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수 현대차그룹 HMG경영연구원 상무, 주목해야 할 글로벌 자동차 시장 주요 이슈 발표
올해 전기차 캐즘 회복세 크지는 않을 것…중국업체들 영향력 확대 주목해야 할 부분
[미디어펜=박재훈 기자]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가 15일 서울 서초동 자동차회관 그랜저볼룸에서 협회 신년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양진수 현대자동차그룹 HMG경영연구원 모빌리티산업연구실장 상무가 ‘2025년 주목해야 할 글로벌 자동차 시장 주요 이슈’를 주제로 발표했다.

양진수 실장은 2025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 상황에 대해 △저성장 △전기차 캐즘 지속 △중국업체 영향력 확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 변화 등 4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 한국자동차기자협회가 15일 서울 서초동 자동차회관 그랜저볼룸에서 협회 신년 세미나를 개최했다./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저성장 이어질 것…하반기로 갈수록 회복세

양진수 실장은 지난해 실적과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 산업수요 전망과 관련해 “지난해 미국과 서유럽 등 선진시장의 대기수요 실현과 중국의 판매 둔화로 회복세가 약화됐음에도 올해는 주요 시장에서 물가안정과 금리인하로 구매여건이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5년 연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산업수요는 전년 대비 1.9% 증가한 8587만 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지역별로는 △미국 1634만 대(전년 대비+1.9%) △서유럽 1510만 대(+2.6%) △중국 2269만 대(+0.5%) △인도 450만 대(+4.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 정상화로 회복세는 지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유지되며 증가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는 지난해 시장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와 금리인하 등 우호적 요인이 있지만, 대출규제 강화 및 경기둔화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 제약 등 비우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증가폭을 제한해 전년 대비 1.7% 증가한 162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해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공급 정상화, 대기 수요 해소에 따른 업체별 재고 증가 추세에 따른 저성장 기조가 확대되고 전기차(BEV) 시장 성장세 둔화가 이어져 업체 간 판촉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도 전기차 성장 둔화 지속…각 국가별 정책 변화 예의주시

   
▲ 양진수 현대차그룹 HMG경영연구원 모빌리티산업연구실장 상무가 15일 서초동 자동차회관 그랜저볼룸에서 진행된 신년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글로벌 친환경차시장은 전기차 캐즘(수요정체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성능과 가격 경쟁력이 제고된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판매는 증가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합친 친환경차 시장은 지난해 1716만 대 수준에서 올해 2073만 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 대비 올해 성장폭은 20.8%으로 지난해 성장폭인 29.3%보다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실장은 BEV 시장이 전년 대비 18.9% 증가한 1256만 대, PHEV 시장은 23.8% 증가한 817만 대를 기록하면서 전기차 증가세 둔화를 PHEV 시장 증가세가 만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 내 PHEV 시장의 급속한 증가와 중국 외 시장에서의 BEV 시장 증가폭 확대로 글로벌 BEV 시장에서 중국의 비중은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PHEV 시장의 성장세는 중국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전동차 시장은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가동을 비롯해 토요타, 혼다 등 아시아계 업체 중심으로 북미 내 전기차 생산을 본격 가동하고 신차 투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BEV 시장 성장폭이 확대됨에 따라 전년 대비 18.3% 증가한 194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테슬라를 비롯해 포드, GM(제너럴 모터스) 등 미국 업체들이 수익성 악화에 따른 전동화 속도 조절에 들어가는 것은 성장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환경규제 완화, IRA(인플레이션 방지법)등이 개정되면 예상 대비 전동차 시장 성장세가 더욱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서유럽 시장은 지난해 주요국에서 전동차 보조금을 중단 또는 축소하며 역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대폭 강화되는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완성차 업체들의 판촉 강화로 다시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해 전동차 시장이 전년 대비 21.5% 증가한 362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동차 구매 보조금의 중단·축소 추세가 지속되고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로 일부 수요 둔화 요인이 있겠으나 BYD(비야디) 등 유럽 현지에 생산거점을 마련한 중국 업체들의 BEV·PHEV 출시가 본격화될 예정이다. 또한 저가 BEV·PHEV 출시 및 업체들의 판촉 확대에 따른 소비자들의 부담 완화가 전체적인 전동차 시장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동차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은 BEV 시장 포화로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겠다. 하지만 PHEV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가 대폭적인 라인업 확대와 가격 경쟁력 강화 등을 앞세워 전동화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BEV는 전년 대비 13.1% 증가한 697만 대, PHEV(EREV 포함)는 전년 대비 25.1% 증가한 642만 대로 PHEV 시장이 BEV 시장과 유사한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업체의 영향력 확대…현지 생산으로 해외 판세 늘린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이슈가 되고 있는 중국 업체들과 관해서는 올해도 영향력 확대가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 내수시장 내 자국 브랜드 점유율이 60%에 육박하는 등 높은 장악력을 기반으로 수출 물량을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등 고관세 부과 대응책으로 현지 생산도 강화하며 해외 시장 진출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수출 물량은 이미 2023년 491만 대로 △일본 442만 대 △독일 311만 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11월까지 중국의 자동차 수출 물량은 535만 대로 일본, 독일과의 격차가 더욱 커졌다.

중국 업체들은 친환경차 중심 성장을 통해 이미 전동화 대중화에 진입한 결과로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췄으며 첨단주행보조 기술과 IT 기술을 바탕으로 자국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주요업체들이 자율주행기술, 스마트콕핏, OTA(무선 업데이트) 등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기능을 강화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차량의 '스마트화'를 선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 변화…합종연횡 강화 이어질 가능성↑

   
▲ 양진수 현대차그룹 HMG경영연구원 모빌리티산업연구실장 상무가 15일 서초동 자동차회관 그랜저볼룸에서 진행된 신년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이어 양 실장은 올해 자동차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변화에 대해서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 제휴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전략 변화를 꼽았다. 주요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등 핵심 시장의 판매 부진과 전기차 캐즘으로 미래 투자에 대한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구조조정과 전략적 협업, 나아가 합병까지도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도 같은 맥락의 움직임이 글로벌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3분기까지를 기준으로 폭스바겐의 영업이익은 129억 유로(약 19조3887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3억 유로(약 4조9559억 원)가 줄었다. 포드도 전년 대비 13억 달러(약 1조8993억 원) 감소한 81억 달러(약 11조8341억 원), 닛산은 전년 대비 1300억 엔(약 1조2017억 원) 감소한 900억 엔(약 8319억7800만 원)을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폭스바겐은 독일에서 3만 5000명의 인원을 감축한다고 발표했으며 닛산도 생산량과 인원 감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GM은 올해 BEV 100만대 목표를 포기했으며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올해까지 PHEV를 포함한 전동차 비중 5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2030년으로 연기했다.

이런 가운데 스텔란티스, 폭스바겐을 비롯한 유럽 완성차 그룹들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중국 업체들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중국의 립모터와 합작사를 폴란드에 설립해 리베징한 소형 전기차를 양산하기로 했다.  폭스바겐은 중국의 샤오평과 협력해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과 동시에 자율주행·배터리·차량용 소프트웨어·인포테인먼트 등 전방위적인 차량 아키텍처 관련 제휴를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일본의 2, 3위 완성차 업체인 혼다와 닛산이 수익성 제고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을 발표했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생산 및 구매 비용 절감, 전동화 및 SDV 전환을 투자 부담 완화, 경쟁력 제고를 모색할 계획이다. 

양 실장은 "최근 추세를 보면 테슬라를 비롯해 중국업체들의 성장세가 함께 주목해야할 부분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레거시 완성차 기업들도 변화를 주목하면서 중국업체들과의 협업을 검토하고 있고 추세가 빨라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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