에도 과거 실손 가입자들은 대부분 갈아타지 않았다.

법 개정을 통한 강제 전환의 경우 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하는데다 개정된다고 하더라도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재가입 주기가 없어 약관 변경이 불가능한 1·2세대 실손과 달리 3·4세대 실손은 5세대 실손으로 전환이 불가피해 비중증·비급여 항목 본인부담률이 대폭 높아진다. 2세대 일부와 3세대의 경우 재가입 주기가 15년, 4세대는 5년으로 재가입 시기가 도래하면 현재 판매 중인 상품으로 재가입된다.

5세대 실손은 비중증·비급여 보장을 축소하고 중증 중심으로 보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행 4세대 실손은 주계약으로 건보 급여, 특약으로 비급여 진료의 본인 부담을 보장하는 구조다. 자기부담률은 급여에서 20%, 비급여에서 30%인데 5세대의 경우 급여 진료에서 일반·중증 환자를 구분해 자기부담률을 달리한다는 방침이다.

일반환자의 급여 진료비의 경우 건보 본인부담률과 실손보험 자기부담률을 동일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외래진료 시 의료기관 종류에 따라 건보 본인부담률은 30~60% 상당인데 실손에서의 자기부담률도 같은 수준(30~60%)으로 적용하면 결국 환자는 9~36%를 내게 된다. 기존에는 건보 본인부담률에 실손의 평균 자기부담률 20%를 적용해 환자가 최종 6~12%를 부담했던 것을 생각하면 대폭 인상되는 셈이다.

경증 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 방문 시 건보 본인부담률은 90%이고, 실손의 자기부담률 90%를 동일하게 적용하면 환자가 내는 돈은 의료비의 81% 상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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