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불황에 사옥 옮기는 건설사들…비용 절감해 재무 다지기
2025-01-21 11:01:11 | 조성준 기자 | abc@mediapen.com
DL이앤씨·SK에코플랜트 등 사옥 이전 계획
주택 경기 침체 대비 재무 건전성 강화 차원
주택 경기 침체 대비 재무 건전성 강화 차원
[미디어펜=조성준 기자]대형 건설사들이 잇따라 사옥 이전을 계획하면서 경영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건설경기 불황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비용을 줄이고 분위기 전환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 DL이앤씨가 올해 하반기 중 본사를 이전하는 마곡CP4 원그로브 전경./사진=태영건설 제공 |
18일 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한화건설 등이 본사 사옥을 이전하기로 결정했거나 검토 중이다.
DL이앤씨는 올해 하반기 중 강서구 마곡지구에 완공된 '원그로브'로 사옥을 이전하기로 확정했다.
DL이앤씨는 당초 2027년까지 디타워 돈의문에 있기로 했지만 임대료가 높다고 판단, 사옥을 이전키로 했다. 디타워 임대차 계약은 올해 말 만료되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하반기 중 옮길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 지주사인 DL도 올해 하반기 중 마곡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돈의문 디타워’를 NH농협리츠운용에 8953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계열사 DL건설도 서울 여의도 소재 FKI타워(한경련 빌딩) 계약이 만료되면 모처로 이동한다는 계획이다. 정확한 이전지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모회사 DL이앤씨가 자리잡는 마곡과의 거리를 고려해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SK에코플랜트는 2027년 하반기에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일대 오피스로 본사를 이전한다.
현재 종로구 수송동 사옥에 있으나 자리를 옮겨 자회사 SK에코엔지니어링과 함께 통합 사옥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건물은 LB자산운용이 시행을 맡고 SK그룹의 종합 부동산 기업 SK디앤디가 투자자 겸 자산관리(PM) 역할을 맡아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곳이다. 본사 이전을 결정한 SK에코플랜트가 건물의 시공을 맡았다.
애초 SK디앤디는 해당 오피스 건물을 지신산업센터 브랜드 ‘생각공장’의 영등포점으로 개발할 계획이어씨만 부동산 시장이 불황에 돌입하면서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대산업개발과 한화건설은 자사가 직접 지은 사업지에 입주한다는 방침이다. 자사가 개발을 맡은 사업지로 본사 이전을 추진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현재 용산역 아이파크몰에 있으나 노원구 광운대역세권개발사업지로 본사를 이전한다는 방침이다.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은 49층 규모 아파트·오피스·쇼핑몰·호텔 등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사업비만 4조5000억 원에 달한다. HDC현산이 시행과 시공을 모두 맡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도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부지로 본사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은 중구 일대 철도 유휴부지(면적 3만㎡)에 연면적 33만7298㎡, 지하 6층~지상 39층, 5개 동 규모의 전시·호텔·판매·업무 복합단지를 짓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한화 건설부문이 직접 시공하며, 강북권 최초로 2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이스(MICE) 시설이 들어선다. 준공 목표는 2029년으로, 사업비만 2조7000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건설사들이 이처럼 본사를 이전할 계획을 세우는 주된 이유는 부동산 침체에 따른 건설경기 불황 때문이다.
서울 중심지에 사옥을 둘 경우 높아진 사무실 임대료가 재무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불황이 장기화할 경우 수익은 낮아지는데 반해 지출만 커지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경영 효율화 차원으로 해석된다.
새 사옥으로 일거에 옮기면 분위기 전환 효과도 있다. 불황 탓에 전반적인 분위기가 침체됐기 때문에 새로운 곳에서 다시 도전하는 상황을 연출해 구성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당분간 침체될 것으로 보여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면서 "안정적 재무는 선제 조치가 있어야만 효과를 보는 만큼 미래를 대비하는 경영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