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박근혜 대통령, 이종걸 원내대표./사진=청와대 제공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청와대에서 22일 진행된 대통령-여야 지도부 ‘5자 회동’에서는 근래 최대 현안인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놓고 참석자들 간 갑론을박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동은 참석자 간 덕담을 건네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됐지만, 원 원내대표 언급에 따르면 여러 의제 중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각당이 입장을 내세우며 30여분간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5자 회동이 끝난 직후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한 토론 수준의 대화가 있었다”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국정 교과서의 추진을 중단하고 민생과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라며 “저희는 지금 편향된 균형 잡히지 않은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얘기하며 아이들의 올바른 교육을 위해 교과서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여당 및 청와대와 야당 사이에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한 첨예한 대립이 있었고, 결론을 내지 못했음을 밝힌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회동 중 “이제 역사교과서는 국사편찬위와 교수 등 전문가에게 맡기고 국회는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이밖에 한국형 전투기(KF-X) 표류 사태와 관련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촉구하며 “대통령도 관련자들을 엄중히 문책하고 대책을 강구해달라”고 촉구했다. 청와대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반대에 대해선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을 무산시키 데 이어 공천제도 혁신을 위한 여야 대표 간 합의에 개입해 간섭한 것은 삼권분립과 의회민주주의에 반하는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교과서 문제와 관련 “(한국사) 교과서 문제는 사실 지금 집필진 구성이 안됐고 단 한페이지도 쓰여지지 않은 상황 아니겠나”라며 “그런 상황에서 예단해서 교과서를 친일이니 독재니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정말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균형잡힌 역사 교과서가 꼭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해해달라”며 국정교과서 추진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또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노력이 정치적 문제로 변질됐다”며 안타까움을 표한 뒤 “국민 통합을 위한 올바르고 자랑스런 역사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날 회동은 오후 3시부터 4시48분까지 110분간 진행됐다. 김 수석은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 성과와 경제정책을 비롯한 각종 현안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고 진지한 대화가 이뤄졌다"고 말했으며 원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뜨겁게 자기 주장을 펼쳤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노동개혁 5개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 처리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11월 중순까지 처리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시한내 처리 등을 여야 지도부에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 법안과 관련, "17년 만에 이뤄진 노사정 대타협인 만큼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노동개혁 5개 법안이 국회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통과시켜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지난 9월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에 3년째 계류된 경제활성화 법안들을 신속 처리키로 합의했고 이견도 충분히 좁힌 만큼 이를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해달라고 여야 지도부에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타결된 한·중, 한·뉴질랜드, 한·베트남 FTA에 대한 비준동의를 촉구하면서 특히 한중FTA의 경우 늦어도 11월 중순까지는 국회에서 비준동의 절차를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내년도 예산안을 작년처럼 법정시한 내에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어렵사리 성사된 이날 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원내대표는 시작부터 서로 덕담을 건네며 ‘폭풍전야’와도 같은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앞서 박 대통령이 19일 현기환 정무수석을 통해 여야 지도부에 5자 회동을 제안했지만 야당은 3자 회동을 역제안, 이후 회동 형식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졌고 이날 오전까지도 대변인 배석 여부를 놓고 파행 위기가 고조된 것에 비하면 예상 밖의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은 먼저 청와대 본관 회의실에 입장해 “안녕하세요. 어서오십시오. 반갑습니다”라며 여야 지도부 4인을 맞은 뒤 “사이가 좋으신 것 같다”며 덕담을 건넸고 이에 원 원내대표는 자신과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의 이름 중 한 글자 씩 따 “19대 국회 마지막 회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한다”며 화답했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이날로 3일째를 맞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공통 화제로 삼아 상봉 정례화, 서신교환·생사확인 요청의 필요성 등에 공감했다.

약 4분간의 환담 직후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으며 이와 함께 이 자리에 배석했던 김학용·박광온 여야 당대표비서실장과 김영우 여당 수석대변인, 유은혜 야당 대변인이 방에서 모두 퇴장했다. 청와대에서는 이병기 비서실장과 현 정무수석이 비공개 회동에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