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내 신차 판매 163만5000대…2013년 이후 최저
올해도 감소세 지속…1월 승용차 신규 등록 14.3%↓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경기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이 이어지면서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국내 신차 판매량은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고금리로 인한 금융 부담, 경기 불확실성,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등이 맞물리면서 소비자들이 차량 구매를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자동차 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10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2024년 자동차 내수판매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차 판매량은 163만5000대로 2013년(154만 대)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6.5% 감소한 수치로, 자동차 시장이 장기간 침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시장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신차 판매는 2020년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2023년 하반기부터 소비 여건 악화와 전기차 수요 둔화가 맞물리면서 감소세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 침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법인 및 자영업자의 차량 구매 감소다. 법인 및 상용차 시장은 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지난해 경기 둔화로 인해 기업 및 자영업자들의 차량 구매가 줄었다. 

지난해 법인 차량 판매량은 전년(2023년) 대비 3.4% 감소했다. 상용차 시장의 감소 폭은 더 컸다. 화물차 등 상용차 판매는 20% 이상 줄었으며, 특히 자영업자들이 선호하는 1톤 화물차의 수요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 르노코리아자동차 수출 차량 컨테이너 적입 모습./사진=르노코리아 제공

연령대별 신차 구매도 전반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신차 구매량이 증가한 연령대는 70대(0.8%↑)가 유일했다. 반면, 20대(12.1%↓), 30대(3.7%↓), 40대(7.4%↓), 50대(10.8%↓), 60대(8.3%↓)는 모두 감소했다.

특히 젊은 층의 구매 감소가 두드러졌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차량 할부금 부담이 커지면서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20~30대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중·장년층에서도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해 지출을 줄이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시장의 침체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총 12만3635대로 전년 동월 대비 14.3% 감소했다. 전월 대비로도 10.1% 줄어든 수치다. 

지난달 연령별 신차 등록 대수를 살펴보면 50대(2만3052대·전년 동월 대비 21.3%↓), 40대(1만9663대·19.3%↓), 60대(1만6618대·19.1%↓), 30대(1만5491대·18.3%↓), 20대(4772대·21.3%↓), 70대(4172대· 14.1%↓) 순으로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자동차 업체들은 위축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할인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특히 수입차 브랜드는 높은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격적인 할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기적인 대책이 소비 심리를 근본적으로 되살리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리 인하 등 경제 회복이 동반되지 않는 한 자동차 시장이 본격적인 반등을 맞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자동차 시장의 향방은 경기 회복과 금리 정책에 달려 있다. 경기 둔화가 장기화할 경우 소비 심리가 더욱 위축되면서 차량 판매 감소세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경기 회복과 정책적 지원 여부가 자동차 판매 흐름을 결정할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당장 미국 정부에 대응할 정치적 카운터 파트너가 없는 만큼 정부의 대책에 한계가 있고, 국내도 탄핵 정국으로 내수 시장이 위축된 상황"이라며 "작년에 이어 올해는 더욱 상황이 좋지 않다. 국내외 악재가 누적된 상태로 내수와 수출 모두 무너지는 최악의 한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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