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당정 엇박자…냉온탕 오가는 시장 '혼란'
2025-03-19 15:31:56 | 김준희 기자 | kjun@mediapen.com
정부, 강남·서초·송파·용산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지난달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한 달여만 번복
與, 다주택자 규제 완화 주장…'안정 초점' 정부와 엇박
지난달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한 달여만 번복
與, 다주택자 규제 완화 주장…'안정 초점' 정부와 엇박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부동산 시장 관련 대응을 두고 정부와 여당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여당과 지자체 등이 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정부는 시장 과열 조짐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 규제 유지 및 금융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어서다. 급기야 오세훈 서울특별시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고개를 숙이며 토허제 확대·재지정에 나서야만 했다. 당정의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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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19일 오전 부동산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해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소재 전체 아파트를 대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 지정하기로 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19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하고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소재 전체 아파트를 대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 지정키로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은 오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약 6개월이며 필요시 지정 연장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시장 과열 양상이 지속될 경우 인근 지역 추가 지정도 적극 검토한다. 현행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및 신속통합기획 단지 등도 허가구역 지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 주택가격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이 주변으로 확산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며 “거래량도 급격히 증가해 서울 주택 거래량이 한 달 사이에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시장 상승세는 그간 둔화했던 주택 수요가 거시경제 상황과 정책 변화 등으로 다시금 확대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에 정부는 시장 안정화를 위한 선제 대응이 시급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난달 서울시가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아파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한 것을 한 달여 만에 뒤집는 행보다.
당시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배경에 대해 “그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이 광범위하게 지정되거나 이미 개발이 완료된 아파트에 대해서도 매년 재지정을 거듭하다 보니 거주이전 자유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민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통해 지역단위로 광범위하게 지정했던 허가구역을 핀셋(선별) 지정으로 전환해 시민들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가지고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시장은 과열 조짐을 보이며 이상징후가 포착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한 달간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 잠실·삼성·대치·청담을 비롯해 강남·송파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초기 1~2주 동안 상승과 하락이 혼재된 거래가 이뤄졌다”며 “특정 단지가 지속적으로 급등하는 현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2월 거래 신고가 상당 부분 마감되는 시점인 3월부터 신고 건수가 급증하는 현상이 감지됐다”며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고 했다. 또 “국토부와 공동으로 매수자 특성을 분석한 결과 강남 3구를 중심으로 갭투자 비율이 2월에 상승하며 투기성 거래의 증가 신호가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점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난달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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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서울과 지방 간 부동산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지방에 추가적인 주택을 구입할 경우 다주택자 중과세를 폐지하겠다”고 18일 밝혔다. |
◆與,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언급…전문가 "시장 영향 미미"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이 같은 엇박자는 정부와 지자체뿐만 아니라 당정 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에 방점을 두고 있는 정부와 달리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방 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주택자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앞서 전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서울과 지방 간 부동산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지방에 추가적인 주택을 구입할 경우 다주택자 중과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부동산 세제에 대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민간 임대사업자로서 역할을 하는 다주택자의 시장 기능을 수용하고 부동산 자금이 지방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방안은 첫 번째 이후 구입하는 주택이 지방에 위치할 경우 주택 채수에 고려하지 않는 방식이다. 단 역효과 방지를 위해 두 번째부터 보유하는 주택이 수도권일 경우 기존 과세 방식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방안은 그간 건설업계 및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서도 지방 미분양 해소 및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제기돼온 방식 중 하나다. 다만 실질적으로 지방 부동산 시장에 미칠 효과에 대해서는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주택자가 통상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임대소득이나 시세차익을 얻는 것”이라며 “결국 지방 주택 구입 과정에서 다주택자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도 입지 경쟁력을 갖춘 지역에만 효과가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이처럼 정부와 여당, 지자체 간 부동산 정책 흐름이 제각각 갈라지면서 수요자들의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정책은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것이 좋다”며 “지금처럼 단기에 번복되는 형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짚었다.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이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적용·해제된 지역,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풍선효과 등 영향이 있을 것으로 봐야 한다”며 “다만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금리, 대출 규제, 다주택자 규제 완화 등 다양한 만큼 단순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해제가 가격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식의 해석은 무리가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금융권에서도 이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황과 관련해 점검 회의를 개최하고 금융권 PF대출 등 연체율 현황, 사업성평가 결과 및 향후계획,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 추진상황 등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저자본 고보증 PF 구조를 개선하고 PF 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마련한 ‘부동산 PF 제도개선방안’ 추진상황도 점검했다.
금융당국은 “상반기 중 신속한 정리·재구조화 이행을 독려하기 위해 플랫폼 공개 매물정보를 확대하고 건설유관단체 등의 수요를 반영해 오는 26일 맞춤형 매각설명회를 추가로 개최하는 한편, 정리가 미흡한 금융회사에 대해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중·대형 사업장의 경우 사업장별 관리를 강화하는 등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