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위전체회의 미디어렙법상정 진통

5일 미디어렙법은 문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이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이 ‘KBS 수신료 인상안을 위한 소위 구성’ 안건을 기습 상정하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안건 상정 절차는 국회법 71조에 의한 것이다.

국회법 71조는 “위원회에서의 동의는 특별히 다수의 찬성자를 요하는 규정에 불구하고 동의자 외 1인이상의 찬성으로 의제가 될 수 있으며 표결에 있어서는 거수로 표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원제 한나라당 간사와 김재윤 민주당 간사가 안건 협의를 하지 못하자, 한나라당은 국회법 71조를 통해서 안건을 기습 상정한 것이다.

김재윤 민주당 간사가 전재희 문방위 위원장에게 민주당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김재윤 민주당 간사(우측)가 전재희 문방위 위원장에게 민주당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민주당측 대거 반발

민주당 의원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디어렙법과 연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절대 안된다. 오늘은 미디어렙법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모인 것이지, KBS 수신료 안건은 안건에조차 없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31일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자신들의 뜻대로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보이자 KBS 수신료 문제 때문에 한나라당이 연내 입법화를 막는다는 식의 괴변마저 내놓으면서 책임회피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분명히 밝히건대 한나라당은 양당의 협의과정에서 KBS 수신료 문제를 거론한 적이 결코 없다”고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한나라당은 성명서까지 발표하면서 수신료 인상과 미디어렙법은 상관이 없다고 했으면서, 갑작스럽게 수신료 인상안을 기습 상정하는 것은 국회의 정도를 벗어난 것이다. 국민적 반발을 살 것이다”고 지적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김재윤 민주당 간사가 “여야 간사가 합의를 하지 못한 안건은 안건 상정에 올릴 수 없다”고 먼저 입장을 표명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모두 웃었다.

심재철 의원이 “미디어렙법 안건은 KBS 수신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공영방송으로서 광고가 열악해지기 때문에 수신료를 통해서 종교방송과 지역방송을 지원해줘야한다. KBS 수신료 인상 및 KBS 공영화 논의를 위한 소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고 하자, 갑자기 옆에서 “동의합니다. 제청합니다”는 말이 나왔다.

그때 심재철 의원이 “국회법 제71조에 의하면 동의가 있으면 안건으로 성립하므로 오늘 상임위 전체회의에 안건 상정을 요청한다”고 하자, 어떤 직원이 국회법 책을 전재희 위원장에게 급하게 보여줬다. 10초도 안된다. 민주당 의원들은 상황 파악조차 하지 못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전재희 위원장은 방망이를 두드렸다. 대부분 기자들도 처음 목격하는 상임위 안건 상정 절차였다.

◆한숨 돌린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

덕분에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은 위기를 약간 모면했다. 최시중 위원장을 향해 민주당 의원들의 날카로운 공격이 예상됐지만, KBS 수신료 인상을 위한 소위 구성 안건 앞에서 최시중 위원장의 언론 보도 문제는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미디어렙법이 통과되느냐, 되지 않느냐는 진퇴양난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용경 의원이 “최시중 위원장이 계속 언론보도에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위원장의 입장 발표가 먼저 필요하다”고 요청했고, 최 위원장은 “김학인씨와 관련해서 먼저는 죄송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EBS 이사 선임 과정은 9명 중에서 1명을 선임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청탁이 생길 수가 없도록 되어있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교묘하게 말 바꾸기”

한나라당은 교묘하게 말을 바꿨다. 지난해 12월 31일 성명서와 관련해서 한나라당은 “수신료를 인상하자는 것이 아니라, 수신료 및 KBS 공영성 강화를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해서 논의하자는 것에 불과하다”고 돌려서 말했다. 즉, 수신료 인상 안건은 아니다는 주장인 것이다. 또한 “미디어렙법과 연계해서 KBS 수신료 인상 안건을 통과하자는 주장은 전혀 없다. KBS 수신료 인상 및 공영화 논의를 위한 소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니까, 안건을 제출한 것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