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건설업계 '진퇴양난'에서 '재탄생(Rebirth)'으로
2025-03-21 16:33:10 | 김준희 기자 | kjun@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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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부동산부 김준희 기자 |
신동아건설이 무너진 건 지난 1월이다. 주택 브랜드 ‘파밀리에’를 보유하고 있고 서울 영등포구 일대 63스퀘어(옛 63빌딩)를 지은 건설사다. 더구나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시평)에서 58위에 올랐지만, 결국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해야만 했다.
2월에는 경남 지역 2위 건설사로 꼽히는 대저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김해에 본사를 둔 이 건설사는 시평 103위로 경남 지역에 뿌리를 두고 활발하게 사업을 펼쳐왔다.
그리고 국내 1호 토목건축공사업 면허를 보유한 삼부토건마저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시평 71위로 주택 브랜드 ‘르네상스’를 보유하고 있다.
시평 116위 중견 건설사인 안강건설도 같은 달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주거 브랜드 ‘디오르나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이엔드’를 표방, 안양·판교 일대에 오피스텔을 공급했으나 재무상태가 악화하며 결국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섰다.
같은 달 주거 브랜드 ‘엘크루’를 보유한 대우조선해양건설도 법정관리를 신청해 이달부터 회생절차가 개시됐다. 시평 83위로 앞서 지난 2022년 12월 회생절차 신청 후 2023년 11월 회생계획안 인가를 결정받았으나 재차 유동성이 악화하면서 법정관리에 돌입하게 됐다.
이달에는 주택 브랜드 ‘벽산블루밍’으로 알려진 벽산엔지니어링이 회생절차를 개시했다. 시공능력평가 180위로 화공 EPC(설계·조달·시공) 및 해외 시공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유동성이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3개월간 6곳에 달하는 중견 건설사들이 무너졌다. 종합건설사 폐업도 급증하면서 최근까지 올해 폐업한 종합공사업체는 총 143곳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8곳에 비해 21.2% 증가한 수치다.
그리고 오는 4월에는 지난해 건설사들의 실적이 숫자로 공개된다. ‘4월 위기설’이 나도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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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신동아건설을 시작으로 중견 건설사들의 줄도산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건설사들은 지난 2021년 주택시장 호황기를 맞으며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꿈은 오래가지 못했고 보릿고개는 일찍 찾아왔다. 이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進退兩難) 형국이다.
원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불안정한 대내외적 환경으로 인해 원자잿값이 치솟은 데다 인건비까지 상승하면서 공사원가가 급등했다. 설상가상으로 주택시장이 침체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 또한 급증하고 있다.
분양을 통해 현금흐름을 만들어야 하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돈줄이 마르면서 유동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규모가 큰 대형 건설사나 모기업이 존재하는 경우 쌓아놓은 현금이나 그룹 지원 등을 통해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중견 건설사들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하나둘씩 도미노처럼 쓰러질 수밖에 없다.
줄도산 사태는 이들 건설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장에서 공종별로 공사를 수주하는 수많은 협력업체를 비롯해 금융권까지도 리스크가 확산할 수 있다. 생각보다 심각하다.
결국 생존전략이 필요하고 새 판을 짜야 한다. 정부 지원은 물론, 건설업계도 더 이상 이러한 현실을 원망만 하지 말고 주어진 환경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마침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2025 건설산업 혁신을 위한 재탄생 세미나’를 개최하고 건설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혁신 과제로 ‘건설산업 재탄생(Rebirth)’을 꼽은 점은 곱씹을 만하다.
그리고 초심과 기본을 잊어선 안 된다. 공사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대규모 사고가 이어진다면 대국민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다. 진정으로 안전한 공사현장을 만들기 위한 건설사들의 각별한 노력이야말로 건설산업 재탄생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