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시장에서의 1등은 대중 수요를 가장 잘 충족하는 1등 봉사자
세상에 동일한 것은 없다. 동일한 사람도 없다. 외모, 성격, 능력, 감정, 의욕 등 모두 다 제각각이며, 이들이 만들어내는 산물 역시 모두 다 다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격차를 줄이자, 격차를 없애야 한다는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하곤 한다. 과연 바람직한 현상인지, 격차를 인정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동일하게 만들려 하면 자연의 조화는 깨진다고 취지에서 자유경제원은 예술인들과 함께 22일 ‘격차, 그 지극한 자연스러움’ 예술인이 본 격차 제2차 세미나를 열었다. 아래 글은 세미나에서 패널로 참석한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예술 분야의 격차는 자연스런 현상

예술 세계에도 다른 어느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격차가 존재한다. 예술인들도 남들 보다 앞서나가고 싶어 하고, 경쟁에 뛰어들고 싶어 하는 본능적인 욕구를 갖고 있다. 또한 경쟁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뒤처질 수도 있기 때문에 경쟁을 피하고 싶어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그 정도의 차이가 있고, 격차는 인간의 본성으로 인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예술 분야의 격차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예술 시장에서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

우리는 모두 다른 배경에서 다른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 누군가는 섬세한 손을 갖고 태어날 수도, 좋은 목소리를 갖게 될 수도 있다. 누군가는 뛰어난 미적 감각을 갖고 태어나는가하면, 절대 음감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운 역시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좋은 가정환경에서 우수한 교육을 받으며 자랄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예술적 재능을 일찍이 알아봐주는 스승을 만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뛰어난 예술적 감각을 가졌음에도 무시당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만약 추신수 또는 류현진 선수가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지금처럼 대접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미켈란젤로는 그의 재능을 알아본 메디치 가문의 지원을 받아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반면, 다빈치는 그의 생에서 제대로 된 후원을 받지 못했다.

지금은 자본주의 시대다. 자본주의가 성숙한 만큼 민주주의가 발전했고 사람들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거나 선택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시장에서 자유롭게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만히 앉아서 기다린다고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찾아내야 한다. 스스로의 노력에 따라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격차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주어진 조건과 환경에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열정과 노력이다. 자신이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 능력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 반면 크게 돋보이는 재능을 가지진 못했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능력을 개발하려는 예술인도 있다. 난청과 청각상실로 인해 음악활동이 매우 힘들었던 베토벤이었지만 피아노 소리를 느끼기 위해, 입으로 문 막대기를 공명판에 대어 그 진동을 감지하고자 노력했다. ‘절망하여 죽으려 생각했으나 예술이 나를 붙잡는다.’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베토벤은 음악에 열정을 쏟았다.

   
▲ 예술 시장에서의 1등은 대중의 수요를 가장 잘 충족시키고 있는 1등 봉사자다. 조수미, 싸이, 백남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스타 예술가가 탄생하게 되는 배경이다. (사진왼쪽) 백남준 작가의 '철이 철철-TV깔대기,TV나무' (사진오른쪽) 김택기 작가의 '로보트 태권도 브이 시리즈'. /사진=미디어펜 고이란 기자

열정의 차이, 노력의 차이로 인해 성과에서도 격차가 발생하게 된다. 베토벤이 이룬 음악적 성과는 현대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보상의 격차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자 하는가에 달려있다. 100m 달리기에는 결승선이 있지만 예술 시장에서는 심미성에 대한 절대적 목표치나 기준이 없다. 피카소가 “예술은 비즈니스다”라고 말했듯이 결국 예술가들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자신의 예술에 좋은 평가를 내리길 바란다. 예술시장에서 궁극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격차는 현재와 미래의 수요자들의 선호와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격차를 없애려한다면 모두가 손해

만약 수요자들의 선택에 따라 발생하는 격차를 없애려한다면 어떻게 될까? 보상의 격차가 없으면 예술작품을 만드는 작가 입장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을 이유가 없어진다.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술인들의 작품 활동은 게을러지게 된다. 장르는 획일화되어 다양성은 사라질 것이고, 작품수준의 향상은 물론이거니와 작품의 수를 증가시킬 인센티브도 줄어들 것이다. 결국 예술 시장의 성장은 없고, 전반적인 문화수준의 하락 역시 당연한 수순이다. 1/n로 분할되어 있는 전체 파이 크기가 작아지기 때문에 예술인들과 예술 수요자들의 후생 역시 감소한다. 이런 몰락 현상은 평등주의를 앞세우는 사회주의 방식의 세상에서 늘 일어나는 일이다.

일부에서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지 못한 예술 분야나 예술인을 약자로 보는 시각이 있다. 경쟁에서 뒤처진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이를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로 둔갑한다. 이는 잘못이다. 경쟁에서 우위에 있지 못하다고 해서 약자로 볼 이유가 없다. 그저 선택 받지 못한 경쟁자일 뿐이다.

분명 약자에게 온정의 손길은 필요하다. 스스로 삶을 유지할 수 없는 소년소녀 가장, 장애인, 노약자 등이다. 그들에게는 사회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경쟁에서 뒤처진 경쟁자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스스로 혁신해야 하는 경쟁 주체일 뿐이다. 이들을 약자라고 하면서 보호하려는 시도는 격차를 없애려는 시도처럼 바람직하지 않다.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면서 보호정책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양성은 소비자가 선택하는 범주 내에서 이미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억지로 법이나 정책으로 특정한 분야의 다양성을 강제하게 되면 소비자의 후생감소와 사회적 비효율성을 높이게 된다.

스크린쿼터제가 대표적인 예다. 소비자로부터의 선택을 무시하고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영화를 강제 상영하는 제도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영화를 보길 원하지만 특정 생산자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강제로 소비하도록 할당하는 규제다.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것을 법으로 강제해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다양성과는 무관하다. 그것은 생산자에게 특혜를 제공하려는 잘못된 규제일 뿐이다.

   
▲ 1등 예술가가 더 성장하고, 기존의 싸이, 조수미, 백남준을 능가할 예술인들이 나오게 하려면 격차를 인정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싸이 강남스타일의 유튜브 20억 조회수를 기록하며 만든 일러스트. 미국 및 글로벌 시장을 제패했던 싸이는 한국 가수 중 세계 가요시장에서 역대 최고의 인지도를 자랑한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예술 시장에서 다양성을 강제 배급하려는 정책은 수요가 없는 예술, 선택 받지 못한 예술이 시장에서 기생하도록 만든다. 영화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은 예술가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창작활동이 아닌 세금으로 연명하게 만들 뿐이다.

혹자는 시장에서 수요가 없으면 해당 예술작품이 사장되어야 하냐고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특정 분야의 활동에 애정을 갖고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분야는 상업행위가 아닌 취미생활로 하는 것이 순리다. 나에게 소중한 일이라고 해서 세금으로 그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은 다른 분야를 희생시키는 일이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예술시장에서의 격차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소중한 것들

격차는 기본적으로 시장 참여자에게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능력의 차이, 노력의 차이가 결국에는 보상의 격차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격차는 경쟁으로 이어진다. 나태해졌다가는 언제 나의 시장 지위가 상실될지 모른다. 예술시장 내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예술가들에게는 그들의 인지도, 보상을 얻으려는 유인을 만들어 낼 것이다. 반대로 인지도가 낮은 예술인들은 자신의 작품이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더 많은 예술 작품을 내놓으려 할 것이며, 자신의 예술 기법을 혁신하고 향상시키고자 노력할 것이다.

노력 여하에 상관없이 시대의 변화, 소비자의 선호 변화, 유행의 변화 등에 따라 보상이 달라질 수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에 따라 보상에서도 격차가 발생한다. 소비자는 새로운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그러한 새로운 분야로의 선호이동과 선택으로 인해 장르의 다양성도 빠르게 확대된다.

기술의 변화는 대규모의 작품 세계를 가능케 하고 점차 분업과 전문화 수준을 높인다. 기업 생태계에서 분업이 발생하고, 국가 간 교역에서 분업이 일어나듯이, 예술 시장에서도 비교우위에 따른 분업이 일어난다. 첨단기업을 동원하는 새로운 예술 분야를 창출해 내려는 예술가의 노력은 그 분야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남들보다 잘하는 예술을 찾기 위해 개인적으로는 피 말리는 노력이 요구될지도 모른다. 밤을 지새우며 새로운 작품에 대해 고민할 것이고, 인기를 얻기 위한 방법을 연구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헛된 것이 아니다. 격차는 그런 발전의 원리가 작동하게 만드는 기제다. 예술가의 격한 창작활동은 새로운 시도를 낳고, 소비자로 하여금 다양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해준다. 즉 예술 분야에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며, 예술 시장에서도 다양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예술 시장에 들어오는 젊은 예술인들은 새로운 시도들을 한다. 길거리에서 캔버스에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손에 물감을 발라 아름다운 색감의 그림들을 판매하기도 하고, 한때 담벼락 낙서 정도로 치부되던 그래피티가 예술로 부상하기도 하였다. 난타라는 새로운 예술 장르가 등장해 어느새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활동으로 인정받았고, 한국의 난타공연 팀들은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난타에 무용이 덧씌워지는 퓨전 장르가 출현하고, 새로운 시장이 개척된다. 인터넷 매체들로 젊은 대중에게 다가갔던 인터넷 소설이 그랬고, 웹툰이 만화산업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각 분야에서 꾸준히 노력을 기울여온 예술가들은 시장에서 보상을 누리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격차다.

   
▲ 사진은 자유경제원이 22일 주최한 ‘격차, 그 지극한 자연스러움’ 예술인이 본 격차 제2차 세미나에서 패널로 참석한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의 모습. 최 부원장은 예술 분야의 격차는 자연스런 현상이라면서 “예술시장에서의 격차가 오히려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을 가져다준다”고 강조했다. /사진=자유경제원

능력의 부재로 말미암는 격차가 있을 수도 있다. 경쟁하는 과정에서 1등과 꼴찌의 보상은 수백 배 이상의 차이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대중이 그만큼 그 예술인의 작품을 원했다는 것이고, 예술 시장에서의 1등은 대중의 수요를 가장 잘 충족시키고 있는 1등 봉사자인 것이다. 조수미, 싸이, 백남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스타 예술가가 탄생하게 되는 배경이다. 재미와 작품성이 있는 예술 작품을 소비자가 외면하는 일은 없다.

이렇듯 보상 격차로 인해 예술가들은 소비자들이 어떤 예술을 원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당연히 소비자들이 원하는 작품을 공급하기 위해 경쟁이 촉진되며, 소비자들의 예술 문화 접근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경쟁으로 말미암아 근대 미술사에서는 예술 작품의 소비계층이 대중으로 확산되었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계층이 넓어지게 되었다.

1등 예술가가 더 성장하고, 기존의 싸이, 조수미, 백남준을 능가할 예술인들이 나오게 하려면 격차를 인정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 예술 시장이라고 해서 특별히 격차를 줄일 이유가 없으며, 보조금 정책으로 다양성을 강제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격차의 자연스러움을 인정하는 것이 더 나은 예술 세계를 만드는 기반이 된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