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비명계, 檢과 짜고쳐' 폭탄 발언…'오픈프라이머리' 견제구?
2025-03-06 16:49:14 | 진현우 기자 | hwjin@mediapen.com
"민주당 유력 인사에게서 표결 앞두고 '당대표 그만둬라' 이야기 듣기도"
당내 비명계·조국혁신당,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요구…"이 시점에 의미심장"
당내 비명계·조국혁신당,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요구…"이 시점에 의미심장"
[미디어펜=진현우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을 겨냥해 지난 2023년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당내 일부와 (검찰이) 짜고 한 짓"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당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친명(친이재명)·비명을 망라하고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당내 비명계와 조국혁신당 등이 꺼내든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에 견제구를 날린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유튜브 '매불쇼' 채널에 출연해 지난 2023년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를 회고하며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벌인 일, (당 내부에서) 나한테 비공식적으로 요구한 것, 협상으로 제시한 것을 맞춰보니 (검찰과) 이미 다 짜고 한 짓"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짰다는 증거는 없고 (내가 말한 것은) 추측"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9월 검찰에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정부로부터 체포동의안 대상자로 올랐다. 본회의 표결에서는 과반수 미달(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표)로 부결처리 됐지만 민주당 내부에서 최소 31명이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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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이 대표는 전날 '매불쇼'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둔 당해 6월에는 한 민주당 유력 인사로부터 '사법 처리 될 거니까 당대표를 그만둬라' '그만두지 않으면 일이 생길 것 같다. 본인을 위해서나 당을 위해서나 사퇴하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4·10 총선 과정에서 비명계 의원들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한 것을 두고서는 "경선에서 당원들이 다 가려내버렸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폭탄 발언'에 비명계는 반발했다. 21대 당시 국회의원이었고 현재 대선 잠룡 중 한 명인 김두관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며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주자와 릴레이 회동을 하면서 말한 통합이 거짓말이고, 쇼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비명계 '희망과 대안' 포럼 이사장이자 초일회 간사인 양기대 전 의원도 전날 '초일회 입장문'에서 "이 대표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동료의원들이 검찰이나 국민의힘과 내통했다고 한 것은 동료에 대한 인격모독이고 심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앞에서 웃고 뒤에서 칼 꽂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1기 이 대표 체제에서 최고위원을 지내고 친문(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악수 중 악수"라며 "(이 대표 발언에) 침묵하면 그런 뒷거래가 있다는 데 동의하게 되는 것이고, 말을 얹을수록 당내 분열은 증폭될 것이어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대세론'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통합 행보를 하면서 구태여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의구심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은 비명계의 입장에서는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당시 이 대표와 투톱 체제를 이뤘던 박광온 당시 원내대표가 사퇴했고 친명계와 비명계 간 갈등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최근 비명계를 중심으로 분출되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 형식 경선 요구에 대해 전날 발언을 통해 견제구를 날린 것이 아니냐는 일각에서의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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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가 3월 6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홍보관을 찾아 이재성 부산시당위원장(사진 가운데)과 전재수 의원과 함께 부산신항과 북극항로 개척 설명을 들은 뒤 박수를 치고 있다. 2025.3.6./사진=연합뉴스 |
'친노(친노무현) 적자'로 불리는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달 4일 자신의 SNS에 "국민의힘은 지난 2021년 부산시장 경선에서도 국민 지지도가 높았던 박형준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100% 국민 경선을 추진한 사례가 있다"며 민주당도 오픈프라이머리 같은 '적극적 경선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을 시사했다. 조국혁신당 역시 지난 4일 민주당 등 범야권 세력을 향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박광온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의 야권 연합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를 놓고 이리저리 잴 이유가 없다"며 "민주당을 통합하고, 야권을 통합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통 큰 방식"이라고 호응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비명계와 혁신당의 오픈프라이머리 요구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 이야기가 더 이상 확대되지 못하게 하려고 그 이야기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며 "2년 전에 이미 끝난 일인데 지나간 일을 당내 통합이 중요한 시점에서 굳이 먼저 꺼낸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