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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자유주의자들에게 고한다

2015-11-04 12:01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역사교과서 앞 자유주의자들의 혼란

역사를 정확히 해석하고 독자가 그 사실을 읽게 만드는 재화가 역사서이다. 우리는 역사서를 통해 역사를 배운다. 역사서의 가치는 역사 진실에 얼마나 정확히 부합하는가에 달린 것이다. 기록자 몇 사람의 의도 혹은 주관이 역사 진실을 호도한다면 그 역사서는 시장에서 불량 상품에 불과하다.

시장에서 위조 상품이 마땅히 징책 받듯이 역사서는 역사의 진실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 위조 상품은 당연히 규제되어야 한다. 역사를 왜곡하고 반(反)자유의 좌파 사회를 지향하는 상품들마저 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옹호되어서는 안 된다. 역사의 진실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 때문에 음악, 미술, 문학 같은 여느 인문학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역사학에 태생적으로 주어져 있다. 역사는 왜곡은 물론 창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 깊이 생각할 점은 자유주의라는 개념 가치의 의미이다. 자유주의는 교리 이름 자체보다 개인의 선택을 자유롭게 하는가라는 실질이 본질이다. 고전적 자유주의 이래로 자유주의에서는 통상적으로 정부가 획일적 규제를 하는 사례들을 개인의 자유에 어긋나는 것으로 예시해 왔다. 지금 교과서 논쟁에 깔린 맥락에는 이 점이 엉켜있기 때문에 혼란이 가중되어 있다. 자유주의 강의에서 통상적으로 예시되어 온 국가주도에 대한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금 교과서 논쟁의 핵심은 검인정-국정의 순수한 제도 원형에 대한 비교 평가의 문제가 전혀 아니다. 좌파는 의도적으로 이 차원으로 환원해서 논쟁을 전개하고 있으며 우파의 일부 역시 이 차원으로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검인정이 당초의 기대대로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도록 작동하고 있던가? 이름뿐인 선택의 자유이고 다른 성향의 책은 선택도 못하도록 실질적으로는 교문 앞에서 벌어지는 군중 검열제였음을 교학사 사례가 증명해주었다. 이 실질을 간과한 채 검인정-자유, 국정-반자유라는 피상적 프레임으로 판단하는 것은 소박한 개념주의적 자유주의에 불과하거나 아니면 의제의 왜곡화에 말려든 것이다.

   
▲ 편향된 민중 사관으로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는 현 검인정의 현실보다는 국정이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진정한 자유주의는 ‘자유’로운 사회를 옹호하는 것이지 자유 ‘주의’를 교조화하는 것이 아니다./사진=미디어펜

우리가 당면한 집합적 선택은 이름만 검인정이되 실제로는 유일사관을 요구하는 검인정이냐, 많은 우려를 수반하는 정부 주도의 표준화 곧 국정이냐의 선택이다. 만약 기존의 검인정 하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 어느 정도 일어났다면 굳이 이런 국정화의 논의는 야기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교과서 국정화의 최대 공로자들은 지금 국정화에 맹렬히 반대하는 좌파 자신들이다. 한국의 검인정이 좌파일변도 책만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그 제도 본질인 자유로운 선택은 이미 파기된 것이다.

편향된 집필자 수 명이 집필하는 실질적으로 한 가지 역사서에 비해 국정은 더 많은 참여자가 서술한다. 또한 국정 교과서의 편집에 대해서는 공식적-비공식적 눈이 지켜보고 있으며 그것은 누가 어떤 과정으로 언제 쓰는지도 모르는 현 검인정제도보다 더 엄밀하고도 공식적인 논의와 해석을 수반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은 주관기관인 국사편찬위도 밝히고 있다. 본래 국정화가 최선의 제도가 아님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가 찾는 것은 원형 개념의 우아한 비교가 아니라 현실의 불완전한 대안들 가운데 그나마 덜 나쁜 대안인 것이다. 편향된 민중 사관으로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는 현 검인정의 현실보다는 국정이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다 다른 어떤 제도가 우리 사회의 자유를 증진하고 역사 진실 부합을 더 잘 보증한다면 그때는 다시 국정을 기꺼이 버리고 이름이 뭐가 되었든 그 제도로 바꾸면 된다.

진정한 자유주의는 ‘자유’로운 사회를 옹호하는 것이지 자유 ‘주의’를 교조화하는 것이 아니다. 이름이 국정화든 검인정이든 그것이 실질적으로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면 마땅히 거부해야 하는 것이다. 개념이 아니라 실질로서의 자유가 본질이다. /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 교과서 국정화의 최대 공로자들은 지금 국정화에 맹렬히 반대하는 좌파 자신들이다. 한국의 검인정이 좌파일변도 책만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그 제도 본질인 자유로운 선택은 이미 파기된 것이다./사진=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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