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MBN |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이집트지부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집트 시나이 반도 상공을 날던 러시아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면서 진위에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이 주장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야말로 전 세계 항공업계는 대공황과 공포에 빠지게 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IS는 근거지인 이라크, 시리아는 물론 이 조직에 충성을 맹세하는 조직이 속속 생겨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바레인, 이집트, 리비아, 알제리는 물론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 지역까지 세를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지부마다 보유 무기와 전력이 차이가 나지만 고도 1만m 상공을 나는 여객기를 마음만 먹으면 격추해 파괴할 정밀한 화력을 보유했다면 이들의 위협은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된다.
전투 현장이 아닌 곳에 있는 다수의 불특정 민간인이 표적이 될 수 있어서다.
IS는 지상전에선 견고한 전력을 보여왔지만 대공 능력은 다소 약점을 보여왔다. 미사일과 같은 대공 무기 자체가 지상전 무기와 달리 이동이 제한되고 입수하기가 수월하지 않을 뿐 아니라 운용에도 상당한 수준의 전문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여객기가 추락한 지점이 공교롭게 IS 이집트지부의 근거지였던 터라 추락 소식이 전해지자 격추설이 제기되긴 했지만, 가능성을 작게 본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 추락 사고의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IS가 우연한 여객기 사고에 편승해 자신들의 위력을 과시하려는 선동술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사고 여객기의 기장이 교신 두절 직전까지 통신 장비에 문제가 있다며 비상착륙을 요청했고, 초기 조사결과 역시 기술적 결함이 사고의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이집트 당국이 언론에 밝혔다.
IS 주장대로 대공 화기에 맞았다면 교신 내용은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이집트 수색팀의 전언도 격추보다는 아직 추락한 정황에 가깝다. 현장에 도착한 수색팀 관계자는 "큰 바위에 부딪혀 사고기가 두 동강 났고 꼬리 부분이 떨어져 나갔다"고 말했다.
또 여객기를 격추하려면 고성능 대공 전력뿐 아니라 여객기의 항로와 고도와 같은 정확한 비행 정보를 입수해야 하는 데 과연 IS가 이런 정보 수집력이 있는 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IS의 주장이 아예 '가능성 제로'는 아니다. IS는 그간 항공기를 격추했다고 종종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24일 시리아에서 IS 공습 작전 중이던 요르단 조종사를 생포했을 때도 자신들이 F-16 전투기를 대공 미사일로 떨어뜨렸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이를 부인했지만 요르단 정부는 초기 격추됐다고 발표했다가 번복했고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전투기가 격추당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9월 16일에도 시리아 락까 주에서 러시아제 수호이 25(Su-25)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항공기는 아니지만 이라크에선 IS가 이라크군의 헬리콥터를 수차례 격추하기도 했다.
스위스 국제 무기조사기관 '스몰 암스 서베이'는 지난해 8월 IS가 시리아 락까주를 점령하면서 정부군 공군기지에서 구소련제 '휴대용 방공무기 시스템'(MANPADS) SA-18 등과 유사한 무기를 탈취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독일 연방정보국(BND)도 지난해 10월 의회 비공개회의에서 IS가 시리아 정부군에게서 탈취한 MANPADS를 갖고 있다고 보고했다.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인 MANPADS는 헬리콥터나 저공 저속 항공기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용으로 개발됐지만 공격용 등으로도 사용된다. 당시 IS가 이 무기로 민간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