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야권은 19일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계기로 문·심·천 3자 연석회의를 열어 손을 맞잡았다. 이들은 앞으로 국정교과서 저지를 위한 ‘10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면서 지속적으로 접촉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움직임이 내년 20대 총선에서의 야권연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총선 연대는 먼 얘기”라면서도 이를 부정하지 않고 있다.

야권 재편을 부르짖으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대표에게 ‘너나 잘하시라’며 각을 세우던 천정배 무소속 의원도 앞서 이달 20일 전후로 예고했던 창당추진위원회 발족은 늦추면서 일단 문 대표와 손을 맞잡았다.

이들은 뚜렷한 근거 없이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는 친일·독재 미화 의도’라는 구호만 남발하는 새정치연합의 흑색선전에 적극 동조하면서 ‘초록동색’의 모습을 보였다.

   
▲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내년 1월 신당 창당을 천명한 천정배 무소속 의원(왼쪽부터)은 19일 3자 연석회의를 갖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1000만 서명 시민 불복종 운동' 공동 전개에 합의했다./사진=새정치민주연합 제공

천 의원은 이같은 공조가 국정교과서 문제에만 한정됐다는 입장을 보였고, 심 대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미련을 보이며 거대 양당에 이를 갈고 있지만 결국 각자 자신의 이해가 걸린 문제가 닥쳐오자 '덩치'를 불려 여권을 누르자고 타협한 셈이다.

‘식물국회’를 야기한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위해 내년 총선에서 180석 이상 의석 확보를 노리는 새누리당을 저지하기 위해 야권 통합이 거론될 것은 자명하다. 때가 되면 이들이 사실상 재차 세 불리기에 합의하고, ‘새정치 2중대’로 전락할 것이라는 예측도 어렵지 않다.

문 대표는 연이은 신당세력 출현과 내부갈등에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지난달 16일 당 공천혁신안을 중앙위에서 통과시키고 재신임 정국을 마무리지은 뒤 당권을 틀어쥐는데 성공했다.

그는 여전히 정의당과 천 의원 측을 단순한 선거연대 대상 수준에 그치지 않고 통합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후보 단일화가 대여(對輿) 전투력을 높인다는 발상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연대를 한다면 당 후보와 정의당 후보가 경쟁해 더 지지도가 높은 후보로 단일화하는 방식의 연대만이 가능하다”며 “그런 방식의 연대가 안 된다면 통합하는 게 답”이라고 말한 바 있다.

3자 연석회의에서는 교과서 문제를 제외하고 선거제도 개혁이나 노동개혁 등은 논의되지 않았지만, 문 대표는 여전히 통합을 내세우고, 심 대표는 국정교과서 및 노동개혁 저지, 선거제도 변경에 야권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야권 연대의 흐름은 거스르기 어려울 전망이다.

천 의원은 박주선 의원, 정동영 전 의원 등 탈당 세력이 복귀하더라도 “새정치연합으로는 정권 창출이 불가능하다”며 통합론을 일축, “연석회의와 신당창당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지만 여전히 기반세력이 불분명하다.

박주선 의원과 박준영 전 지사 등 여타 신당세력과의 접촉에 대해서도 “적절한 시기가 되면 만나게 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을 뿐이며 이달 중 발족키로 했던 창당추진위도 11월 출범할 것으로 알려져 내년 1월 신당 창당을 통한 야권 재편의 전망이 그저 밝지만도 않다.

정의당의 경우에는 선거제도 개혁을 연석회의 의제로 올려, '비례대표 축소 불가'라는 원칙에 합의하는 것을 전제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힘을 합치자는 입장이다.

심 대표는 2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총선 연대 가능성에 대해“일단 총선 문제는 아주 먼 얘기고 지금은 국정화 저지에 집중하자고 의견을 모았다”면서 “총선 연대 이전에 선거제도 개혁의 공조가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거대 정당과 의원들이 기득권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당의 리더십이 당내 기득권에 부화뇌동하고 당내 정치에 급급하다”며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면서도 “새정치연합이 선거제도 개혁을 전략적 우선순위에 놓고 힘을 집중했으면 한다”고 말해 스스로의 ‘밥그릇 챙기기’를 위해 거대야당에 기대는 듯한 발언을 했다.

아울러 야권공조 확대에 관해선 “(3자 연석회의에서) 일단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이 만나는 거니까 양당 간에 좀 더 논의를 진전시켜보자고 이야기를 끝냈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어 “(국정화 저지 1000만인 서명운동 등) 계속 공동 실천하면서 자주 만나게 돼 후속논의는 언제라도 필요에 따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