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충분한 충당금 적립해 건전성 관리해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트럼프 2기 첫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하면서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수경기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한국은행으로선 운신의 폭이 좁아진 셈인데, 최근 은행권 대출 연체율도 거듭 상승하고 있어 우려가 거듭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기업대출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데, 자금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 부실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에 연말 결산 시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고, 건전성을 관리하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트럼프 2기 첫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하면서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수경기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한국은행으로선 운신의 폭이 좁아진 셈인데, 최근 은행권 대출 연체율도 거듭 상승하고 있어 우려가 거듭 제기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했다.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정체되고 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지속한 까닭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새 정책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점도 금리동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동안 금리 동결이 필요하다'는 연준 위원들의 공개발언이 쏟아지면서, 일각에서는 연준이 5월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미 연준의 금리동결 소식에 한국은행의 속셈도 복잡해졌다. 계엄 사태로 소비 등 내수가 크게 위축되면서 한은이 2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추가 금리인하는 어려운 까닭이다. 한미 간 금리차 확대 및 원달러 환율 급등,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 등이 발목을 잡아서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3.00%로 오는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한차례 금리인하가 예상된다. 

한은의 금리인하 동력이 상실됨에 따라, 당분간 고금리 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은행권이 기업과 가계에 내어준 대출에 대한 건전성 우려도 거듭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52%로 나타났다. 이는 전월 말 0.48% 대비 약 0.04%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부문별로 보면 기업대출에서 부실이 심화되고 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60%를 기록해 10월 말 0.56% 대비 약 0.04%p 상승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이 0.03%로 전월 말 0.04% 대비 약 0.01%p 하락한 반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75%로 약 0.05%p 상승했다. 구체적으로 중소법인 연체율이 약 0.04%p 상승한 0.78%,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약 0.06%p 오른 0.71% 등으로 치솟았다. 

특히 1년 전과 비교하면 연체율 격차가 더욱 심화됐다. 2023년 11월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18%에 육박했지만 지난해 11월 대폭 개선하면서 0.03%까지 낮췄다. 반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2023년 11월 0.61%였는데, 지난해 11월에는 0.14%p 급등한 0.75%까지 치솟았다.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이 연체율을 줄인 반면, 중소기업은 거듭 부실해지면서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습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41%로 전월 말 0.38% 대비 약 0.03%p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전월 말 0.25% 대비 약 0.02%p 상승한 0.27%, 주담대를 제외한 신용대출 등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전월 말 0.76% 대비 약 0.06%p 오른 0.82%까지 치솟았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미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소식에 현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음에 우려를 표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30일 본원에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국내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회의에서 이 원장은 "미 연준이 시장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했으나,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를 암시하며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언급해 현재의 고금리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향후 발표되는 물가·고용 등 경제지표와 트럼프 정책 영향을 반영해 미 연준의 금리 경로가 결정됨에 따라 금리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일각에서는 관세·이민 관련 정책으로 물가압력이 상승할 경우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고 부연했다. 특히 오는 4월 1일 무역관행 검토보고서 발표를 전후해 트럼프 관세정책 우려가 부각될 수 있어 상반기 동안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가 계속될 것으로 진단했다.

이에 이 원장은 "대출동향, 채권발행 등 기업 자금조달 실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지원하라"며 "2024년도 결산시 금융회사가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유도해 내수부진, 부동산 침체에도 자금공급 기능이 위축되지 않도록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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