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영 기자] 시장에서 잠시 자취를 감췄던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이하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한 ELS의 발행이 다시 시작됐다.

당국은 여전히 H지수 ELS 발행량을 줄여야 한다는 견해지만 업계는 당국의 구체적 지침이 부재한 상황에서 시장 수요가 있는 H지수 ELS 발행을 마냥 중단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이 잇따라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한 ELS 발행을 재개한다.

NH투자증권은 16일까지 'NH투자증권 ELS 제11692회' 등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쓴 ELS 3개 상품 청약 접수에 들어갔다. 청약이 끝나면 16일 해당 상품이 발행된다.

신한금융투자도 같은 날까지 H지수를 활용한 ELS 상품 5개를 판다. 또 대우증권은 15일까지 '대우증권 제14824회 ELS' 등 H지수를 낀 3개 ELS 상품 가입자를 모집한다.

이 밖에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다른 주요 증권사들도 H지수 ELS 발행 절차에 들어갔다.

H지수가 6월 고점(13,857.19)을 찍고 나서 30% 가까이 폭락하면서 대규모 ELS 원금 손실 우려가 제기되자 당국은 8월 말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ELS 등 파생결합증권의 기초 지수가 특정 국가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는지 지켜보고 필요하면 행정 지도로 제한 조처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6월 말을 기준으로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한 파행결합증권 잔액은 36조3000억원으로 전체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 94조4000억원의 38.5%를 차지했다.

증권업계는 금융위의 지침에 따라 9월부터 최근까지 H지수 ELS 발행을 사실상 중단했다.

하지만 최근 업계에서는 H지수 ELS에 대한 당국의 구체적 지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발행을 중단할 수 없다는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행사 간 논의를 거쳐 H지수 ELS의 발행 잔액을 점진적으로 30%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안을 마련, 10월부터 시행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당국은 더욱 낮은 수준을 요구해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며 "나중에 행정지도를 당해도 일단 수요가 있는 H지수 ELS 발행하자는 게 지금 분위기"라고 말했다.

아울러 H지수가 최근 수개월간 큰 폭의 조정을 받아 1만선 수준까지 내려와 추가 폭락 가능성은 작다는 인식이 퍼진 점도 H지수를 낀 ELS 상품이 다시 늘어나는 배경이 되고 있다.

ELS가 원금 손실이 나려면 대체로 가입 시점보다 40∼50% 이상 기초 자산 가격이 폭락해야 하는데 이미 바닥권에 있는 H지수가 또 그만큼 폭락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는 점에서 오히려 다른 국가·지역 지수보다 기초 자산으로서 안정성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또 일각에서는 당국이 H지수 폭락 사태를 보고 뒤늦게 규제에 나서면서 낮아진 지수대에서 안전하게 ELS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기회를 막아버린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한 증권사의 ELS 발행 업무 담당자는 "업계의 자율 규제안이 마련이 안 된 상황에서 대부분 증권사가 다시 H지수 ELS 발행을 재개했다"며 "현 H지수로 보면 오히려 안정적 구조의 ELS를 만들 기회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