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에이션 매력 여전…환율 하락시 주당순이익(EPS) 높아지는 효과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팔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순매도를 나타내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장 기간인 6개월째 순매도 행진을 지속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의 가치평가(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됐음에도 딥시크발(發) 충격 등 대외 요인이 매도세를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팔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월 한 달 동안 국내 증시에서 1조4444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코스피에서는 8973억원, 코스닥시장에서는 5091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로써 6개월 연속 순매도세를 기록하게 됐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7월 1조7154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이후 8월 2조8557억원 순매도를 시작으로 9월 7조6643억원, 10월 4조6641억원, 11월 4조4887억원, 12월 2조3243억원어치씩을 팔아 치웠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24일까지만 해도 240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31일만 무사히 넘겼다면 순매수로 전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설 연휴 직후인 31일 하루 동안에만 무려 1조2340억원에 이르는 물량을 던졌다. 이는 지난해 9월 19일 이후 최대 수준이기도 하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들의 순매도 배경으로 딥시크발 충격을 꼽고 있다. 

저비용·고효율 인공지능(AI) 모델을 중국이 내놓으면서 AI칩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만드는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반도체 대장주뿐 아니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전력설비주도 모두 지격탄을 맞았다. 구글·메타 등 미국의 빅테크들 역시 딥시크 출현으로 대규모 AI 투자에 신중한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감이 시장에 퍼졌고 투심 또한 위축됐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외국인 이탈을 부추긴 요인이라는 평가다. 지난달 30일 트럼프 미 대통령은 2월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방침을 재차 언급했다.

다만 향후 증시가 마냥 비관적인 것은 아니라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악재가 단기 반영되며 외국인들이 이탈했지만, 여전히 밸류메이션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까닭이다. 이에 짐을 쌌던 외국인들이 2월에는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 진정을 전망하는 외국인이라면 한국 증시가 더 싸게 느껴질 수 있다”면서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9배인데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 강세)한다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달러 기준 주당순이익(EPS)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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