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송복 연세대 명예교수(78)는 22일 이념편향성 논란을 빚은 한국사교과서의 국정화 정책과 관련, “민간이 주도하는 검인정이 좋다”면서도 “검인정으로 했더니 가장 좋은 방법이 가장 나쁜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역사교과서개선특위 주최 ‘올바른 역사교육, 원로에게 듣는다’ 간담회에서 김무성 대표 등 여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어떻게 버렸는가-한국사’ 강연에서 이같이 지적한 뒤 “2002년 넘어서면서 검인정을 실시했는데 다양한 시각을 갖고 역사를 서술하도록 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는 다양성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시장주의자’라고 밝힌 송 교수는 원칙적으로 검인정제가 국정제보다 낫다는 견해를 갖고 있지만, 검인정제가 결국 역사교과서의 좌편향·획일화를 가져와 다양성이 완전히 파괴됐다며 “할 수 없이 그보다 덜 나쁜 방법인 국정화를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화·개방화·선두화 등 미래로 나가는 역사를 기술하는 국정화 작업 후, 4~5년이든 10년이든 해보고 다시 검·인정으로 돌아가는 방법도 있다”고 말해 궁극적으로는 교과서 시장을 민간에 맡기는게 낫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는 앞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영원히 국정화를 하자는 게 아니다”고 밝힌 것과 유사한 관점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송 교수는 “전체적으로 현재 교과서는 반 대한민국, 친북한적이다. 지금의 좌편향 역사교육은 학생들 뇌에다 독극물을 심어주는 것”이라며 “국사학자들은 그 독극물을 받아 마시게 하지 못한다며 국정화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아울러 “학교에서는 독극물이나 다름없는 상품을 학생들에게 제공한 것”이라며 “학생들은 권리도, 권한도, 힘도 없이 받아 마셔야 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교육현장에서의 교과서 선택권이 학생들에게 주어지지 않은 점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송 교수는 한국 국사학계를 “폐쇄되고 진화가 멈춘 곳”이라는 의미로 ‘갈라파고스’에 비유, “결국 운동권의 먹잇감이 돼 (지금도) 친일대 반일, 민족대 반민족, 민중대 반민중 등 40~50년 전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향후 국정교과서 필진 구성 시 다양한 각계각층 학자를 포함시키고 국사학자는 10명 중 2명 수준으로 최소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밖에 송 교수는 국정화 추진 절차가 잘못됐다는 여권 일각의 비판에 대해선 “한국 교과서가 이렇게 된 게 언제부터인가. 그동안 읽어보지도 않고 까막눈이다가 이제와서 절차 얘길 한다”고 맞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