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진현우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4일 파면됐다. 우리나라 헌정사상 현직 대통령이 파면된 경우는 이번이 두 번째이다. 헌법재판소(헌재)는 이날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최종선고에서 전원일치 파면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대통령이 파면된 것은 지난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 사례다. 이날 결정은 헌법재판소에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접수된지 111일 만,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는 123일만에 나왔다.
헌재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낭독한 결정문에서 △비상계엄 선포의 요건과 절차 △계엄 포고령 1호 발표 △군 동원 국회 활동 방해 △영장 없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구금 지시 행위 등 주요 쟁점 사항에 대해 모두 청구인인 국회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2025.4.3./사진=연합뉴스
재판부는 "국회의 탄핵 소추, 입법, 예산안 심의 등의 권한 행사가 계엄 선포 당시 중대한 위기 상황을 현실적으로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다"며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윤 대통령 측이 12.3 비상계엄이 야당의 '입법 폭주'에 대한 경고성 계엄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계엄법이 정한 계엄 선포의 목적이 아니다"라며 "또한 피청구인(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에 그치지 아니하고 군경을 동원하여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는 등의 헌법 및 법률 위반 행위로 나아갔으므로 피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계엄 선포 및 계엄사령관 임명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며 "피청구인은 계엄사령관 등 계엄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고, 다른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계엄 선포에 관한 심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계엄 당시 발표된 포고령과 관련해서는 "국회,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을 금지함으로써 국회에 계엄 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 정당 제도를 규정한 헌법 조항, 대의민주주의, 권력 분립 원칙을 위반했다"고 봤다.
헌재는 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 확인을 명분으로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에 병력을 동원해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라고 지시한 점과 군 병력이 당직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전산시스템을 촬영한 것을 두고 "선관위에 대하여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하도록 해 영장주의를 위반한 것이자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서는 "중앙선관위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전에 보안 취약점에 대하여 대부분 조치했다고 발표했다"며 "사전·우편 투표함 보관장소, CCTV 영상을 24시간 공개하고 개표 과정에 수검표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피청구인의 주장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은 필요 시 체포할 목적으로 행해진 위치 확인 시도에 관여하였는데, 그 대상에는 퇴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전 대법원장 및 전 대법관도 포함되어 있었다"며 "이는 현직 법관들로 하여금 언제든지 행정부에 의한 체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압력을 받게 함으로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러한 행위는 법치 국가 원리와 민주 국가 원리의 기본 원칙들을 위반한 것으로 그 자체로 헌법 질서를 침해하고 민주공화정의 안정성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다"며 "피청구인은 가장 신중히 행사되어야 할 권한이 국가 긴급권을 헌법에서 정한 한계를 벗어나 행사하여 대통령으로서의 권한 행사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청구인의 법 위반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함으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며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주문을 낭독했다.
윤 대통령은 주문이 낭독된 이날 오전 11시22분을 기점으로 대통령직을 상실했고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기'가 내려오는 장면이 포착됐다.
한편, 이미선·김형두 재판관은 "탄핵심판 절차에서 형사소송법상 전문 법칙을 완화하여 적용할 수 있다"는 보충의견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 측이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된 피의자에 대한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한 점을 반발하자 이같은 보충의견을 낸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이미선·김형두 재판관과 반대로 "탄핵심판 절차에서 앞으로는 전문 법칙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보충의견을 제시했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