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화석연료 돌아오나”…정유·석화업계, ‘기대반 걱정반’
2025-01-21 11:46:53 |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트럼프 취임하자마자 석유·가스 시추 허용 방침 밝혀
정유업계, 정제마진 상승·석화업계, 원가 하락 기대
일각에서는 고환율로 인한 원가 부담 확대 우려
정유업계, 정제마진 상승·석화업계, 원가 하락 기대
일각에서는 고환율로 인한 원가 부담 확대 우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맞아 내심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석연료의 부활을 알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유업계는 석유제품의 수요 증가를, 석유화학업계는 원가 하락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고환율이 이어질 경우 원유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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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명령에 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
21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식을 진행하면서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폐기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석유·가스 시추 등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취임식에서 “우리는 전략비축유를 채우고, 미국 에너지를 세계에 수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했다. 파리 기후변화 협정은 지구 온난화 해결을 위한 국제 협약인데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1기 때에 이어 이번에 재차 탈퇴를 선언했다. 이는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석연료로의 회귀를 선언하면서 국내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업계는 정제마진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 정부에서 석유 시추를 허용하면서 원유 공급이 늘어날 전망이다. 원유 공급이 늘어나게 되면 국제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가격이 떨어지면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석유제품 수요가 늘어날 경우 정제마진도 자연스럽게 상승한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영비, 운임 등을 뺀 값으로 통상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평가한다. 정제마진은 대표적인 정유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만큼 상승 시 안정적인 실적을 올릴 수 있다.
석유화학업계 내에서는 원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석유화학업계의 대표적인 원료인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추출된다. 나프타는 NCC를 거쳐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등으로 재탄생한다.
나프타는 원유 가격과 등락을 같이한다. 트럼프 효과로 시추가 늘어나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 나프타 가격도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또 가스에서도 나프타를 추출할 수 있는데 가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시추를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원유·가스에서 나오는 나프타 모두 가격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가 하락은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중국과의 무역전쟁까지 벌인다면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에게도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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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석유화학단지./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인해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는데 이로 인해 환율이 높은 수준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1500원 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정유업계는 원유를 연간 10억 배럴 이상 수입하는 만큼 환율이 상승하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석유화학업계도 마찬가지다. 해외에서 기초 원료를 전량 수입하고 있어 환율이 오르면 원가 부담이 높아진다.
또 석유 수요 증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경우 전 세계적으로 물동량이 감소할 수 있으며, 석유 수요 역시 예상보다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화석연료로 귀환하겠다고 말한 것은 나쁘지 않은 신호로 친환경연료로의 전환에도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앞으로도 예의주시하고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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