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승부수’ 적중…“고려아연 경영권 지켰다”
2025-01-23 20:38:14 |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집중투표제·이사 수 제한 안건 모두 가결
영풍 의결권 제한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
영풍·MBK 측은 반발…법적 다툼 예고
영풍 의결권 제한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
영풍·MBK 측은 반발…법적 다툼 예고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던진 비장의 카드가 적중했다. 임시주총에서 영풍·MBK 측에 사실상 승리를 거두면서 앞으로도 현 경영 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영풍·MBK 측에서는 이번 임시주총 결과에 대해 반발하고 있어 향후 법적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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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3일 임시주주총회를 인행하고 있다./사진=고려아연 제공 |
◆‘집중투표제 도입·이사 수 제한’ 찬성률 70% 넘어
23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임시주총을 열고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과 이사 수 제한 설정에 관한 안건을 상정한 결과 모두 가결됐다. 두 안건이 이번 임시주총에서 향후 고려아연의 경영권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안건이었는데 모두 고려아연의 제안대로 결정됐다.
먼저 집중투표제는 901만6432주 중 689만6228주가 찬성표를 던져 76.4%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가 자신의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집중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10명의 이사를 선임한다고 가정하면 주식 1주당 10개의 의결권이 부여된다. 이에 소수주주의 영향력이 커지게 되고 지배주주에 대한 견제는 강화된다.
결국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영풍·MBK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분이 적고, 우호세력으로 지분이 나눠져 있는 최 회장 측에게 유리해졌다. 이번 집중투표제는 다음 주총부터 적용된다.
또 이사 수를 최대 19명으로 제한하는 안건도 찬성률 73.2%로 통과됐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고려아연 측 이사 11명, 영풍·MBK 측 1명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영풍·MBK 측에서 14명의 이사를 추천했다. 이들이 모두 선임될 경우 이사회를 장악하는 게 가능했지만 이사 수 제한 안건으로 이마저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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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고려아연 제공 |
◆순환출자고리 만들면서 영풍의 의결권 무효화
이번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최윤범 회장의 승부수가 적중했다는 평가다.
최 회장 측은 전날 고려아연의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은 최씨 일가 및 영풍정밀이 보유하고 있는 영풍 지분 일부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SMC가 취득한 영풍 주식 수는 19만226주로 영풍 전체 발행주식 수 184만2040주의 10.3%에 해당한다.
이는 상법 중 상호주 제한을 노린 것이다. 상법에서는 두 회사가 서로의 지분을 10% 이상 갖고 있는 경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SMC는 고려아연의 손자회사인데 영풍의 지분 10.3%를 확보하게 되면서 ‘고려아연-선메탈홀딩스-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가 새롭게 생겼다. 결국 상법에 따라 영풍이 보유한 25.4%의 고려아연 지분은 의결권이 없어졌다는 게 고려아연 측의 설명이다.
지난 21일 법원이 영풍·MBK 측이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해선 안 된다는 의안 상정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때까지만 하더라도 최 회장 측이 사실상 임시주총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고려아연 측은 집중투표제를 통해 영풍·MBK 측의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을 막으려 했으나 법원의 결정에 따라 임시주총에서 일반 투표를 통해 이사를 선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 회장이 영풍의 의결권을 무효화시키면서 영풍·MBK의 의결권 지분 46.72% 중 약 25.4%가 사라지게 됐고 고려아연이 사실상 임시주총에서 승리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측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보고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열리는 주주총회에서도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고려아연 측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영풍·MBK 측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SMC가 주식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상법 적용 대상이 아니며 상호주 제한 적용 대상도 아니라는 것이다. 또 SMC가 해외법인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날 영풍 측 대리인은 이런 점을 들어 임시주총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여전히 법적인 다툼의 여지는 남아있는 상태다. 장형진 영풍 고문 대리인 측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표결에 참여하면서도 적법한 절차에 의한 것을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 한 주주는 영풍의 의결권을 인정해달라면서 “나중에 법정에서 판단이 있을 것”이라며 “이 결정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의 판단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영풍·MBK 측도 “기형적 주총 진행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 더 이상 남아있을 의미가 없다”며 임시주총장에서 조기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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