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지 않는 공영방송 이사들 민주주의·언론자유 수호 어려워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향한 광기어린 마녀사냥의 정국에서 얻은 의외의 수확이라면 쭉정이와 알곡이 확실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그동안 알곡인척, 동지인척 하던 자칭 보수와 우파들의 본색이 완전히 드러났다. 고 이사장이 방문진 이사장 직무와 관련이 없는 본인의 이념과 소신 때문에 야당 정치세력과 온갖 단체들로부터 인격적으로 모욕당하고 사회적으로 매도당하며 정신적으로 난도질을 당하는데 자칭 대단한 보수, 애국자들은 처음부터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특히 방문진에는 고 이사장과 함께 소위 애국활동을 하면서 그렇게 친분이 두텁다는 이들이 여러 명 있었지만 칼럼 하나, 아니 코멘트 하나 제대로 하는 이가 없다. 심지어 KBS 조우석 이사까지 나서서 “고영주 이사장은 우리시대의 의인(義人)이 맞다. 무너지는 대한민국 이념의 방파제를 온몸을 던져 막아내고 있는 사람”이라며 앞장서는데 여당 이사들이란 사람들이, 평소 고 이사장과 “애국동지”라던 이들은 찍소리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고영주 이사장 제거의 의미를 꿰뚫은 야당과 비겁한 이사들

방문진 3연임,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집행위원, 보수단체 회원 등의 타이틀은 좌파진영의 융단폭격을 홀로 맞고 있는 사람에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가장 먼저 뛰어나가 포탄을 같이 맞아줘야 할 자칭 ‘애국우파’ 인사들은 자기들이 유탄이라도 맞을까 쥐죽은 듯 조용했다. 그러고도 무슨 이승만이 어떻고 박정희가 어떠하며 애국, 종북좌파타령인가.

애국자들 중 자기혼자 살겠다고 동지 버리는 사람 봤나. 그나마 방문진 유의선 이사와 한균태 감사는 언론학자들로서 양심을 걸고 야당의 마녀사냥에 일침을 가하는 칼럼을 기고하고 언론코멘트를 했다. 두 사람은 평소 보수연, 우파연하는 이들도 아니었다. 술자리 우파의 기회주의적이고 비겁한 일면이 이번에 고영주 이사장 사태를 통해 명백히 증명된 것이다. 여당 이사들은 지난 8월 방문진 첫 회의 때도 자기들 눈앞에서 야당 이사가 이사장 사상검증을 자행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는데도 쥐죽은 듯 있더니 이번에도 침묵하고 있다.

   
▲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의 MBC 국감장은 ‘고영주 이사장 사냥터’를 방불케 했다. 이날 야당의원들은 작심한 듯 보였다. 고영주 때리기에만 몰두해 방문진 경영 감사와 관련 없는 개인의 정치 소신과 과거 발언만을 문제 삼았다./사진=jtbc캡쳐
야당이 고영주 이사장에 매카시 운운하며 역색깔론으로 맹렬히 공격하는 이유가 뭔가. 정신병자 운운하며 인간적으로 참기 어려운 모욕적 언사까지 불사하며 고 이사장 퇴출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뭔가. 박지원 의원이 밝힌 대로 내년 총선, 그 다음해 대선 때문이다. 고 이사장이 있는 방문진으로는 자기들이 MBC를 마음대로 요리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야당의 판단과 보는 눈은 무서우리만치 정확했다.

쫓겨날지언정 자기 소신은 굽힐 수 없다는 고 이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이사들은 허수아비나 다름없다거나 자신들과 적당히 타협(야합)이 가능한 인물들이라고 판단했을 야당의 선택은 영리했던 것 같다. 이런 방면으로는 도가 튼 야당이 그야말로 ‘나머지들’을 요리하는 거야 오죽 쉽겠나. 몇 번 망신주고 때리고 압박하면 찍소리도 못하는 사람들을 길들이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가. 방송장악이 별다른 건가. 팽두이숙(烹頭耳熟)이라고 했다. 고영주 한명 삶으면 나머지는 절로 삶아지는 것 아닌가.

언론현실 공부하지 않는 공영방송 이사들로는 미래가 어둡다

방문진 여당 이사들이 야당 공격에 저렇게 속수무책으로 눈치나 보고 있는 것은 비겁한 보신주의 체질만의 문제는 아니다. MBC와 방송, 언론에 대해 전혀 공부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를 모르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사들이 공부하지 않는 태도는 고영주 이사장 사태를 떠나서 심각한 문제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몸 사리고 자기보호막이나 쳐대기 바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방문진 이사는 폼이나 잡고 MBC 경영진과 어울리면서 골프나 치고 다니는 자리가 아니다.

아군에 총질하던 지난 방문진 이사들보다야 나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이번 이사들이 주는 실망감이 벌써부터 크다. 특히 역사상 유례없는 3연임이라는 불명예 기록까지 우파가 감수하도록 했던 이가 고영주 이사장 사태로 도전받는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나서기는커녕 존재감조차 찾아보기 현실은 절망감마저 준다. 우파가 그를 위해 단 1%도 희생할만한 가치를 찾아볼 수 없다는 진실을 마주하는 일은 괴로운 일이다.

필자는 다음 칼럼에선 방문진 이사들 못지않게 비겁하고 무지한 KBS 이사들의 행태도 짚을 것이다. 새누리당과 방문진, KBS 이사회의 무능이 그렇게 드러나게 되면 누누이 강조해왔던 언론단체가 왜 필요한지 많은 이들이 알게 될 것으로 믿는다. 공영방송 이사들이 자리나 축내는 허수아비 같은 존재로, 새누리당의 개념없음이 이 상태로 계속돼선 곤란하다.

방송장악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야당과 좌파세력의 교활한 작태를 보고도 분노하고 비판할 줄 모르고 바꾸려 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암담하다. 아니 그런 심각성조차 인식하지 못한다면 더 큰일이다. 자칭 민주세력이란 자들이 민주의 이름으로 한 인간에 대해 이토록 잔인한 행패와 탄압을 가하는데도 방관하는 이들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제대로 지키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위선적이고 기만적인 쭉정이들이 이 나라의 공영방송을 위태롭게 만들도록 그대로 구경만 하고 있어선 안 된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