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하락에도 국장 상승하는 '기현상'에 대하여
   
▲ 이원우 경제부 차장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아직까지도 시장에 맴돌고 있는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냉소적 농담에 대해선 여러 가지 할 말들이 있다. 우선, 지능이 높아야 투자를 잘한다는 관념 자체가 일종의 도시전설이다. 뉴욕 월가에 아이비리그 출신들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들이 항상 성공하는 건 아니다. 높은 지능이 오히려 판단을 망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모든 경영학 교과서에서 다루는 ‘천재들의 집합체’ 롱 텀 캐피탈 메니지먼트(LTCM)의 실패 사례까지 갈 필요도 없다. 아이작 뉴턴이 머리가 나빠서 투자에 실패했겠는가? 지능이야 어떻건 시장은 매번 심리에 휩쓸리고, 개별 투자자들은 이 심리의 파도에 어떻게 올라타느냐에 따라 투자 성과가 판이하게 달라지곤 한다. 

주식의 적정가치라는 건 마치 학창 시절에 인터넷에서 논쟁하던 ‘진정한 헤비메탈’, ‘리얼 힙합’ 같은 말처럼 극도로 주관적인 개념에 불과하다. 다들 각자 자기 생각이 있을 뿐이다. 어쩌면 투자란 적정가치라는 이데아(idea)를 찾아가는 집단적 군무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그래서 주식은 항상 상식보다 많이 떨어지고, 필요보다 강하게 올라간다.

표현이야 어떻든 작년 한 해 ‘국장 탈출’이 정답이었던 것만큼은 사실이다. 한국 주식은 떨어져도 너무 많이 떨어졌다. 전쟁을 한 나라보다도, 경제위기를 맞은 국가보다도 많이 내려갔다. 삼성전자 주식이 결국 5만원 밑으로 내려갔던 작년 11월 14일을 전후로 많은 투자자들이 ‘동학개미’라는 말을 온몸으로 거부하며 국장을 떠났다. 2025년은 그렇게 비탄과 한숨 속에서 왔다.

새해가 왔다고 근본적인 원칙까지 폐기되는 건 아니다. 한국 주식시장에 접근하는 기본자세는 미국 시장과의 연관성 속에서 사고하는 것이다. 미국이 떨어지면 한국은 거의 반드시 떨어진다. 미국이 오르면 한국은 ‘오를 수도’ 있다. 이 명제는 앞으로도 큰 틀에서 진실일 것이나 2025년 초에는 예외적인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미국이 떨어졌는데 한국은 오르는’ 기현상이 포착된 것이다.

   
▲ 2025년 초, 미국이 떨어졌는데 한국은 오르는 기현상이 포착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실제로 올해 들어 코스피는 약 4%, 코스닥은 약 6% 상승한 반면 미국의 다우산업지수는 보합, 나스닥 –1.4%, S&P500 –0.7%를 기록 중이다. 한국 증시 성적표가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

이는 장기적 관점에선 ‘일시적 현상’이겠지만, 적어도 올 한 해 한국 증시에 다시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히 된다. 해가 바뀌었다고 시장의 근본(펀더멘털)이 바뀌었을 리는 만무하나, 너무 많이 떨어졌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흐름은 바뀔 수 있다. 실제로 그게 바로 올해 초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작년까지의 비극이 올해는 반전의 토대로 변했다.

하루하루 시장에서 관찰되는 현상이 이러한데도 ‘작년과 달라진 게 없으니 올해도 국장은 사절한다’는 관점만을 고수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높은 지능이 돈의 흐름을 거부하는 불상사인지도 모른다. 모두가 저주를 퍼붓고 있는 바로 이 순간이야말로 국장에 주목할 시점이다. 

이 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빚투’를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국내 주식이 워낙들 많이 떨어진 만큼 바닥을 잡는 기간은 충분히 필요할 것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갑자기 표정을 바꿔 동화처럼 위로 질주하는 일을 오늘 당장 기대하긴 어렵다.

우선은 소규모 테마주들이 돌아가며 ‘읍‧면‧리’의 분위기를 바꿔주는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 매일 쏟아지는 특징주 기사들을 개별 아이템이 아니라 업종‧테마별로 재구성해서 흐름을 주시하는 전략도 유효해 보인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광역‧특별시’ 대형주들이 바닥을 잡고 고개를 들 것이다. 그 때 다시 미국 시장과의 관계성 속에서 면밀히 사고하며 전략을 갱신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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