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금리인하 후 관망세로 돌아설 듯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월 정책금리를 동결하고 향후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달 28~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기존 연 4.25~4.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시작한 이후 11월과 12월 두 차례 연속 금리를 내린 연준이 처음으로 만장일치 동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3.00)과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는 1.50%포인트(p)를 유지했다. 연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금리를 묶은 것은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정체된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새 정책이 미칠 불확실성을 고려한 판단으로 분석된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노동시장 상황은 견조한 상태지만, 인플레이션은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근접했다"는 기존 표현도 삭제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는 기존보다 현저히 덜 제한적이고 경제는 강한 상황"이라며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연준이 향후 금리인하 속도 조절론을 시사하면서 이달 25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은의 고민도 커졌다. 내수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분위기 속에 12·3 내란사태로 경기가 더욱 위축되면서 추가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를 진작해야 한다는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작년 우리나라 경제는 2.0% 성장에 그쳤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23일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정부 예상치(2.1%)와 작년 11월 한은이 내놓은 전망치(2.2%)를 모두 밑도는 수준이다. 작년 4분기에는 비상계엄 이후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며 경제 심리가 위축됨에 따라 0.1% 성장에 머물렀다.

한은도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진작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금통위원들이 현재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한 상황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배경에는 달러당 1500원대를 넘보는 고환율이 자리한다.

시장은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이 더욱 커진 만큼 한은이 이달 금리를 0.25%p 인하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한미 금리차가 더 확대될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과 환율 급등을 자극할 수 있는 만큼 국내외 경기 상황을 지켜보며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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