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도 은행도 딜레마"…은행권 지난해 이자수익 60조
2025-03-14 11:51:04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가계부채·성장률 관리 놓고 당국 혼선, 은행도 금리산정 난감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해 국내은행들의 연간 총 순이익이 22조원을 돌파하며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 중에서도 이자수익이 60조원에 달했다. 은행들이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에 발맞춰 가산금리를 높게 부과한 까닭으로 해석된다. 올들어 진정세를 보이던 은행권 가계대출이 2월 들어 다시금 급반등하면서, 은행들도 대출영업 방침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14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의 지난해 총 순이익 잠정치는 22조 4000억원을 기록해 1년 전 21조 2000억원 대비 약 5.5% 증가했다. 은행별로 시중은행이 12조 2000억원에서 약 7.0% 성장한 13조원, 지방은행이 약 19.4% 성장한 1조 3000억원, 인터넷은행이 약 76.9% 폭증한 6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반면 특수은행은 7조 7000억원에서 약 2.0% 후퇴한 7조 5000억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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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국내은행들의 연간 총 순이익이 22조원을 돌파하며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 중에서도 이자수익이 60조원에 달했다. 은행들이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에 발맞춰 가산금리를 높게 부과한 까닭으로 해석된다. 올들어 진정세를 보이던 은행권 가계대출이 2월 들어 다시금 급반등하면서, 은행들도 대출영업 방침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지난해에도 은행권의 순이익 증가를 이끈 건 '이자이익'이었다. 지난해 은행권 이자이익은 59조 3000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순이익 경신에 기여했다. 물론 이자이익 성장세는 고금리, 대출영업 축소 등의 여파로 크게 주춤했다. 이자이익 증가율은 1년 전 5.8%에서 0.2%로 대폭 줄었고, 순이자마진(NIM)도 1.65%에서 1.57%로 약 0.08%포인트(p) 하락했다.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도 2023년 대비 줄었지만 고금리 여파로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실제 이날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신규취급액 기준)는 0.60~1.06%p로 집계됐다. 신한은행이 0.60%p로 가장 낮았고, 하나은행 0.69%p, 우리은행 0.71%p, KB국민은행 0.84%p, NH농협은행 1.06%p 순이었다. 이는 2023년 0.82~1.27%p(신한 0.82%p, 하나 0.88%p, 우리 0.95%p, 국민 1.00%p, 농협 1.27%p)와 견주면 낮은 값이다.
지표만 놓고 보면 은행들의 이자장사도 사실상 '끝물'이라는 평가를 내놓을만 하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일부 완화가 더해지면서 은행들의 신규 가계대출도 폭증하고 있다. 당국이 발표한 2월 금융권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2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4조 3000억원 급증해 전달 9000억원 순감소에서 증가 전환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1월 5000억원 감소에서 2월 3조 3000억원 증가로 대폭 증가 전환했다.
이는 정책 주담대와 은행 자체 주담대가 크게 늘어난 까닭이다. 실제 디딤돌대출·버팀목전세대출·보금자리론 등 정책성대출은 1월 2조 2000억원 증가에서 2월 2조 9000억원 증가로 확대됐다. 구체적으로 저금리를 자랑하는 디딤돌·버팀목 등이 2조 9000억원에서 3조 4000억원으로 급증했고, 보금자리론도 7000억원 감소에서 6000억원 감소를 기록해 대출규모를 늘리는 데 일조했다.
아울러 은행 자체 주담대도 1월에는 6000억원 감소였는데, 2월에는 6000억원 증가로 전환했다. 은행들은 지난해 연말까지 가산금리 확대, 대출한도 축소 등의 대출 제한조치로 가계대출 최소화에 집중했다. 하지만 연초 대출총량이 0으로 재설정되면서 본격적으로 대출영업을 재개한 상태다. 여기에 3월 새 학기를 앞둔 이사 수요가 늘어났고,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지정 조치를 해제한 점도 가계부채 누증에 영향을 줬다.
문제는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야 하는 금융당국과 '성장률 침체'를 의식 중인 한국은행 간 정책 엇박자를 보인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대출규제를 일부 완화하면서도, '가계부채 증가율을 우리나라 경상 GDP 성장률보다 낮게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천명했다. 올해 경상성장률은 3.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은은 '경기 방어'에 비중을 두겠다며 추가 금리인하를 시사한 상태다. 한은은 전날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당분간 낮은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데 비중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추가 금리인하를 암시한 셈인데, 금리인하가 곧 대출 확대로 이어지는 만큼 상호 간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은행으로선 곤란할 수밖에 없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은 언론을 통해 은행권의 가산금리 인하를 노골적으로 요구해왔다. 또 한은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p 추가 인하하면서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신한·하나·농협은행이 차례로 가산금리 인하에 나섰다. 하지만 '리딩뱅크'인 국민은행은 여전히 금리 조정 계획을 잡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타행과 달리 새해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한 까닭인데, 자칫 가산금리 인하가 신규 대출을 더욱 부추길 수 있는 까닭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산금리 인하가 본격화되지도 않았는데 2월 신규 대출이 급반등한 상태"라며 "이미 당국이 월별 대출총량을 관리 중인데, 각 은행 대출영업에 또 목소리를 낼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어 "스트레스 DSR 규제에도 불구,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서면 대출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당국이 은행에 책임을 물을 소지가 있는 만큼, 가산금리를 큰 폭으로 내리는 것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가계대출이 4조 3000억 원 늘어났는데 이것이 빨간불이 들어올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라고 평했다. 또 "3월에는 2월과 비교했을 때 가계대출이 횡보세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월말에 숫자가 뛰는 경향이 있는 만큼 토허제와 다주택자 대상 주택담보대출 증가 추이를 비롯한 지표들을 모니터링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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