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구속으로 '무능' 극복하려 했지만 되려 폐지론 부추겨
   
▲ 최인혁 정치사회부 기자
[미디어펜=최인혁 기자]‘과유불급’(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고위공직자범죄수서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43일간을 가장 잘 나타낸 사자성어라고 생각한다.

공수처는 사상초유 현직 대통령 구속 이란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면서 '불법' '편법' '무지'에 대한 비판을 남겼다. 온국민과 세계가 지켜본 사건을 맡아 법치주의에 흠집을 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와 구속 과정에서 '내란죄' 수사 권한 논란부터, 경찰 기동대 지휘권, 경찰 체포영장 집행 하청, 관인 대리 날인 및 딱풀 문서까지 위법과 편법 논란을 야기했다. 

공수처는 지난달 11일 공조본을 출범한 이후 검찰 특별수사본부로 사건을 이첩하기까지 실책에 실책을 거듭했다. 법조계에서조차 공수처의 수사에 대해 ‘무리수다’ ‘성급하다’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출석을 요구할 때부터 내란죄 수사 권한에 대한 분쟁 소지를 만들었다. 첫걸음부터 잘못 디딘 것이다. 공수처는 수사권한 논란에도 지난달 25일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는 윤 대통령에게 2차 소환조사일로 ‘성탄절’을 통보했다. 

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들에 따르면 통상 피의자들과 진행하는 일정 조율 절차조차 생략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일방통행’이었던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공수처가 윤 대통령 망신 주기와 같은 극적인 상황 연출에만 관심이 있다는 불신의 시선이 나왔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청구 과정도 부자연스러웠다. 준사법기관인 공수처가 스스로 수사 정당성을 훼손했고, 피의자가 반격에 나설 빌미를 제공했다. 공수처는 관할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을 ‘패싱’하고 서울서부지법을 통해 영장을 발부받았다. 관할을 벗어난 영장 청구에도 타당한 사유를 밝히지 않아 뒷말은 무성하게 나왔다.

특히 윤 대통령의 1차 체포영장을 발부한 영장담당 판사가 진보 성향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판사 쇼핑’ 논란이 발생하게 됐다. 더욱이 해당 판사가 발부한 수색영장에는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다’는 내용이 담겨 판사 쇼핑의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해당 문구는 논란이 일자 2차 영장 발부 당시에는 삭제됐다.
 
공수처는 수사 착수, 영장 발부 과정에서 무수한 의혹을 생성하면서도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않고 오로지 윤 대통령 구속에만 집념했다. 기본기조차 갖추지 못하고 속도에만 매달린 결과는 영장 집행 과정에서 ‘역량 미흡’으로 여실히 드러났다.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이대환 부장검사 등 수사관들이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에서 체포 영장 집행에 실패한 뒤 관저에서 철수하고 있다. 2025.1.3/사진=연합뉴스
공수처는 1차 영장 집행 당시 경찰 기동대 지휘권 논란에 직면했다. 윤 대통령 체포를 자신했지만, 피의자 측 법률대리인에게 법에 무지하다는 ‘일갈’만 당하고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굴욕을 겪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에 난항을 마주하자 경찰 특수본에 체포영장 집행을 기습으로 하청하고 거부당하는 웃기고 슬픈 사연도 만들어 냈다. 공수처는 지난 15일 경찰 특수본에 의지해 윤 대통령을 체포할 당시에도 55경비단장의 관인을 대리 날인한 정체불명의 ‘딱풀 문서’를 생성함으로써 ‘불법체포’의 여지를 남겼다. 

윤 대통령 체포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묵비권을 행사한 탓에 유의미한 조사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조사에 응하지 않자 ‘강제구인’을 포고했으나 이마저도 모두 실패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체포’와 ‘구속’에만 매달린 결과다.

공수처의 수사 행태도 문제로 지적됐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 변론 후 서울구치소로 복귀할 당시 윤 대통령을 강제구인 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서울구치소 대신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향함으로써 이 또한 실패했다. 

공수처는 ‘무능’을 지적받자 윤 대통령 병원 방문 계획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서울구치소로 비난의 화살을 돌린 것이다. 그러나 이후 이는 거짓 해명으로 알려지면서 공수처는 신뢰를 상실했다. 더불어 공수처는 오동운 공수처장과 간부들이 윤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당일 맥주와 와인을 곁들인 만찬을 즐긴 것도 들통나면서 수사를 이어갈 동력을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

공수처는 당초 윤 대통령을 오는 28일까지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조사를 매듭짓지 못한 채 지난 23일 사건을 검찰로 던져버렸다. 조사할 역량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속도에만 매달리다 ‘자포자기’한 셈이다.

공수처는 탄생 이후부터 줄곧 무능을 지적받았던 조직이다. 구조적 한계와 정치적 편향성 문제가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었고, 마땅한 수사 실적이 없었다는 것이 결정적 이유다. 공수처는 헌정사상 초유인 ‘현직 대통령 구속’을 통해 상황을 반전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좌충우돌하고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공수처는 이번에도 존재 자체를 스스로 증명하지 못했고 폐지론에 내몰리게 됐다. 공수처가 ‘전문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본래 설립 취지인 고위공직자의 범죄 엄단과 반부패 수사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해편 수준의 고강도 조직 재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