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1500원마저 위협하는 강달러…기업들, 외화예금 줄가입
2025-01-21 11:53:46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안전자산 쏠림…지난달 5대 은행 달러예금 잔액 638억불, 한달새 5.7%↑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20일 본격 취임한 가운데, 우리 기업들이 고(高)환율을 의식해 은행 외화예금 가입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이 '강(强)달러' 여파로 1400원대까지 치솟은 까닭인데, 국내 다수 연구기관에서는 1500선마저 넘어설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에 환율에 가장 민감한 수출입 기업들이 은행 외화예금 가입에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12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은 1013억달러로 전월 말 대비 약 28억 7000만달러 급증했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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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20일 본격 취임한 가운데, 우리 기업들이 고(高)환율을 의식해 은행 외화예금 가입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이 '강(强)달러' 여파로 1400원대까지 치솟은 까닭인데, 국내 다수 연구기관에서는 1500선마저 넘어설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에 환율에 가장 민감한 수출입 기업들이 은행 외화예금 가입에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4년 12월 27일 오전 10시께 KB국민은행 딜링룸 모습./사진=KB국민은행 제공 |
거주자 외화예금은 지난해 9월까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는데 환율이 급등하면서 10월 -51억달러, 11월 -5억 4000만달러 등 2개월 연속 감소세로 전환했다. 하지만 12월 분위기는 달랐다. 환율은 오히려 1400원 후반대까지 치솟았는데, 대내외 불확실성 여파로 수출입 기업들이 예비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외화예금이 다시금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 12·3 비상계엄 여파로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진 영향도 한 몫 했다.
이에 기업예금은 한 달 새 31억 7000만달러 늘어난 반면, 개인예금은 3억달러 줄어들었다. 특히 주요 외화 중 달러예금은 전월 말 대비 약 38억달러 급증했다. 한은 관계자는 달러예금 확대에 대해 "수출입 기업의 예비용 자금 확보 등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집계치처럼 실제 국내 수출입기업들을 중심으로 최근 외화예금 가입이 부쩍 늘어나는 모습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말 달러예금 잔액은 637억 9700만달러를 기록해 한 달 전 603억 5500만달러 대비 약 5.7%(34억 4200만달러) 증가했다.
달러예금 잔액은 최근까지 롤러코스터를 그렸다. 지난 한 달 간 환율이 약 65.6원 치솟으면서 환변동성을 의식한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까닭이다. 이에 11월 말 589억 6855만달러였던 달러예금 잔액은 비상계엄 선포날인 12월 3일 608억 5864만달러까지 치솟았고 다음날 602억 360만달러까지 빠졌다. 이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날인 지난달 16일에는 예금이 638억 5075만달러까지 치솟았는데, 거듭 하락하면서 지난달 20일 609억 4683만달러까지 빠졌다. 이후 달러예금 잔액은 620억달러대에서 오르내리다, 지난달 31일 638억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에 환변동성에 취약한 기업들로선 '불확실성'이 올해 가장 큰 경영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환율은 거듭 출렁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관세 부과를 보류하기로 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오면서, 원달러 환율은 14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전거래일인 17일 주간거래 종가 1458.3원 대비 약 18.3원 급락한 값이다. 통상 관세를 인상하면 물가상승을 초래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를 지연시키고, 궁극적으로 강달러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권과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환율 추가 급등에 대한 우려감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발 관세 부과 보류와 더불어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금융당국의 조치 등이 조화를 이룬 까닭이다.
반면 장기적 관점에서 환상승 여파로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29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4%의 환율 변동은 통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바, 원달러 환율의 1500원 도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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