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유아교육 공교육화 방향이 바뀌다
내 눈을 의심했다. 교육부가 유아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를 통해 공립유치원 신설 시 유아 수용 기준을 기존 1/4에서 1/8로 변경한다는 공고를 보고서 말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공립유치원 축소를 가져오리라 예상된다. 교육부가 (무상보육 무상교육의 한 축인) 유아교육 공교육화의 방향을 ‘확대’ 지향에서 ‘축소’ 지향으로 스스로 바꾼 셈이다.
모든 일에는 돈이 들어간다. 많은 이들이 무상교육 무상보육을 좋아라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지난 5년간 유아교육 예산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2009년 1조 2358억 원이던 유아교육 예산은 5조 3042억 원으로 연간 4조 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발생했다. 2014년 한해에만도 공립유치원 신증설에 예산 3571억 원이 소요됐다.
돈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땅에서 솟지 않는다. 국민세금이나 국채를 발행해서 메꿔야 한다. 국채는 현재 유치원을 다니는 미래세대 유아들,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이 감당해야 할 빚이다.
▲ 사진은 황우여 장관 인천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대학생 일동. 단설 병설 공립유치원은 각각 원장과 원감 자리, 교육공무원인 공립유치원 교사 자리가 뒤따라온다. 공립유치원의 신설은 그 자체로 공무원 고용 확대를 의미하는데, 현재의 교육재원 미비 및 지방교육재정 적자 추세로는 기존 공립유치원 운영조차 감당하기 힘들다./사진제보=인천지역 일반시민 |
결국 병설 단설 등 공립유치원 신설로 인한 비용, 기존 운영관리비 등에 대한 교육부-지자체 간의 예산 줄다리기가 이어졌고, 비용을 대지 못하겠다며 만세를 부르는 지자체가 생겨났다. 이번 공립유치원 신설 유아 수용 기준의 축소는 ‘무상보육’ 재원을 충당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교육부가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지극히 합당한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 조치
황우여 교육부장관의 결단을 환영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는 이번 공립유치원 1/8 축소 방침에 대하여 ▲유치원 외의 3~5세 유아 시설기관(어린이집)의 수용여건 고려, ▲어린이집 등 타 기관 수요가 미반영된 공립유치원 설립비율에 대한 감사원의 개선 요구, ▲지방교육재정 악화에 따라 단설유치원 설립의 시도 재정 부담 가중 등을 축소 사유로 들기도 했다.
장기적으로 유보통합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린이집 취원율(만 3세 이상 아동 42.3%)을 고려해야 정확한 유아수용계획을 세울 수 있다. 게다가 출산율 저하 등 인구절벽이 예정된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아이들은 계속해서 줄어든다. 지금의 인구 감소 추세가 바뀌지 않는 한 공립유치원 신증설은 공염불에 그치고, 후일 전국 수천 개 공립유치원은 국민세금으로 청산해야 할 부채로 남을 것이다.
▲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유아교육 예산 증가추이. 단위는 백만원. 학생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관련 예산은 늘어만 가고 있다./자료출처: 유아교육 연차보고서 2013-2014. 육아정책연구소. |
따라서 교육부의 이번 시행령 개정 조치는 지극히 합당하다. 필자는 지방교육재정 악화와 유아교육 수요의 현실화를 감안한 황우여 교육부장관의 결단을 환영한다. 문제는 이에 대한 반발이다.
교육부의 '공립유치원 혁신'에 대한 반발…기득권 옹호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지난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긴급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우리나라 공립유치원 비율은 34개 OECD 국가의 공립유치원 수용비율 70%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22% 수준으로 최악의 수준”이라면서 “공립유치원 보내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학부모들의 원성이 자자하다”고 밝혔다. 박주선 의원은 인사말을 마치면서 “교육부가 공립유치원 정원을 ‘8분의 1’로 반토막내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을 파기한 것이며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공립유치원 단체와 일부 학부모, (교수들에 의해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 학생들 몇몇은 지난 26~27일 황우여 교육부장관의 인천지역구 사무실 앞으로 몰려가 “공립유치원 개정안 즉각 철회”, “공립 단설유치원 설립 확대하라”, “공립유치원 지금도 부족하다. 1/8 축소가 웬말이냐”라고 시위하기도 했다.
박주선 의원과 공립유치원 단체, 이를 지지하는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에 고한다. 공립유치원 신증설은 조금씩 줄어들어가는 교육수요에 공급확대 폭탄을 안긴다. 기존 민간 공급자들, 사립유치원의 존재를 고려하지 않는 공립유치원의 무제한적 확대는 비용의 낭비를 초래한다. 사립유치원과 비교도 할 수 없는 공립유치원의 비효율성, 과다 비용은 각종 통계자료로 확인된다.
▲ 사립유치원은 국공립에 비해 반값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사립유치원이 감당하고 있는 전국의 영유아 수는 전체의 75%다. 공립유치원에는 25%, 4분의 1 가량의 영유아가 다니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제작 (단위는 월간 만원 기준, 취원 영유아 수는 %비중.) |
게다가 2015년 대한민국이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고, 정부가 (공교육도 아닌) 유아교육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명분이 없다. 작금의 유아교육체제는 홈스쿨링, 어린이집, 놀이방, 대안놀이학교, 귀족놀이학원, 사립유치원과 공립유치원이 혼재되어 있다. 학부모가 선택할 만한 대안이 많은데, 공립유치원의 신설 확대를 주장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분명히 하자. 공립유치원은 사회적 빈곤층 및 장애우 등 사회보호계층과 격오지에 국한하여 운영되어야 한다. 지금의 교육재원 미비 및 지방교육재정 적자 추세로는 기존 공립유치원 운영조차 감당하기 힘들다. 단설 병설 공립유치원은 각각 원장과 원감 자리, 교육공무원인 공립유치원 교사 자리가 뒤따라온다. 공립유치원의 신설은 그 자체로 공무원 고용 확대를 말한다.
박주선 의원은 유치원 유아교육의 현실을 정확히 알고서 말하는 것인가. “공립유치원이 지금도 부족하다”면서 공립 단설유치원 설립의 확대를 말하는 자들은 수요가 점차 줄어드는 유아교육 분야에서 오히려 공무원들을 충원하자고 주장하는 격이다. 국민세금으로 운영하며 한번 고용되면 공무원연금에 이르기까지 온갖 혜택을 입는 공무원자리를 그렇게도 만들고 싶은가. 후안무치하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저출산 추세로 인해 줄어드는 아이들, 하나 둘씩 비어가는 교실 상황은 대학교, 유치원에게도 해당된다. 교육시설과 인원은 그대로이거나 조금씩 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곳에 다닐 학생들이 없다. 급기야는 ‘인구절벽’이라는 말이 대한민국 사회에 드리웠다. 이런 상황에서 무상교육을 표방했던 교육부가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교육부는 공립유치원의 축소를 표방하는 ‘신설 기준 축소’ 방향으로 관계법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사진=미디어펜 제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