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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내치는 안광한 체제…MBC의 막장 인사

2015-10-29 11:14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이윤재 MBC 공정방송 노조위원장이 27일 갑작스럽게 경인지사로 발령이 난 사실을 보면서 한 가지 진심으로 걱정스러운 점이 있다. 그동안 MBC가 편향된 좌익노조의 억지와 싸우다보니 이런 저런 일도 있겠거니 해서 MBC가 어떤 모습을 보여도 이해하려 했던 사람들이 이젠 MBC 경영진을 조금 달리 볼 수도 있겠다 싶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의 경인지사 발령이 우파시민사회에 던진 의미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미디어내일 취재에 의하면 이 위원장은 인사발령 공지가 붙을 때까지 본인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 전에 회사가 어떤 언질을 준 것도 없고, 발령이 난 다른 인사들은 소문이 돌았지만 이 위원장은 그런 것도 없었다. 경인지사라는 곳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쪽은 아마 MBC 회사일 것이다. 아나운서만 30년 가까이 했고, 지금도 뉴스를 진행하고 있고 무엇보다 공정노조 위원장으로서 열심히 하는 사람을 느닷없이 그곳으로 보내버렸다.

이윤재 위원장만은 인사발령 대상자에서 예외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가 갑작스럽게 쫓겨가듯 인사조치를 당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는 것, MBC에서 공정방송 노조위원장은 이렇게 쉬운 대상이냐는 것 이 두 가지에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이윤재 위원장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고, 필자와 같이 MBC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이 위원장이 회사를 비판하다 괘씸죄에 걸려 이런 수모를 당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우기가 어렵다.

또 만약 그런 이유라면 MBC 언론노조 위원장은 왜 멀쩡하고 공정방송 노조위원장은 내쫓듯 인사발령을 받고 가야하느냐는 얘기다. 비판의 세기라면 언론노조가 훨씬 강했으면 강했지 약하지 않았다. 그런데 공정방송 노조위원장만이 인사 조치를 당하고, 노조위원장으로서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됐으니 공정노조가 얼마나 얕보이고 우스웠으면 이럴까 하는 생각을 공정노조원들과 우파인사들이라면 하지 않겠나.

언론노조 위원장이라면 불가능했을 인사 조치는 우파무시

잘 알려져 있다 시피 이윤재 위원장은 일일보고라는 노조일지를 써왔다. 그날의 중요한 이슈를 다룬 우파언론의 기사를 모아 코멘트를 달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왔다. 그 속에서 공정노조가 비판했던 여러 문제들, 가령 직종제 폐지 문제나 임금피크제와 같은 것들은 MBC의 현안이기도 하고 노사문제에 해당되는 것들이었다. 그런 문제를 제기한 것이 우파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것도, 우파를 희화화시킨 것도 아니었다. 보기에 따라 이 위원장이 강하게 경영진을 비판하는 것이 못 마땅할 수도 있다.

또 어떤 부분에선 조금 심한 것이 아니냐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위원장이 사규를 어긴 것도 아니고 제할 일은 안 하고 비판만 해왔던 것도 아니었다. 노조위원장으로서 임기가 남아있는 사람을, 또 아나운서로서 충분히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사람을 내쫓듯 경인지사로 보낸 것은 그 어떤 이유를 들어도 MBC가 인력활용도 못하는 것이고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것이다.

   
▲ 이윤재 위원장의 인사발령은 지금 MBC가 벌이는 일들이 과연 MBC 정상화를 위한 작업인지, 아니면 소수의 경영진이 자신들 편하게 독점적 권력을 누리자고 MBC 직원들을 함부로 다루는 것인지 의심케 한다./사진=연합뉴스
이번 이윤재 위원장 인사를 듣고 이상로 전 공정노조위원장이 이런 말을 했다. “공정노조는 MBC 좌경화를 막는데 일조한 우파노조인데 그런 노조와 노조원을 어떤 이유로든 힘을 무력화시킨다면 앞으로 누가 그런 애국적 활동을 할 수 있겠느냐. 그런 면에서 안광한 체제가 우려스럽다”고 했다. MBC가 극렬한 노조 파워에 밀리면서 한창 어려울 때 공영노조는 그런 좌익노조의 문제를 앞장서서 제기했고 비판한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전임 노조위원장은 언론노조 측으로부터 모욕적 언사까지 들으면서도 안에서 열심히 싸우고 밖에는 안에서 벌어지는 MBC의 좌경화 문제를 국민에게 알리려 노력했다. 공영노조의 역사는 그런 노력들의 시간이었고, 그나마 지금의 MBC가 되기까지에는 그런 공영노조원들의 노력과 헌신을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마당에 경영진이 듣기 싫은 소리를 한다고 헌신적인 우파노조의 노조위원장이 내쳐지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건 결코 옳지 못하다.

쓴소리 거부하고 개혁인사와 우파가 홀대받는 MBC는 정상인가

MBC 안광한 체제가 우려스럽다는 이상로 전 노조위원장의 말이 터무니없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이유가 있다. 경영진은 과거 “나는 김재철 아바타가 아니다”며 대못을 뽑아내려 했던 김종국 체제보다 더 확실히 김재철 전 사장의 흔적을 지우려하기 때문이다. 김재철 전 사장은, 개인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겠지만 호불호와 상관없이 그는 노영방송 MBC 개혁에 지대한 역할을 했던 것만큼은 틀림이 없는 인물이다.

그런데 안광한 체제에서 그런 김재철 체제의 상징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이진숙 당시 본부장이 좌천됐고 우파를 도외시하는 백종문 본부장과 같은 인사들이 활개를 친다. 그런데다 이번에 이윤재 위원장이 명색이 MBC 대표 우파노조인 공정노조위원장임에도 내쫓기듯 인사발령을 받았다. 경영진에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는 것 외에는 그 어떤 이유도 찾기 힘든 인사였다. 필자는 MBC 경영진이 언제 우파를 제대로 한번 챙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이윤재 위원장의 인사발령은 지금 MBC가 벌이는 일들이 과연 MBC 정상화를 위한 작업인지, 아니면 소수의 경영진이 자신들 편하게 독점적 권력을 누리자고 MBC 직원들을 함부로 다루는 것인지 의심케 한다. 단지 회사에 쓴 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임금피크제와 같이 노조위원장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비판적 글들을 썼다는 이유로 인사발령을 낸 것이라면 MBC는 이번 인사의 부당성을 인정하고 취소하기 바란다.

당연히 배려해야 할 사람들에게조차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MBC 경영진이 할 도리가 아니고 MBC 개혁의 총대를 메야 할 경영진을 오랫동안 응원하고 격려한 우파에게도 할 도리가 아니다. 만일 그것이 아니라면 이윤재 위원장에 대한 인사의 정당성을 당당하게 밝혀주기 바란다.

30년 아나운서로, 현재도 뉴스진행으로 MBC를 위해 열심히 일해 온 사람을 특별한 이유도 없이 갑자기 변방에 내치듯 인사하는 건 정상이 아니다. MBC가 상식과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를 보여줬으면 한다. /박한명 미디어그룹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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