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처방 받은 상반기 대비 하반기 매출 영향 커…올해 타격 본격화 예상
약국 및 중견병원 상쇄 전략 한계…영업활동도 인력 피로도 높아져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의정갈등으로 인해 제약사들이 실적에 영향을 받고 있다. 대학병원의 부재를 약국 및 중견 병원을 통해 상쇄해오고 있었으나 올해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장기화되고 있는 의정갈등의 영향이 지난해 제약사들의 실적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부 제약사들은 의원급 혹은 중견병원으로 전략을 전환해 영향을 최소화하기에 나섰으나 올해는 이마저도 한계에 임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가장 제약사 중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 한미약품도 의정갈등의 영향을 받았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 1조4955억 원, 영업이익 2162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 중 영업이익은 2.0%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 감소에는 독감 등의 복합적인 이유가 맞물렸으나 의정갈등의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은 고지혈증 등의 제품들이 의정갈등으로 인해 하반기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상반기 의정갈등 장기화 조짐이 커지면서 환자들이 장기 처방을 받으면서 매출이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하반기에 재처방 시기가 맞물리면서 대학병원에서 진료 수가 줄어든 탓에 실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의정갈등의 장기화로 인해 영향을 받는 분야인 수액에서도 영향이 있었다. JW중외제약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7194억 원, 영업이익 82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로 각각 3.9%, 17.8% 감소한 수치다. 이 중 수액제 부문은 2470억 원의 매출로 전년의 2478억 원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HK이노엔 또한 지난해 2분기 수액제 매출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수액제를 주력사업으로 보유한 제약사들은 각각 수액 영업을 1·2차 병원으로 확대하는 전략으로 수정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의정갈등의 장기화가 전문의약품(ETC)을 비롯해 항생제, 수액제, 주사제 등의 원내 의약품 매출 비중이 큰 제약사일수록 타격이 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영업사원 활동에 있어서도 대학병원 방문이 자제되면서 중견 병원으로 활동을 확대했다"면서도 "장기화될수록 차선책으로 생각한 전략에 들어가는 인력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해외사업과 신약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는 R&D(연구개발)와 해외사업을 통한 실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국내 처방과 관련된 매출 확대가 앞당겨질 필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의정갈등 장기화에 따른 영향은 향후 포트폴리오 구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형병원에서 주로 진행되는 신약 임상시험에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됐으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연구 인프라에도 영향이 갈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에 따라 제약사의 실적이 상반될 것이라는 점과 더불어 영업활동으로 인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관계자는 "지난해는 약값이 쌀 때 더 사자는 약국이나 중견 병원 등이 버퍼 역할을 하면서 대학병원의 수요 감소를 상쇄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었다"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부 약품들이 장기 처방에 따른 사이클이 끝나며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지속적으로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