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일본계 사모펀드(PEF) 오릭스PE코리아가 현대증권 인수를 전격 포기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19일 오릭스PE코리아와 현대그룹 등에 따르면, 오릭스PE코리아는 이날 현대증권 인수 결정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종철 오릭스PE코리아 대표가 일본 오릭스 본사까지 방문해 현대증권 인수를 주장했지만 본사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오릭스는 현대증권 인수를 위해 오릭스PE코리아를 만들었고, 지난 6월 현대그룹은 오릭스PE코리아에 발행주식의 22.56%를 6475억원에 매각하는 내용의 지분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지난 16일까지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를 해제할 수 있도록 거래 종결기한(롱스탑데이트, Long-Stop Date)을 뒀다. 결국, 오릭스 측은 주식매매거래를 해제키로 결정해 현대그룹에 통보한 것이다.

당초, 양측의 계약은 금융감독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 무난하게 마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변수가 나타났다. 현대증권 지분 9.54% 보유한 자베즈파트너스의 투자자 구성 관련 문제로 상당기간 서류 제출이 늦어지면서 금융당국의 대주주 승인심사가 3차례에 연기된 것.

금융당국에서는 자베즈파트너스와의 주주간 매매계약서 미제출을 제외하면 현재까지도 오릭스PE코리아의 대주주 적격심사에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지연되면서 자베즈파트너스-현대그룹간 연 7.5% 수익보장에 대한 이면 계약, 현대그룹 파킹딜, 야쿠자 자금 연관설 등 각종 루머가 돌면서 오릭스PE코리아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일본계 자금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 점은 오릭스PE코리아가 주식매매거래 해제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여실히 드러나 있다. 오릭스PE코리아는 보도자료에서 “투자자 구성과 관련한 문제로 금융당국의 대주주 승인 심사가 3차례에 걸쳐 연기되는 와중에 이번 거래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지속적으로 보도·재생산됐다”고 항변했다.

이어 “오릭스가 일본계 대부업체이며 야쿠자 자금과 연관돼있다는 설, 이번 거래가 ‘파킹 거래’라는 설, (현대증권 2대주주인) 자베즈 사모펀드(PEF)와 현대그룹 간 이면계약이 존재한다는 설 등이 보도되며 거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또 “오릭스는 기업을 상대로 한 여신 업무를 주로 영위하고 있으며, 오릭스 그룹에 속한 관계회사 중에서도 일반 서민을 대상으로 고금리의 대출 업무를 영위하는 대부업체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현대증권 매각 무산으로 김기범 전 대우증권 사장을 중심으로 구성됐던 오릭스PE코리아의 현대증권 인수단은 해산 수순을 밟게 됐다. 김 전 사장의 현대증권 사장의 꿈도 함께 날아가게 됐다. 현대증권을 팔아 재무구조 개선을 노리던 현대그룹에는 타격이 예상된다.

앞서 현대그룹은 2013년 12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3조3000억원 이상 규모의 고강도 자구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KDB대우증권이 매물로 나온 상황에서 현대증권의 매각을 재추진하기가 여의치 않은데다 오릭스PE코리아의 전례를 보면서 다른 외국계 자본이 선뜻 매수에 나서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워낙 낮은 가격으로 책정됐던 현대증권을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서 현대그룹에 악재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만기 없이 채권자에게 이자만 지급하는 영구채를 통해 자기자본 확충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