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어피티니 컨소시엄 간 풋옵션 분쟁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면서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3일 교보생명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이 각각 교보생명 보유 지분 9.05%와 4.50%를 신한투자증권 등 금융회사에 매각했다.

거래가격은 초기 투자가격(주당 24만5000원)보다 1만1000원 낮은 주당 23만4000원으로 파악됐다.

   
▲ 사진=교보생명


당초 시장에서는 어피니티가 풋옵션 행사 가격으로 주당 약 41만원을 제시했고, 교보생명 측은 시장가치를 주당 19만8000원(2023년 8월 자사주 매입 기준)으로 보고 있는 만큼 양측의 가격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어피니티의 최근 리더십 교체 등을 계기로 양측의 지속적인 소통 끝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이 교보생명과 시장 안팎의 평가다.

이번 거래로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하기 위해 구성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4개 펀드 중 2곳이 엑시트를 결정하면서 컨소시엄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이번 매각을 통해 어피니티와 GIC가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은 각각 일본계 금융그룹인 SBI그룹과 신한·한국투자증권 등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에 넘어가게 됐고, 신창재 회장은 본인과 특수관계인(39%), SBI그룹, SPC 등 과반의 우호 지분을 확보했다.

교보생명의 또 다른 재무적투자자(FI)인 IMM PE·EQT(각각 5.23% 보유)도 조만간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7년간 이어져 온 풋옵션 분쟁이 완전히 종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신 의장과 재무적투자자(FI)들 사이 풋옵션을 둘러싸고 벌어진 분쟁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어피니티는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에 매입하면서 신 의장과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은 2015년 9월 말까지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어피니티 측이 풋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신 의장 측에 매도할 수 있다고 정했다.

그러나 교보생명의 IPO는 불발됐고, 어피너티는 2018년 주당 가격 41만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어펄마캐피탈은 당시 39만7900원에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비슷한 행보를 보였고, 어피니티와 함께 신 회장을 상대로 1·2차 국제 중재 소송을 이어왔다.

신 의장은 지난달 7일 어펄마캐피탈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5.33% 전량을 주당 19만8000원에 다시 사들이면서 풋옵션 분쟁 해결에 실마리를 얻게 됐다.

이에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보생명이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인적분할 이사회 결의, 주주총회 특별결의, 금융위원회 인가 승인, 지주사 설립 등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간 분쟁 상황에서 주총 결의에서 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에 분쟁 상황이 마무리되고 컨소시엄이 해체되면 인적분할에 반대할 주주가 없어지게 된다.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IPO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다른 금융사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자 우선 손해보험사 인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롯데손해보험 등 시장에 나와있는 매물들의 재정 건전성이 좋지 않아 인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72억원으로 전년(3016억원) 대비 91% 급감했으며, 대표적인 보험사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59.8%로 전년(213.2%)보다 53.4%포인트 하락했다.

MG손해보험의 경우 메리츠화재가 인수를 포기했으나 청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인수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MG손보를 인수하려면 경영정상화에 1조원 가량의 자금도 투입해야 한다. MG손보의 킥스비율은 43.4%로 금융당국의 권고치(150%)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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